순환펌프 고장불구 동파 핑계 6개월여 폐쇄…공무원 책임회피 철거 타령
모악산 수왕사 인근 등산로에 설치된 화장실이 관리부실로 고장이 발생해 폐쇄돼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등산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요신문=완주] 신성용 기자 = <속보>전북 완주군이 도립공원 모악산 등산로 친환경 화장실이 관리부실로 인해 고장이 발생했으나 수리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해 등산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보도(본보 2월20일자)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하지 않고 있어 복지부동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완주군 담당 공무원은 “등산로 화장실 설치가 부적절하고 고장 발생의 원인이 등산객의 시민의식 부재”라며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철거나 폐쇄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혀 개선 의지나 노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해당 화장실은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도립공원에서 대원사와 수왕사를 거쳐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에 등산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완주군이 7,700여만원을 들여 2016년 10월 수왕사 인근 등산로에 세운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화장실은 청소나 시설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물과 휴지가 쌓여 악취가 발생했고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여러 번 반복됐으며 특히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 이후 더욱 심각했다.
더욱이 작년 겨울이 시작되면서 ‘동파방지 화장실 폐쇄’라는 안내문과 함께 화장실을 아예 폐쇄해 등산객들에게 불편을 안겨줬다. 하지만 화장실 설비가 동파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절기 화장실 관리가 어려워지자 동파 방지를 핑계 삼아 화장실을 폐쇄한 것이란 의심을 샀다.
이후 ‘고장 사용금지’라는 안내문구를 덧붙였으나 정작 화장실은 수리하지 않고 4월 17일 현재까지 6개월 가까이 방치했다. 이로 인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 등산객들이 주변에서 급한 용무를 보는 바람에 인근에 화장지와 오물들이 널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완주군 관계자는 고장 수리와 관리 개선은커녕 처음부터 화장실이 잘못 설치됐고 등산객들의 시민의식 부재가 원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이 관계자는 “등산객들이 산에 오르기 전에 용무를 보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등산로에 화장실을 설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또 화장실 준공시기와 사업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철만 내놓고 구체적인 답변조차 하지 못했으며 고장 발생 시점도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했는지 확인시켜 줬다. 그런데도 “화장실을 폐쇄하는 것만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개선 노력이나 등산객의 편의는 아예 무시했다.
고장수리 요청도 4월 16일에서야 이뤄졌으며 21일 현재까지도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리를 시작했지만 2.5톤의 물을 필요한데 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은 충남 아산에 소재한 E사가 제작한 ‘무방류 순환수세식 화장실’로 분뇨는 미생물의 먹이로 사용해 분해 소멸시키고 분뇨 오수를 친환경 처리방식으로 정화시켜 세정수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수세식이면서도 2차 오염이 전혀 없으며 물이 귀한 곳이나 냄새가 나는 곳에 설치가 가능한 친환경 화장실 시스템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모악산 관리사무소가 평상시 청소나 시설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분뇨처리 시스템의 순환 펌프가 고장나자 동파방지를 핑계로 화장실을 폐쇄하고 수리도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월 취재 과정에서 완주군 모악산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매주 2회 화장실에 올라가 청소와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고 동절기 동파가 우려되는 데다 모터가 고장이 나서 불가피하게 화장실을 폐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모악산 관리사무소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관리에도 손을 놓았다. 화장실 제작업체에 문의한 결과 그동안 고장 수리를 요청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최근에야 수리에 나선 것이다.
등산객들은 “화장실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청소조차 하지 않고서 화장실 고장 원인을 등산객 탓을 하고 폐쇄를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관리부실과 고장, 늑장 수리로 인한 화장실 폐쇄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력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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