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상근부회장 8명 중 7명 ‘낙하산’ 논란…“문체부 신규 협회 승인 거절, KATA에만 이권 몰아줘” 뒷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의 관계가 미심쩍다.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여행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지원 상품 공모’ 사업 과정에서 문체부와 KATA가 공정성 시비로 몇몇 중소여행사로부터 피소를 당했다. 사진은 가을 관광지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문체부 퇴임 인사에 대대로 상근부회장직 맡겨
1991년에 설립된 KATA의 1대 상근부회장은 전 교통부 육운국장을 지낸 김동연 씨다. 관광국이 애초 교통부에 속해 있다가 1994년에 정부 조직개편으로 문화체육부로 이관된 것을 감안하면 이유 있는 임명이다. 2대 상근부회장 박영준 씨는 대한여행사, 한성통운, 연방여행사 등을 거친 여행분야 전문가였다. 그런데 KATA의 상근부회장직은 2대 박영준 씨를 빼고 1대부터 최근 8대에 이르기까지 전부 문체부 혹은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출신이다.
업계 전문지인 여행신문의 1993년 5월 7일자 기고문에는 김동연 KATA 상근부회장이 KATA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김동연 상근부회장은 기고문에서 “막대한 조직력과 경험 있는 숙련된 인력을 가진 한국관광공사와 국적항공사는 인바운드 여행사의 모임체인 KATA와도 협조해야만 한다. 이 쉬운 일을 우리는 그동안 조직적으로 해내지 못했다. (중략) 외래관광객을 유치해 와서 송객해주는 여행사의 모임체가 바로 KATA라는 것을 상기하여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새 시대에 동참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여행업계 한 원로는 “문체부와 KATA 사이의 각종 정부지원사업 ‘짬짜미’가 벌써 수십 년째다. 퇴임 문체부 임원에 KATA는 특별임명직인 상근부회장 자리를 주고, 문체부는 KATA에 정부지원정책과 관련해 보답하는 식”이라 전하며 “그때는 어느 업계나 그런 전관예우가 관례처럼 되어 있어서 업계 사람들도 당연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좀 다른 시대인데 그런 행태가 여전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KATA의 역대 상근부회장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2000년에 KATA의 3대 상근부회장직을 맡은 이경하 전 한국관광공사 진흥본부장은 1974년에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해 파리와 홍콩 등에서 해외 지사장을 지냈고 홍보, 국민관광, 기획관리, 지역 개발 등 공사 내 여러 부서를 거친 바 있다. 2004년 KATA 4대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된 윤영귀 씨는 문화관광부 관광시설과를 비롯해 청소년국, 예술원 등을 거쳐 문화관광부 부이사관을 지냈다.
이어 2007년에는 문체부 산하 국립국악원의 국악진흥과장을 지낸 김진호 씨가 KATA의 5대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됐다. 김진호 씨는 35년간 조달청, 문화관광부 종무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국악원 등을 두루 거쳤으며 월드컵조직위원회 문화행사 공식행사부장에 재직하며 관광산업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당시 정우식 KATA 회장이 이사회에서 “KATA의 발전을 위해 관록과 역량을 고려해 문화관광부로부터 적합한 인물을 추천받게 되었다”고 설명한 부분이 여행신문에 게재됐는데 “상근부회장이 업계의 어려운 실정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업계가 적극적으로 도와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KATA가 관광진흥법 제 45조에 의거한 문체부 승인 사단법인으로 여행업 관련 유일한 업종별 협회이며 동법 제 46조에 의거해 지원사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KATA 홈페이지 캡처
당시 여행업계 일각에서 협회의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회고한다. 영입 차원이 아닌 문체부에서 협회로, 다시 말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다는 것. 30여 년 동안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여행사 대표는 “정부예산 지원사업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문체부 인사를 상근부회장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전했다. 2007년 당시의 논란이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2010년 KATA 6대 상근부회장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장, 국립국악원 국악원장 직무대리 등을 지낸 최무홍 씨가 선임됐다. 이어 2014년 KATA 7대 상근부회장을 지낸 김안호 씨는 국정홍보처와 대통령비서실(홍보수석실), 월드컵조직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9년 임명된 KATA 8대 현재 상근부회장 백승필 씨는 국정홍보처를 거쳐 문체부 감사관실 감사담당관 출신이다. 3년 임기는 2022년 3월31일까지다.
#직권과 이권 사이, 전관예우로 멍석 깔아주기
문체부는 여행산업 전반의 인허가권과 예산 지원 여부 등을 결정하는 국가기관이다. 협회의 각종 이권이 걸린 사업과도 떨어질 수 없는 구조다. 만약 문체부에서 이를 이용해 민간단체의 인사에 관여했다면 직권남용이다. 문체부는 “KATA가 관광진흥법 제45조에 의거한 문체부 승인 사단법인으로 여행업 관련 유일한 업종별 협회이며 동법 제46조에 의거해 지원사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행업계에선 KATA가 문체부 산하 여행관련 유일한 협회라는 부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체부는 1991년 이후 각종 협회의 승인요청에도 불구, 여행업 관련 협회 설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문체부 소관 체육관련 사단법인과 협회가 6000개가 넘는 것과 비교된다.
비영리법인인 한국공정여행업협회(KAFT)는 “문체부에 협회 승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보냈지만 승인은 2년째 거절되고 있다. KATA로 들어가라는 답변만 받았다. 문체부 소관 사단법인이 되면 정부지원에 참여할 수 있고 정책참여도 가능하지만 허가가 안 나와 어쩔 수 없이 비영리법인으로 운영 중이며 정책참여를 원함에도 번번이 소외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랫동안 문체부와 KATA의 유착을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충분한 합리적인 사업이라면 당연히 문체부에서 승인하고 지원하는 것이 맞을 텐데도 굳이 문체부 출신 인사가 계속 상근부회장직이 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내막에 대해 KATA는 “딱히 답변드릴 말이 없다”면서도 “다른 관광협회들도 비슷한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에도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문체부의 KATA 소관 부서인 문체부 관광기반과와 대변인실에 모두 문의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았다.
2015년 강화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일했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로비스트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그럼에도 고위 공무원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전관예우 사례는 꽤 있다. 올해 6월 환경부가 환경책임보험사업단 초대 단장에 환경부를 퇴직한 A 씨를 임명한 사례만 봐도 그렇다. 최근 민간 손해보험사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설립된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은 기존 보험연구원 및 보험개발원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 ‘퇴직한 공무원 자리 만들기용’ 단체이자 ‘민간 손해보험사들 봐주기용’ 단체라는 오명까지 썼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