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씨의 3남 재만씨 소유의 서울 한남동 28-2번지 한 남프라자’ 전경. 건물 가격이 1백억원대에 이르고 월 임대 수입만 7천만원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 ||
전씨는 지난 97년 불법비자금사건으로 추징금 2천2백4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이중 1천8백92억원을 아직도 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명시 심리재판에서 전씨는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은 왜 안 내주느냐”는 판사의 신문에 “그들도 ‘겨우 생활하는 정도’라 추징금 낼 돈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씨의 아들과 며느리 손자 등 직계가족의 재산이 최소 2백억원대에 이른다’는 지난 573호(5월11일자) <일요신문>의 추적 기사에 이어, 이번에 3남 재만씨가 1백억대 빌딩을 소유하고 있고 막대한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실이 새로 확인돼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전씨는 지난 재산명시 심리재판에서 “왜 추징금을 내지 않느냐”는 판사의 신문에 “돈이 없어서 못낸다”며 “전 재산이 29만1천원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재판부는 전씨에게 제출한 재산목록을 보정하고 친인척의 재산목록까지 추가 제출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전재만씨가 소유하고 있는 빌딩은 ‘대사관 밀집 지역’인 서울 한남동 28-2번지에 위치한 한남프라자.
빌딩 바로 옆에는 멕시코 대사관과 방글라데시 대사관이 위치해 있다. 또 건너편에는 이탈리아 대사관이 있으며 국내 거주 외국인들과 일부 국내 부유층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고급주택가들이 자리잡고 있다.
한남프라자는 지하 4층 지상 8층의 건물로 대지 면적은 약 2백70평(8백90㎡)이다. 부동산등기부에는 전재만씨가 이 건물을 지난해 5월 김아무개씨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인근 부동산업자와 건물 관리인에 따르면 건물 내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층당 면적은 평균 1백40평 정도라고 한다.
파란빛 유리창으로 외곽이 둘러 쌓여 있는 이 건물은 언뜻 보기에 다소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건물에 붙어있는 간판들이 대부분 독일어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건물의 대부분은 독일계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건물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건물 8층에 독일상공회의소가 입주해 있기 때문에 독일계 기업들이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관계자는 “한 기업이 몇 개 층을 한꺼번에 빌려 사용하는 곳도 있고 한 층을 칸막이로 나눠서 2~3개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층도 있다”고 밝혔다.
이 건물 지하 4층은 기관실로 사용되고 있으며 건물 관리사무실이 위치한 지하 2층엔 70평 정도의 공간이 비어 있다. 지상 4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층은 현재 모두 세를 놓은 상태다.
8층을 비롯해 지상 1층은 독일상공회의소측이 회의와 행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계 루프탄자항공 사무실도 1층에 자리잡고 있다. 독일계 다국적 기업 (주)하이델베르그가 지상 5, 6층과 지하 1, 3층을 사용중이고 역시 독일계인 유가공업체 (주)디엠푸드가 7층에 입주해 있다.
▲ 지난 4월28일 법정진술 후 경호원 등에 둘러싸여 돌아가는 전두환씨. | ||
전재만씨가 소유한 한남프라자의 시가는 줄잡아 1백억원은 넘을 것이란 게 인근 부동산 업자들의 얘기다. 비교적 부유층들이 모여 사는 이 건물 일대의 평당 시세는 약 1천만~1천2백만원 정도. 지금도 땅값이 조금씩 오르는 중이라고 한다.
한남프라자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한남프라자 건물 가격이) 적어도 1백억원은 넘을 것”이라 추정했다. 이 업자는 “한남프라자가 지어진 게 지난 96년 11월인데 건물이 완성되자마자 건물주가 매각하려고 97년 초부터 부동산업소에 내놓았다. 건물주나 우리는 당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95억원에서 1백억원 선을 판매 적정가격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업자는 “당시보다 시세가 오르면 올랐지 결코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의 다른 부동산업자도 “한남프라자 건물 실평수를 합치면 1천 평은 훨씬 넘을 것”이라며 “평당 시세가 1천만원을 상회하니 건물 시세가 족히 1백억원은 넘고도 남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건물을 통해 전재만씨가 올리는 임대 수입은 과연 얼마나 될까. 건물 관리사무실측과 건물 관리인은 정확한 임대 수입 내역을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다. “개인적인 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업자들의 다음과 같은 설명에서 어느 정도 수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 건물주가 비어있는 지상 4층에 세를 놓기 위해 세입자를 구하는 중이다. 사용 가능한 실평수는 약 1백45평 정도며 월세는 8백만원에서 9백만원 사이가 될 것이다. 관리비를 합치면 1천2백만원에서 1천3백만원 정도가 된다. 다른 층들도 세입자의 선호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상 4층의 조건과 거의 비슷하다. 한 층을 나눠 쓰는 경우도 있지만 한 층을 함께 쓰는 기업들이 지불하는 월세를 합치면 8백만~9백만원선으로 층당 월세 가격엔 별반 차이가 없다.”
한남프라자는 현재 비어있는 지상 4층과 지하 2층 그리고 기관실로 사용중인 지하 4층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층 전체에 세를 놓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의 설명대로 한 층당 월세를 8백만~9백만원으로 친다면 전재만씨가 9개 층에서 모두 7천2백만~8천1백만원 정도의 임대 수입을 매달 올리고 있는 셈이다.
돈이 없어 추징금을 못 낸다는 전두환씨와 1백억원대 건물을 소유한 30대 초반의 셋째아들 전재만씨. ‘빚투성이 아버지와 억만장자 아들’이라는 기묘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