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감사원은 2017년 대구시의 하수슬러지 설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추진 방식이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는데도 권영진 시장이 특정업체에게만 사업제안서를 받아 213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권 시장은 공유재산법을 적용해 제3자 공고 등도 거치지 않았고, 협약 내용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담당 공무원의 보고를 받고도 묵살하고 협약 체결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같은 이유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권 시장에 대한 주의 처분과 사업 추진 관련자 4명에 대한 징계 및 주의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17일, 감사원 감사결과가 최근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먼저 사업추진 경위에 대해서 대구시 관계자는 “고화토(固化土)의 환경 유해성, 전용매립장 반입금지 등으로 고화토를 생산해 매립하는 방식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하수슬러지를 민간에 위탁해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됐으나, 고비용 및 안정적 처리의 한계로 하수슬러지 처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시는 하수슬러지 처리를 기존 건조고화시설에서 건조연료화시설로 전환시키기로 했으며, 국비 지원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시책에 따라 고화토 생산시설인 건조고화시설을 설치·운영(국비 30% 지원)했느나, 성능 및 운영상 문제로 감사원 중재에 따라 필터프레스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슬러지 감량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공유재산법에 의한 사업 추진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공유재산법에 의한 사업 추진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감사원은 감사기간 내내 민간투자사업은 민간투자법으로만 할 수 있고 공유재산법에 의한 민간투자사업 추진은 위법하다고 하면서, 제3자 공모를 생략함으로써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공유재산법에 의해 기부재산에 대한 사용·수익허가를 하는 방식으로 민간투사자업을 추진하는 것은 적법하고, 민간투자사업의 방식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청에게 재량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유재산법에 의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공유재산법에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르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투자법에서 정하고 있는 제3자 공모절차는 거칠 필요가 없게 된다”며 지난 4월 29일 선고한 대법원 판례을 제시했다.
사업자 선정 과정의 정당성도 주장했다. 시는 “감사원이 사업자 선정 과정이 부당하고 그 결과 213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했지만, 이는 두 사업자가 제안한 총사업비 및 운영비만을 갖고 단순비교 한 것으로 재정투자조건, 사업방식, 행정절차 이행에 따른 기회비용 등의 심층 비교·분석 없이 내린 결론으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반해 선정된 사업자의 사업계획은 공법, 공정, 처리용량 등이 시의 현실이나 사업 추진계획에 부합하는 것이었고, 긴급 현안 해결에 적합한 공유재산법에 의한 방식으로 사업기간 단축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또 “감사원은 두 업체의 제안서상 명목가격(회계비용)만 비교하고 처리용량 부족(경쟁사)에 따른 잔여 하수슬러지에 대한 민간위탁 처리비나 사전 행정절차 이행에 따른 지연기간 동안의 민간위탁 처리비를 기회비용으로 반영하지 않고 예산절감의 기회를 상실했다고 결론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와 같이 함수율 80%의 하수슬러지를 기준으로 하면, 시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의 전량(480t/일)을 건조연료화시설로 처리할 수 없고, 나머지는 결국 민간에 위탁하여 처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함수율 80%의 경우 480t/일 하수슬러지 발생하고, 시설의 처리 용량이 330t/일 임을 감안하면, 150t/일은 민간에 위탁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또 “이러한 민간위탁 처리비용에 민간투자법에 의한 경쟁사의 방식 추진 시 공유재산법에 의한 방식보다 최소 1년 6개월에서 최대 4년까지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민간위탁처리비용과 건조연료화 처리비용 간의 차액 등을 모두 합산하면, 경쟁사는 선정된 사업자보다 오히려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더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기부채납 협약의 적법성도 주장했다. 시는 “감사원은 공유재산법에 의한 민간투자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업자가 기부채납의 조건으로 총사업비 회수 등을 위한 수수료 지급 등을 요구하고 이를 약정(협약)하는 것은 공유재산법상 금지하는 기부행위의 조건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이러한 약정은 무상의 사용·수익허가를 할 때 시의 하수슬러지 우선처리의무(부담)를 부가하기 위해 그 부담의 내용을 미리 협의해 정한 것으로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약상 수수료 지급 약정은 재산 기부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하수슬러지 처리에 대한 대가이므로 위법하지 않고, 기부를 받기 전 협약을 통해 수수료 상한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은 합리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설사 수수료 지급 약정이 지방계약법의 적용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수의계약이 가능한 사유에 해당해 어느 모로 보나 위법·부당한 사업 추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관련 절차 이행에 대해서는 “공유재산법에 의한 민간투자사업 추진의 경우 최소 6~12개월, 최장 2~3년이 걸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타당성 및 적격성 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 사업기간을 현저히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공유재산법에 의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에 갈음해 대구경북연구원의 타당성 및 적격성 심사, 공유재산심의회의 심의, 시의회 동의, 사전컨설팅 감사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쳐 추진했다”고 부연했다.
또 “민간투자사업을 공유재산법에 의한 방식으로 할지 민간투자법에 의한 방식으로 할지는 그 당시 상황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으로 공유재산법에 의한 사업 추진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적법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유재산법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함에도 감사의 두려움 때문에 관행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면 문제를 계속 방치하는 결과가 됐을 것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현명하고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영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