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경 작가, 소녀상 상표권 두 차례 신청…특허청 “소녀상,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킬 수 없어”
저작권 시비로 가려진 태백시 소녀상. 김 작가 부부는 최근 태백시에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로 유명한 김운성 김서경 작가는 2016년 6월 특허청에 ‘평화의 소녀상’ 상표등록출원서를 제출했었다는 사실이 일요신문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김 작가 부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작은 크기로 축소한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 진행을 시작해 온‧오프라인에서 작품을 판매 중이었다.
상표 등록 제품은 제20류(플라스틱제 조각품), 제28류(인형), 제35류(플라스틱제조각품판매대행업) 등이다. 출원인인 김서경 작가가 제출한 상표견본이미지에 따르면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 가운데 ‘상’이라는 문자 위에 도안화 된 새를 올라가 있는데 ‘평화의 소녀상’의 어깨 위 새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은 2016년 8월 11일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상표 출원 거절 결정을 내렸다. 의견제출통지서에 따르면 심사관은 “출원인이 제출한 출원상표‧서비스표 가운데 ‘도형’은 문자 위에 도안화된 ‘새’가 앉아있는 형태로 흔하고 특이성이 없으며 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작아 식별력이 없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으므로 상표법 제 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허전문법률사무소 관계자는 “공익상의 기준이 식별력 유무 판단의 본질적인 잣대가 된다. 즉 해당 표장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봤을 때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식별력이 없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최, 박, 김 등 흔히 있는 성 씨나 독도, 서울 등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을 상표로 쓰겠다고 상표 등록을 신청하는 경우 혹은 사회통념상 누군가 독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신청일 때는 식별력이 없다는 판단을 나올 수도 있다. 이번 건은 심사관이 ‘소녀상은 공익적 특성이 강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두 달 뒤인 2016년 10월 11일 거절 이유에 따른 보충 의견서를 제출해 재심사를 요청했다. 김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은 2015년부터 미술저작물로 등록이 되어 있으며 온‧오프라인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미 거래계에서 수요자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김 작가 부부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건상표서비스표는 정당한 권리자에 의한 상표서비스표출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식별력이 없다는 특허청의 의견에 대해서는 “새 도형이 ‘평화의 소녀상’ 문자 부분에 비해 작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마치 큰 수풀 더미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작은 새의 느낌을 주어 표장 전체로써 독특한 심미감을 가지고 있다“며 식별력을 구비한 표장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특허청의 의견은 달랐다. 보충 의견서를 검토한 특허청 심사관은 “미술저작물로 등록된 사실여부와 상표법상 상표 등록여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상표의 등록여부는 상표법상의 등록요건을 갖추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라며 “출원인은 거래계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출원인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녀상은 특정인이 만든 동상이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예술 조형물로 널리 인식되고 있어, 출원인의 주장과 같이 출원인만의 제품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작가 부부는 재심사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상표를 출원하지 못 했다.
상표권 등록을 거절당한 것은 김 작가 부부뿐 만이 아니다. 윤 아무개 씨는 김 작가 부부보다 3개월 앞선 2016년 3월, ‘독도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다. 특허청은 이때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기하기 위해 설치된 상징물인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서는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줄 수 없으며 상표도 문자인식력을 압도하는 수준의 특별현저성을 구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을 거절했다. 윤 씨는 추가로 제출한 ‘독도 자유의 소녀상’의 상표 출원도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평화의 소녀상’ 저작권은 김 작가 부부가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2015년 11월 19일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평화의 소녀상’을 미술저작물로 등록하여 권리를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작권과 상표권의 경우 서로 다른 용도로 적용된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우선으로 하는 반면 상표권은 권리 소유자가 아닌 소비자 및 수요자의 이익 보호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 목적이 강한 제품일수록 누가 만든 제품인지보다 제품에 깃든 의미가 중시되는 경우가 많아 발생한 차이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 작가 부부는 최근 태백시 평화의 소녀상 기념사업회에 “저작권 법 위반이니 소녀상을 폐기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소녀상은 지자체 소속 작가가 태백시의 의뢰를 받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운성 작가는 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있고 교육목적이라고 해서 저작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소녀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작은 소녀상’을 판매했으며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금을 정의기억연대에 후원했다”고 밝혔다. 본지는 ‘평화의 소녀상’ 상표권 등록 배경과 최근 불거진 저작권 논란 등을 묻기 위해 기사 의도를 밝히고 9일 오후 김 작가 부부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다. 이에 김운성 작가는 10일 오전 “오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