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석발생으로 인한 ‘통행금지 구간’은 광물채취 현장
부론면에 위치한 섬강 자전거길 진입로에 통행을 금지한다는 원주시청의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원주=일요신문] 섬강 일대의 비경을 담은 ‘섬강 자전거길’ 일부 구간이 통행이 금지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섬강 자전거길은 남한강 본류에서 원주에 이르는 24km 구간으로 섬강 일대의 비경을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면서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일부 구간(약 1.5km)이 통행이 금지된 채 수년째 인근 지방도 49호선 방향으로 우회하도록 하고 있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해당 자전거길 진입로 입구에는 ‘낙석 발생 위험 구간’으로 인해 통행을 금지한다는 원주시청의 안내 표지판이 녹이 슨 채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과 자전거 동호인들은 통행이 금지된 이 구간을 통행하고 있었다. 표지판을 보지 못했거나 우회하는 길이 멀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전거 동호인 A씨는 “해당 구간을 지나는 사람 중에는 안내 표지판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동호인들이 꽤 많다” 며 “MTB(산악용자전거)를 이용해도 공사현장 바닥에 돌 등이 많아 위험하긴 하지만 우회하는 길이 많이 돌아가는 코스이고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라 그냥 조심해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낙석 발생 위험 구간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가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통행금지 위험’이라고 안내한 구간에는 광물채취를 위한 차량 진출입구와 작업 현장 등으로 사용 중이었다. 자전거 도로와 주변에는 대형차량과 중장비, 채굴 장비 등이 세워져 있었고 인근 바닥에는 돌덩이, 광물채취 부산물, 자갈, 모래 등이 쌓여 있었다.
광물채취현장으로 통행금지된 ‘섬강 자전거길’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S업체가 자전거길이 조성되기 전에 채굴허가를 먼저 받은 상태이며 자전거길 조성사업은 4대강 관련 사업으로 당시 국토부에서 진행했고 이후 원주시가 이관받아 관리를 하고 있다”며 “해당 구간은 개인과 국유지가 공유 하고 있는 토지”라고 밝혔다.
덧 붙여 “해당 구간에 대한 채취 허가가 올해 만기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후 진행 상황에 따라 국토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 채취허가가 끝난다고 섬강 자전거길이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더 기다려봐야 한다. S업체가 이미 채굴 연장신청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원주시청 허가 담당자는 “S업체의 채굴 연장신청 결과가 10월 쯤 나올 예정이지만 자세한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물채취 허가가 난 지역에 조성된 자전거길과 기존에 설치된 자전거길을 끊고 광물채취가 이뤄지는 모습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원주에 거주하는 시민 K모씨는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자전거길, 탐방로가 낙석위험 구간이라는 핑계로 골재 채취업자의 이익을 목적으로 통행금지 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 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덧붙여 “관할 당국이 투명한 진상 규명을 통해 하루빨리 자전거길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선민 강원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