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 하는 걸그룹 여기도 있네…
2005년, 오타쿠들의 성지라 불리는 도쿄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전용극장에서 활동을 개시한 AKB48은 ‘언제든지 극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오타쿠들 사이에서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여 명으로 시작된 이들 그룹은 인기가 높아지면서 48명의 정규멤버 이외에도 A팀, K팀, B팀에 소속된 연구생이 각각 15명씩 있고, 패밀리 그룹인 SKE48의 멤버 등을 합하면 약 100명이 넘는 인원으로 재구성됐다.
그런데 AKB48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이들을 둘러싼 의혹과 루머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성년자가 대부분인 그룹 멤버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연말부터 방송국 고위 관계자들에게 성상납을 해서 출연권을 따냈다는 이른바 ‘성상납 의혹’이 나돌더니 지난 2월에는 멤버들 사이에서 소속사 사장인 구보타 야스시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등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 기사에 대해 한 멤버는 잡지 인터뷰에서 사장과 특정 멤버 사이에 “물론 성관계도 있다”고 증언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루머의 주인공으로 자주 오르내리는 멤버는 그룹에서 인기 넘버원과 투를 다투는 마에다 아쓰코(19)와 시노다 마리코(24). 시노다는 구보타 사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사장이 준 신용카드로 마음껏 쇼핑을 하는 등 이른바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문으로 한때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제2의 시노다 마리코를 꿈꾸며 사장의 눈에 들기 위한 멤버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이다. 퇴출당한 전 멤버는 “사장이 연습실에 오기라도 하면 ‘오늘 옷 멋있으시네요’라며 다가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사장의 총애를 받는 멤버에게 잘 보이면 사장과 식사할 자리에 불려나갈 기회도 얻고, 백화점에 가서 수백만 원어치의 선물을 받기 때문에 소녀들의 신경전과 확연한 권력구조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런 AKB48를 두고, 구보타 사장의 연인을 키워내기 위한 훈련소이며 멤버들과 연구생들은 모두 사장의 ‘기쁨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 구보타 사장과 소속멤버 토모미, 마에다. |
‘성상납’ 의혹과 무리한 스케줄과 관리에 시달리고 있는 딸을 지켜보던 한 멤버의 부친은 일본의 대중지 <주간문춘>을 통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딸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딸을 가진 부모로서 더 이상 모르는 척하고 있을 수 없었다. 꿈을 좇아 노력하고 있는 딸을 응원하고 싶지만 이런 꼴을 당하느니 AKB48을 그만두게 하고 싶다”고 고백한 그는 “작년 총선거에서 딸이 상위권에 들게 되었고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아침 첫차로 집을 떠나서 마지막 전철을 타고 집에 들어왔고, 쉬는 날은 한 달에 한두 번 될까 말까였다”라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총선거’란 멤버 100여 명의 인기순위를 팬의 투표로 정하는 것으로, 21위까지의 순위가 ‘선택조’로서 CD의 레코딩과 뮤직비디오의 촬영에 참가할 수 있으며 22위에서 30위까지는 ‘언더걸즈’(under-girls)라는 이름으로 미니음반에 참여할 수 있다. TV와 잡지 등에 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선택조’ 안에서도 상위 12명 정도는 ‘미디어(매체)조’라고 불린다. 상위에 랭크될수록 사람들 눈에 띌 기회는 점점 많아지고 동시에 멤버들 간의 격차는 벌어진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선택조’에 포함된 딸의 수입은 한 달에 10만 엔(약 12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시간당 평균 800엔에서 1000엔 정도의 높은 인건비를 받는 일본에서 국민 아이돌의 수입이 10만 엔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수준이다. 그나마 그 정도의 수입이라도 꾸준히 받고 있는 것은 딸을 포함해 서너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 2월에 발매된 싱글앨범이 30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고, 4월에 발매된 앨범 역시 각종 순위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데다 각종 공연 수익과 AKB48 출연 드라마 <마지스카 학교>의 성공 등을 생각한다면 멤버가 많다는 걸 감안해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아키모토 프로듀서는 멤버들의 터무니없이 낮은 수익과 총선거로 인한 경쟁심화 등에 관해 “전용극장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 아직까지도 이익이 나오지 않고 있다. AKB48은 인원이 많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이 모르겠다는 불만이 많아 총선거 시스템을 적용하거나 마에다와 같이 스타성이 있는 멤버 중심으로 홍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과연 AKB48의 소녀들은 그들의 젊음과 바꿔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멤버의 부친은 “AKB48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딸은 학교를 다니고 첫사랑을 경험하며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을 거다. 시간이 지나 딸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까봐 걱정스러울 뿐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