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부담 1만원’ 조건 탓 고가 호텔 위주 판매 가능성…운영대행사 인터파크 선정도 논란
한국관광공사는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사업으로 총 100만 명에게 7만 원 이하는 3만 원, 7만 원 초과는 4만 원의 숙박비를 지원한다.
#1만 원 때문에 손해, 우는 여행사
그런데 이 사업에 참여해 예약 대행을 하게 되는 여행사(OTA, Online Travel Agency)들의 입장이 난감하다. 정부가 참여 여행사에 지원금 가운데 1만 원을 부담하게 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보통 숙박 예약 마진이 10% 내외다. 1만 원의 마진을 남기려면 최소 10만 원짜리 방을 팔아야 하는데 7만 원 이하의 방을 팔아도 1만 원의 자부담금을 내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 사업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참여 여행사가 7만 원짜리 방을 팔아 7000원이 남는다고 하면 1만 원의 자부담금을 내기 위해 3000원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모자란 금액은 고스란히 현금으로 메워야 한다. 10만 건의 예약을 받으면 2억~3억 원의 손해가 나는 구조다. 그는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7만 원 이하 방들은 페이지에서 전부 없애고 고가 숙박 위주로 팔아야 마이너스를 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고가 브랜드호텔과 리조트 위주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7만 원 이하로 가격이 책정된 펜션, 모텔, 민박, 게스트하우스 등을 여행사에서 의도적으로 제외시킨다면 소규모 숙박업체들의 9~10월 단기 경영난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풍선효과의 수혜는 대형 리조트와 기업형 호텔에게 돌아간다. 또 마이너스 마진의 부담을 안고라도 이 기회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아 소비자의 소비습관을 가져오고 싶어 하는 자본금 두둑한 대규모 예약업체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이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등은 팔면 팔수록 마이너스를 보는 이번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자부담금이 부담스럽더라도 섣불리 사업 참여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 행사를 통해 100만 명이 할인쿠폰을 받아 9~10월 숙박을 예약하게 되므로 할인 쿠폰 없는 일반 숙박 예약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행객 가운데 상당수를 할인쿠폰 사업에 빼앗기는 꼴이 된다. 사업에 참여해야 그나마 숙박 예약을 받을 수 있고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규모 여행사들의 예약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사업에 참여하는 여행사들은 손해를 떠안을 수만은 없기에 자부담금 1만 원은 숙박업체에 전가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할인 사업이 없었다면 6만 원이었을 방 값이 8만~9만 원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2만~3만 원의 지원금을 오롯이 부담하는 것이 맞지, 굳이 여행사 자부담금 1만 원을 더해 가뜩이나 어려운 여행사들에 부담을 주고 시장 교란의 여지를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지원사업 참여시 의례 자부담 비율을 두는 것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 같다”고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3만~4만 원의 숙박 지원금 중 참여 여행사는 건당 1만 원을 부담하게 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인터파크가 컨트롤타워, 시스템은 아직?
문제는 또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운영대행사 선정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숙박할인쿠폰 사업을 위해서는 여행사들과 운영대행사 사이의 시스템 연동이 필요한데 당장 개발이 용이하지 않은 회사가 운영대행사로 선정돼 여행사의 불편과 추가개발비용을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에 주요 통합관리 운영대행사로 선정된 곳은 인터파크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할인쿠폰과 관련해 대다수의 여행사들과 연동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참여를 원하는 여행사는 인터파크와 연동을 위해 시스템 개발을 해야 한다. 개발비도 각 사 부담이다. 인터파크와 시스템이 연동되어 있지 않은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인터파크의 쿠폰시스템과 연동·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자사의 단독 판매채널이 없는 업체는 연합으로 참여할 수 있긴 하지만 인터파크가 모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관광공사는 나라장터를 통해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했지만 선정된 인터파크가 운영 대행사로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참여사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참여 업체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했던 11번가나 이베이는 오픈마켓이라 이미 대부분 굵직한 여행사들과 연동이 되어 있다. 자체 쿠폰발행시스템도 이미 갖춰져 있기에 시스템을 새로 개발할 필요도 없다”며 “운영대행사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나라장터를 통해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했지만 선정된 인터파크가 운영 대행사로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참여사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실무를 잘 모르는 교수진을 활용한 블라인드 입찰 심사 방식 자체가 사업의 전문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7월 30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심사위원의 ‘위원별∙항목별 평가점수 공개표’를 보면 A 업체는 총점이 70.20점, B 업체는 70.80점, C 업체는 70.80점이다. 업체별 심사위원의 점수 차가 미미하다. 또 평가항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전문가가 보아도 허점투성이다. 공사는 7명의 심사위원 명단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본 관련 시스템 전문가는 “평가항목이 너무 애매하다. 시스템의 우위나 편리성 여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평가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또 “평가항목별 최고 및 최저 점수를 제외한 산술평균이 오히려 업체의 약점을 감춰주는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태의 시스템 완성도가 아니라 시스템 구축 계획만으로 심사를 진행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사업 참여를 고민 중인 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인터파크와 연동 시스템을 개발해 놓았거나 개발 중인 야놀자 같은 대형 업체에 유리한 사업이 될 수 있다. 1차 배포 기간 내에 개발을 마치지 못하면 2차 배포 기간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때는 이미 할인쿠폰의 70%가 소진된 시점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1차로 8월 14일에 숙박할인쿠폰 페이지를 오픈해 70만 장을 배포하고 8월 28일에 2차로 30만 장을 배포할 예정이다. 할인쿠폰 총 100만 장 가운데 3만 원권은 20만 장, 4만 원권은 80만 장을 풀겠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파격적인 할인쿠폰이니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비춰 하루면 쿠폰이 소진될 가능성이 높고 길어야 이틀 안에는 할인쿠폰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사들은 할인쿠폰의 배포시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시스템 개발 전문가는 “2주 안에 인터파크와 연동 개발을 해야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는데 인터파크가 오늘(7월 30일)까지도 연동 API 스펙을 확정하지 못해서 개발을 착수한 곳이 없는 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간 제 날짜에 시스템을 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파크는 시스템 운영 대행사 입장으로 직접 숙박 예약을 받지는 않지만 쿠폰발행과 시스템 연결 등으로 숙박 예약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소비자가 어떤 여행사에서 예약을 하든 상관없이 100만 건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자부담금도 없다. 이에 대해 한 참여 여행사 관계자는 “인터파크는 여행사 상품을 팔아주는 이커머스 오픈마켓들과 달리 참여 여행사들과 같은 여행사 입장인데 어떻게 운영대행사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며 사업의 불합리성을 제기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대국민 숙박할인 쿠폰사업에서 해외 OTA가 제공하는 숙박시설에는 발급 및 사용이 불가하다는 조항을 넣어 우리 기업에 온전히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지만 자부담 1만 원의 조건이 있는 한 참여 여행사에 얼마나 이익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나랏돈이 쓰이는 정부사업이니만큼 그 혜택이 소비자는 물론 중소규모의 숙박업체와 여행사에까지 돌아갈 수 있을지, 혹은 몇몇 대형 여행사와 예약대행업체, 대규모 리조트와 호텔 등의 숙박업체에 혜택이 쏠리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