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섬 청소년들 꿈의 소리를 연주한다
지난 2019년 신안 청소년오케스트라 연주 사진
“섬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한다고?”
[신안=일요신문] 오케스트라하면 제비 꼬리 모양의 멋있는 옷을 입고 지휘하는 지휘자에 맞춰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쏟아내는 것이 연상된다.
그런데 대도시에서도 보기 힘든 이런 오케스트라 공연이 육지도 아닌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신안군 한 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의해 열린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 오케스트라 이름은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의 랜드마크인 1004섬을 연상해서 이름을 지어졌고, 현재 신안군 압해도, 자은도, 안좌도, 암태도, 도초도, 비금도, 흑산도 초·중·고 학생 54명이 참여하고 있다.
신안군(군수 박우량)은 제9회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를 오는 10월 31일(토) 오후 4시에 자은면 1004뮤지엄파크에서 개최한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Shinan 1004 Young Orchestra)와 아디아 윈드 오케스트라(adia wind Orchestra)가 함께 ‘추억’이라는 주제로 합동연주회로 진행되는 뜻깊은 행사다.
하지만, 이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기까지는 한 사람의 힘든 여정과 노력이 있었다. 바로 교육학을 전공한 이혁제 영문학박사가 지난 2011년 자신의 사비를 털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건너 신안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부모님과 교육청 관계자들을 설득해서 이 오케스트라를 조직했다.
이혁제 박사는 현재는 전라남도의원에 선출되어 교육위원 소속으로 낙후된 전남교육 발전과 소외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의정 활동을 열정적으로 펼치면서 전남의 열악한 교육 현장을 찾아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당시 2011년 이혁제 박사가 처음 신안군 섬에 청소년오케스트라 조직을 계획했을 때 누구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기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큰 대도시도 운영하기 힘든 오케스트라를 신안군 섬에서 한다는 것 자체를 비상식적인 행동이라 비난했다.
그러나 이혁제 박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오케스트라를 조직해서 올해 9회째 연주회를 개최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런 노력의 배경에는 학생들의 의지와 포기하지 않도록 이혁제 박사를 돕는 손길들도 함께했다.
신안군의 경우도 지난해 3,400만 원을 지원해서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살 수 있도록 협력했다. 신안군 교육청도 그동안 이 오케스트라가 운영될 수 있는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어 섬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의 소리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동안 8회까지는 실내 공연장에서 진행됐으나, 올해는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 야외 공연장에서 연주회를 갖게 된다. 또한 참석자도 박우량 신안군수를 비롯해서 교육청과 학부모 군청 6급 이상 공무원 등 100명 미만으로 한정해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힘든 시기에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1004뮤지엄파크에서 소리로 감동을 전하는 연주회로 재충전의 귀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강효근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