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이어진 ‘체력강화’ 훈련법…운동기 질환으로 휴양중인 말 복귀 앞당겨
경주마는 수영 훈련을 통해 체력 강화 또는 재활을 한다. 2015년 3월 5일 렛츠런파크부산 경주마들이 봄을 맞아 수영장에서 체력단련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는 1937년에 델마경마장(서부 캘리포니아)이 개장되고 조교사가 근처의 태평양 연안에서 경주마를 수영조교 시킨 게 시초다. 이 경주마들은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풀장을 사용한 수영 운동의 역사는 1955년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세계 최초 수영장을 만든 때부터라고 한다. 그 후로 많은 나라에서 경주마에게 수영을 시켜 체력을 보강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각국 경주마 트레이닝 센터에 말 수영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부산경마장과 제주도 육성 목장 그리고 원당 종마 목장에 말 수영장이 있어, 육성마들에게 수영조교를 시킨다. 서울경마장에도 두 개의 말 수영장이 있다. 서울경마장은 1988년에, 원당종마목장은 1984년에 원형풀장을 개장했다.
제주도 조랑말 경주마의 경우 훈련할 수영장은 없으나, 고삐 줄을 길게 하여 보트에 매달고 바닷속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끌고 들어가 수영훈련을 시킨다. 그런 말들이 종종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한다.
수영조교의 대상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운동기 질환에 걸려 ‘휴양’ 중인 말이다. 관절염이나 인대염에 걸린 말들은 지상에서 운동을 하면, 무거운 체중과 운동 시 가해지는 충격에 의해 환부에 무리를 줘 치유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장기간 운동을 전혀 시키지 않는다면, 체중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말의 컨디션도 전반적으로 나빠져 나중에 운동기 질병이 치유되더라도 그 전만큼 잘 달리지 못하거나,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손해를 본다.
그러나 이런 말들에게 수영을 시키면 환부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체중 유지, 심폐기능 발달, 사지 근육 퇴화 예방 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질환을 앓고 있는 관절이나 인대의 주변 조직들을 강화시켜, 보상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운동기 질환 치유를 촉진한다. 운동기 질환이 치유와 훈련을 병행해 경주 복귀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주마의 수영 운동은 어디까지나 보조운동이다. 말이 달리는 곳은 경주로다. 지면을 박차고 달릴 때는 마체의 운동기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진다. 수영 운동만으로는 이런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지지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경주로상의 본 조교에 충실해야 하며, 수영 운동은 보조적 훈련 수단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 의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