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27x19.5cm, 1950년대 중반).(사진제공=양구군청)
[양구=일요신문] 유인선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휴관에 돌입했던 박수근미술관이 16일 특별전시회를 열고 운영을 재개한다.
박수근 화백 작고 55주기를 추모하는 특별기획전인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가 16일부터 시작돼 내년 4월 18일까지 박수근미술관 1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달 박수근의 대표작품인 ‘나무와 두 여인’(하드보드 위 합지에 유채, 27×19.5㎝, 1950년대 중반)을 올해 새로 소장하게 돼 그 의미와 가치를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군부대 PX에서 통역을 맡아 박수근과 함께 근무했던 박완서(1931~2011) 작가, 역시 이들과 함께 초상화부에서 근무하던 황종례(1927~) 도예가의 작품과 출판본들이 함께 전시돼 의미를 더한다.
이들 세 명은 1952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미군부대 PX에서 궁여지책으로 가까스로 얻은 일자리에서 만나 함께 일하며 동고동락했던 사이로,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적인 화가와 소설가, 그리고 도예가로 우뚝 선 인물들이다.
미군부대 PX 초상화부(왼쪽부터 황종례,석선희,박수근).(사진제공=양구군청)
박완서 작가의 전시물로는 대표작인 장편소설 ‘나목’의 1970년 초판본을 포함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간행돼온 10권의 ‘나목’ 출판본, 중국과 미국 등에서 번역돼 출판된 책들이 전시된다.
이 외에도 ‘그 많던 싱아는 어디에 있을까’ 초판본과 번역본, 이두식 작가의 작품이 표지 그림으로 실려 있는 ‘도시의 흉년’ 초판본도 전시된다.
초상화부 시절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힘든 시대의 ‘초상’을 함께 그렸던 도예가 황종례(1927~ )의 전시작품은 귀얄문 도자기가 전시되고, 고려청자의 재현과 보급을 위해 일생을 바친 황종례의 부친 황인춘(1984~1950)의 청자 반상기, 전통과 가업을 계승하고 현대적 도예의 일반보급을 위해 애쓴 전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 황종구(1919~2003)의 백자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또 지난해 박수근미술상 제4회 수상자로 선정된 박미화 작가의 개인전이 16일부터 9월 13일까지 박수근미술관 내 현대미술관과 박수근 파빌리온에서 개최된다.
박미화의 작품에는 박수근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고뇌와 울림이 있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녹아있으며, 작품의 휴머니즘적인 주제와 재료, 형식적인 측면이 박수근의 작품세계 맥락과 이어지고, 작품을 통해서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한국미술계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에는 박미화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회화, 설치, 영상 등 총 187점이 선보이며, 박미화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엄선미 미술관장은 “이번에 개최하는 ‘나무와 두 여인’ 특별전은 박수근미술관에서 70여년 만에 작품으로 재회하는 박수근, 박완서, 황종례의 예술가로서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들의 뿌리 깊은 예술세계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었음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휴관상태였던 박수근미술관이 박수근 작고 55주기를 맞아 개최하는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위축된 문화예술계가 활기를 되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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