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0%’ 단돈 800달러에 팔아
▲ 로널드 웨인 |
그렇다면 혹시 로널드 웨인(76)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는지.
웨인은 바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3의 애플 창업자’다. 사실 ‘애플 창업자’로는 잡스와 워즈니악만 알려져 있을 뿐, 웨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는 ‘애플’의 첫 번째 로고를 디자인했으며, 한때 잡스가 가장 신뢰하는 든든한 동업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1976년 ‘애플’을 떠났던 웨인은 그 후 줄곧 캘리포니아의 ‘트로 일렉트로닉’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1998년 은퇴한 후 현재 네바다주 파럼프에서 사회보장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오늘날 잡스와 워즈니악이 각각 51억 달러(약 6조 원)와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지닌 갑부가 된 것에 비하면 웨인의 이런 생활은 평범하다 못해 궁핍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는 일생일대 최대의 기회를 저버리고 잡스와 워즈니악과는 백팔십도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걸까.
웨인이 잡스를 처음 만난 곳은 비디오게임회사인 ‘아타리’에서였다. 1970년대 초반 ‘아타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웨인은 잡스보다 스무 살이나 많았지만 금세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그리고 1976년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사에 웨인을 동업자로서 영입했다. 당시 잡스가 제시한 조건은 회사 지분의 10%였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던 잡스와 달리 그는 다소 겁이 많은 성격이었다. 잡스가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잠시 빚을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반면, 웨인은 회사가 도산할 경우 빚더미에 앉을 것을 염려하고 두려워했다.
이런 고민 끝에 그는 결국 한 달 만에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당시 갖고 있던 10%의 지분은 모두 800달러(약 95만 원)에 매각했다. 그가 당시 팔았던 지분의 가치는 현재 210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하고 있다.
만일 그가 지분을 처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하는 웨인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고 말하면서 “후회하진 않는다. 만일 애플에 남아 있었다면 지금쯤 부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심장마비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