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분가 위한 ‘선물’로 딱인데…
▲ 최태원 SK 회장(왼쪽). 작은 사진은 워커힐, 최신원 SKC 회장. |
최근 SK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요즘 들어 SK네트웍스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더라”고 전했다. 일부 사업에 대한 분할 소문이 나돌고 있는 까닭에 직원들이 향후 거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의 일부 사업 정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돼 온 사안이다. SK네트웍스는 정보통신과 무역, 석유제품 판매, 패션코디, 생활서비스, 그리고 수입차 판매를 포함한 카라이프 등 여러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으며 지난해 워커힐까지 흡수·합병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SK네트웍스는 계속 가져가야 할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채산성이 높지 않았던 수입차 사업을 축소하고 휴대폰 단말기 해외 유통에선 아예 손을 뗐다.
최근에도 실적이 좋지 않은 일부 사업에 대한 분할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소문엔 지난해 말 흡수·합병한 워커힐 사업 분할 가능성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 SK 측은 “SK네트웍스와 워커힐 간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워커힐이 적자 상태였던 까닭에 일각에선 합병을 워커힐 재무상태 개선을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SK네트웍스-워커힐 합병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자 SK가 맏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 SK네트웍스와 워커힐 경영권을 요구했다는 소문과 맞물려 큰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지난 1998년 최종현 SK 2대 회장 타계 이후로 그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총수직에 오르면서 고 최종건 SK 창업주 아들들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계열분리설이 줄곧 제기돼 왔다.
현재 워커힐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신원 회장은 선친의 애정이 깊었던 워커힐에 대해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워커힐 분할 소문은 ‘워커힐을 최신원 회장에게 넘겨주는 수순’이란 해석과 연결되기에 큰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현재 SK네트웍스와 워커힐은 1사 2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합병 이후 워커힐 홈페이지엔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이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다. 그런데 워커힐의 실질적 경영은 유용종 워커힐 사장이 챙기고 있다고 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워커힐 운영은 기존의 워커힐 경영진이 맡아서 하고 투자 같은 큰 문제는 전사 차원에서 결정한다”고 밝힌다.
항간에선 워커힐 조직이 SK네트웍스에 아직 잘 융화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지난해 합병 당시에도 워커힐 재무 상태 때문에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나선 SK네트웍스가 적자인 워커힐을 안고 가느니 차라리 워커힐을 오너 형제간 계열분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워커힐 분할 여부와 관련된 이야기들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합병한 회사를 왜 다시 분사하느냐”며 “그럴 거라면 굳이 합병할 이유가 없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한다. 이 관계자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재미 삼아 만들어낸 이야기일 것”이라 덧붙였다.
워커힐이 최신원 회장의 계열분리 수단으로 활용될지에 대해선 재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태원 회장은 SK네트웍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 2007년 워커힐 지분 40%가량을 SK네트웍스에 무상 출연한 바 있다. 선친 최종현 회장의 워커힐 사랑도 각별했기에 최태원 회장 역시 워커힐을 쉽게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선이 많다.
최신원 회장의 분가는 최태원 회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최신원 회장은 SKC 경영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의 SKC 지분율은 3.3%에 불과하다. 반면 최태원 회장의 SK㈜가 보유한 SKC 지분은 42.5%에 이른다. 계열분리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지닌 최태원 회장과 SK가 맏형의 자존심을 살리려는 최신원 회장 사이에서 워커힐은 당분간 여러 이슈를 만들어내는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을 듯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