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고민 비우고 아침엔 햇살 충전
수면은 모든 생물에게 부여된 의무적인 휴식시간이다. 하지만 하루가 짧은 현대인들이 매일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일본 수면 연구의 일인자 엔도 씨는 “수면은 단지 몸만 쉬는 것이 아니라 심신을 유지하기 위한 의무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올바르게 수면 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3시간은 대량의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지친 육체, 음주로 부담이 가해졌던 내장,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 등을 회복시켜 준다. 그는 또 “일본 스모선수들은 아침 훈련이 끝난 뒤 잔코(스모선수들이 먹는 전골요리)를 먹고 낮잠을 자는데 이것이 실은 훈련으로 손상된 근육세포를 수면으로 회복시켜 더욱 큰 근육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매일 건강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먼저 ‘체내시계’를 매일 조정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잠이 들고 적절한 호르몬 분비를 얻기 위해서는 체내시계가 올바르게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수면부족이나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체내시계에 맞춰진 생활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인간의 체내시계는 25시간 주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차이는 생기고 만다. 그래서 체내시계를 매일 수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태양의 빛은 체내시계의 차이를 리셋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체내시계를 자극하는 것은 눈 안쪽의 시신경이 교차하는 부분에 있는 ‘시교차상핵’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고 밖의 밝은 태양을 바라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호흡법이다.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머리를 많이 사용한 날은 잠에 들기가 쉽지가 않다. 빨리 잠들기 위해 자세를 바꿔보고 베개의 위치를 바꿔 봐도 정신은 말짱해 짜증만 더할 뿐이다. 호흡 전문가 아오야기 씨는 “환절기 등 계절이 바뀔 때에는 자율신경이 망가지기 쉬운 시기다. 심한 경우에는 불면뿐 아니라 자율신경실조증이 일어나 심박이 불규칙해지고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증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자율신경의 손상을 막기 위해 호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경을 안정시키려면 교감신경을 자극하면 되는데 그것을 컨트롤하는 것이 호흡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안정된 상태에서는 규칙적인 호흡을 하게 된다. 반대로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호흡도 부자연스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산소를 충분히 뱉지 않은 채로 들이마시기만 했을 때 일어나는 과호흡 등이 전형적인 증세다. 아오야기 씨는 “호흡은 부작용이 없는 좋은 약”이라고 설명하며 “사람은 ‘응아’하고 호흡을 뱉어내면서 태어나고 ‘숨을 거두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호홉 들이마시는 것보다는 내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호흡을 할 때 보통 숨을 들이마시기부터 하지만, 먼저 폐 속에 있던 오래된 탄산가스를 뱉어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숨을 뱉는 동작은 부교감신경을 자극시키고, 들이마시는 동작은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억지로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스트레스만 더해져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곧바로 잠자기가 어렵다고 생각이 들면 일단 일어나 이불 위에 앉아 등을 곧바로 펴고 ‘숨을 뱉고 들이마셨다가 멈추는’ 각각의 동작을 5초간 반복해보자. 숨을 뱉으면서 ‘하나…둘…셋…’하고 천천히 세어가면서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반복하다보면 숫자를 세는 것으로 명상효과가 일어나 복잡한 생각이 사라진다.
아무리 숙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충분한 수면시간조차 확보하기가 어려운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앞서 나온 엔도 씨는 그의 저서 <4시간 반 숙면>에서 수면시간을 줄이고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렘수면’ 상태는 정신을 충전하고, ‘논렘수면’상태는 몸을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며 “수면 전문의로서 추천할 수 있는 최소 수면시간은 4시간 반이다. 단 평일에만 그렇게 하고 주말 중 하루는 7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다. 4시간 반의 수면에서는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 ‘논렘수면’은 충분하다고 치더라도, 정신적인 휴식을 실시하는 ‘렘수면’이 조금 부족하다고 한다. 그 부족분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주말의 충분한 숙면”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은 23시 이후. 수면 중의 에너지원인 코르치졸이 분비되는 것은 오전 3시 이후다. 그래서 오전 1시에 취침하고 아침 5시 반에 기상하는 4시간 반 수면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잠들기 전 졸졸졸…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눈이 떠지면, 그때부터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깨는 횟수도 더 많아진다. 몇 번씩 깨기를 반복하다가 아침이 돼버렸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알코올의 이뇨작용 탓이다. 소변이 방광에 쌓이면서 강하게 자극해 수면 중에도 눈이 떠지는 것이다. 게다가 화장실 조명 탓에 눈이 부셔 잠을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보통 잠들기 직전까지 술을 마시면 수면의 질이 저하된다고 한다. 알코올은 뇌를 흥분시키기 때문에 수면의 리듬을 깨뜨린다. 알코올 기운으로 눈을 감고 있더라도 실은 뇌는 깨어있는 상태로, 알코올이 없어질 즈음인 아침이 돼야 진정한 의미의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밤중에 깨도 다시 숙면을 취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술은 취침 3시간 전에는 안 마신다. 2.잠들기 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기른다. 3.발소리나 인기척만으로 불이 켜지고 꺼지는 조명을 준비한다.
화장실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것이 싫다고 해서 잠들기 전에 물을 안마시고 참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잠든 동안에도 땀을 흘리기 때문에 다소의 수분 보충은 필요하다. 그 대신 잠들기 직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자.
조명의 밝기를 줄이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침대 밑에 조명을 설치하면 발밑을 비춰주어 방 안에 불을 환하게 켜지 않아도 안전하게 화장실을 오갈 수 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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