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무관중 땐 매출 6조 감소 등 타격 심각…정부 “사회적 공감대 형성 필요” 고심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6월 19일부터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며, 한국마사회가 최악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사회 개점휴업 중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경마는 ‘개점휴업’ 상태다. 경마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 23일 운영을 중단했으며, 이후 6월 19일부터 경마 관계자만 참여한 무관중 경기를 시행하고 있다. 야구나 축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의 경우 입장객이 없어도 중계권료 등의 수입을 챙길 수 있지만 경마는 다르다. 경마장에 입장해야만 마권을 구매할 수 있다. 외부에서 마권을 판매하는 장외발매소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현재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관중이 없음에도 경마를 진행하는 이유는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자체 보유금을 활용해 상금, 운영비 등을 지출하고 있지만 매주 70억 원가량의 지출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마사회는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직원 휴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의 주된 수입원인 경마 중단으로 매출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마사회가 현재까지 파악 중인 매출 손실은 지난해 대비 5조 원가량이다. 연말까지 무관중 경마를 지속할 경우 연간 매출액은 9800억 원 정도로 지난해(7조 3572억 원)보다 6조 4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마 매출 급감은 세수 부족과도 연결된다. 마사회는 지난해 기준 농어촌특별세 등 국세(3983억 원)와 레저세 등 지방세(1조 597억 원) 등 1조 50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냈는데 올해는 약 1조 원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340억 원)의 70% 수준인 938억 원을 축산발전기금으로 내놨지만, 올해는 5700억 원대 당기순손실이 예상돼 납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말산업 붕괴 상황” vs “청소년 접근 우려”
마사회 경영 악화로 세수감소 등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경마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경마장이 아닌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서도 마권을 살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8월 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은 “마사회 상황이 어려운 만큼 빨리 온라인 경마를 대안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말산업이 붕괴되는 상황인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신속한 정책 대응을 촉구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방안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해당 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의원 입법 형태로 제출됐다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정치권 주장에 대해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마사회가 어려운 상황인 건 알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경마를 허용하는 것은 (성격이) 다른 부분”이라며 “사행산업인 만큼 (온라인 경마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대비책을 사전 준비하고 제도적 (안전장치) 검토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경마를 시행하면 매출 증가에 따른 관련 산업 재원 확보와 수십조 원에 달하는 불법도박 견제 등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 등의 접근이나 도박 중독 확산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청소년 접근을 막고 도박 과몰입 등을 예방하기 위한 마사회의 관리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국회와 사회적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정책 결정을 해나갈 예정이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말산업이 활성화된 해외 국가와 달리 국내에서 경마는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경마를 위한 자체 관리 방안 마련은 물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