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등 사업 전망 불확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 악재 겹쳐…박현주 리더십 흔들
해외 사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힘을 쏟아온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행보가 최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사진=박정훈 기자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은 약 9조 857억 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93.7% 증가했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1078억 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35.5% 감소했으나 시장의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래에셋대우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이유로 주식‧채권과 부동산, AI(인공지능) 사업에 따른 분배‧배당금 유입이 꼽힌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를 98%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기대를 상회하는 분배‧배당금 유입과 양호한 순이자손익이 실적 호조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2분기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미래에셋대우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과 호텔 수익의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에서 호텔 수익을 확신할 수 없으며 오피스텔 빌딩의 임대료 수익도 얼마나 빠질지 알 수 없다”며 “1분기까지는 큰 타격이 없었으나 세계 경제는 2분기 때 더 크게 반응할 것이기에 해외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온 미래에셋대우의 2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항공‧호텔 사업 확장을 꿈꾸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미래에셋대우 홈페이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도 리스크 중 하나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4.9%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49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3개월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아시아나항공 거래를 포기할 이유가 없으며 앞으로도 재무적투자자(FI)로서 의무를 다 할 예정”이라며 포기설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예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미국 호텔 15개 인수 계약 문제와 관련해 중국 안방보험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양사 간 호텔 인수 거래는 당초 지난 4월 17일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월 3일 안방보험에 7000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의 반환 요청서를 전달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안방보험과 거래로 계약금 7000억 원이 묶인 상황에서 4900억 원가량이 들어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행해야 하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또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전략고문으로서 세계 호텔 인수를 지휘한 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세계 호텔 체인과 항공업을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 박현주 회장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이어져온 박 회장의 해외 사업 투자가 현재 리스크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은 비록 잠재적 리스크로 받아들여지지만 2분기 세계 경기와 주식 시장이 휘청이면 더 큰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