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용궁1제 수위관리 부재, 폭우로 저수지 범람 하류지역 수해…붕괴위험 ‘아찔’
남원시 주천면에 소재한 용궁1제 저수지가 집중호우 일기예보에도 사전에 수위를 조절하지 않아 제방이 범럼하면서 여방수로 안쪽 제방이 크게 유실된 상태로 붕괴 우려를 낳고 있다
[남원=일요신문] 재해위험시설로 지정된 산간지역 저수지가 집중호우 예고에도 불구하고 만수위를 유지했다가 폭우가 내리면서 갑자기 범람해 붕괴 직전의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확인돼 인근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새벽 4시 30분경 인근 용궁리 용궁1제 저수지가 범람하면서 하류 수량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수로가 붕괴돼 주변 농경지에 토사가 밀려 쌓이고 건물 주위가 유실되면서 대형사고를 우려한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저수지에서 수로를 따라 4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소속인 기도시설의 경우 7일부터 내린 호우로 인해 평상시보다 수량이 증가하긴 했으나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8일 새벽이 갑자기 수로의 수량이 갑자기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도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기도원 옆을 통과하는 수로가 수량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붕괴돼 마당으로 물길이 만들어져 식당건물과 기도처 담벽의 기초가 노출될 정도로 토사가 유실되고 도로에 토사가 30~50㎝ 두께로 쌓이는 등 난장판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저수지의 해발고도가 280m로 210m인 기도원보다 70m나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수로가 계곡과 다름없는 형태여서 일시에 많은 수량이 빠른 유속으로 내려와 사전에 손을 쓸 틈도 없이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는데도 이날 오전 9시가 넘어서야 남원시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기도원 직원들에게 대피를 안내하고 하류에 위치한 호경마을에서 마을 방송을 통해 제방 붕괴 가능성을 알리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다행히 기도원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에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제방 붕괴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 전개돼 남원시의 재해위험시설 관리와 허술한 저수지 수위조절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집중호우 기상예보가 있었고 실제로 폭우가 내렸지만 이를 대비해 저수지 수위를 조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사전에 수문을 열어 방류했다면 수로에 흐르는 수량이 평상시보다 많아야 했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저수지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쏟아지기 시작하기 전까지도 저수지가 거의 만수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수 발생시 방류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홍수량을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방류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용궁1제 현장에서는 7~8일 폭우로 범람하면서 제방 붕괴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29일 현재 수위가 낮아 제방의 몸체가 드러나 있는데 저수지가 범람하는 과정에 제방보다 낮은 여방수로에 수량이 일제히 몰리면서 여방수로 안쪽 제방이 크게 유실돼 보강공사가 시급한 상태이다.
저수지 제방에 수위 표시도 안돼 있어 수위 관리도 주먹구구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저수지와 연결되는 차도는커녕 인도조차 개설되지 않아 제대로 된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를 방증하듯 제방 바깥면에는 잡초와 잡목들이 무성했다.
용궁1제는 남원시 주천면 용궁리 산24-1번지 일원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1970년 준공된 저수지로 총저수용량 1만 8,710톤에 제방길이 44m, 제방높이 10m 규모이다. 저수지 안전진단 결과 D등급으로 2019년 4월 5일 남원시가 재해위험저수지로 지정 고시했다.
재해위험저수지 지정고시도 부실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지정 고시된 용궁1제의 재해위험저수지 지정계획 면적 10만 4,000㎡에 이번에 피해를 당한 무속인 기도시설 일대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복구공사도 늑장을 부려 비난을 사고 있다. 기도원은 수로가 붕괴된 상태에서 또 다시 폭우가 내릴 경우 추가 피해가 우려돼 이틀 뒤 서둘러 사비를 들여 수로를 정비하고 시설을 보수했으나 피해조사나 보상방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재해위험저수지로 지정해 놓고 그동안 남원시가 관리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며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태에서 사전에 방류를 하지 않은 것은 공무원들의 안이한 안전의식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집중호우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주천면 담당자에게 수문을 개방해 수위를 조절할 것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 같다”며 “내년 정부의 재해위험저수지 정비사업에 신청한 상태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