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유시민 ‘먹느냐 먹히느냐’ 용쟁호투
▲ 노무현 정권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유시민 장관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 인사하고 있다. |
그런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들 주자들의 지지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정한’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보다 확연해짐을 알 수 있다. 이들 주자 간의 지지층 ‘교집합’을 분석하면 각 주자들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선 누구의 지지율을 ‘뺏어와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것. 대권주자들의 지지층을 연령별, 지역별, 지지정당별, 이념성향별 등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지지율 속에 숨겨진 ‘먹이사슬’을 몇 가지 포인트로 분석해봤다.
◇박근혜 ‘유시민 지지층’ 뺏어 와야 승산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대 친박’ 대결구도를 그려오며 ‘여당 내 야당 지도자’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층을 분석해보면 실제로 ‘야당 성향 지지자’ 중 적지 않은 비중이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20% 초중반대로 떨어졌으나 35~40%대에 가까운 고공행진을 했던 지난 1월~2월 사이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호남 지역에서 눈에 띄게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지난 1월 4일~8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 광주·전남 지역에서 19.0%, 전북 지역에서 26.1%를 기록해 정동영 의원(각각 21.7%, 37.3%), 유시민 전 장관(15.7%, 14.3%)과 비교해 엇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평균 지지율은 40.4%였다.
이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33.1%로 앞서의 조사보다 낮게 기록됐던 지난 4월 19일~23일 조사에서도 유독 호남 지역에서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눈길을 끌었다. 광주·전남 23.2%, 전북 19.4%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정동영 의원(각각 28.4%, 29.1%), 유시민 전 장관(10.7%, 15.8%)이 박 전 대표의 텃밭 지지층인 영남권에서 얻은 지지율 1.9%~12.9%에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최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하락하면서 눈에 띄는 점 역시 ‘호남지지층’이 상당수 빠진 대목이다. 리얼미터의 지난 6월 21일~25일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2.7%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호남권 지지율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광주·전남 11.8%, 전북 12.3%로 앞서 수치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결과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선거분석가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을 때엔 중도 성향의 민주당 지지층까지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역으로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대선후보가 중도 표심을 끌어들여야 승산이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친박계의 한 정치권 인사 역시 “여당 내의 야당 역할을 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견제’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민주당 지지층들이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은 20~30대의 젊은 층 지지가 내려간 점도 주요 원인이 되었다. 리얼미터의 1월 4일~8일 여론조사(평균 지지율 40.4%)에서 20~30대의 지지가 각각 33.0%, 35.6%로 높았던 반면, 6월 21일~25일 조사(평균 지지율 22.7%)에서는 20대 11.0%, 30대 20.0%로, 특히 젊은 층인 20대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같은 기간 지지율 2위를 기록했던 유시민 전 장관의 젊은 층 지지율 흐름과 대비된다.
유 전 장관은 1월 4일~8일 조사에서 20대(28.8%)와 30대(19.2%)층에서 평균 지지율(15.0%)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얻었고, 6월 21일~25일 조사(평균 지지율 15.7%)에서도 20대 25.7%, 30대 24.7%의 지지율을 기록해 20~30대층에서 모두 박 전 대표를 ‘역전’했다. 유 전 장관이 전체 지지율에서 큰 폭으로 뒤져 있음에도 20~30대의 젊은 층에서는 박 전 대표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연령별 지지층을 보면 20~30대는 박 전 대표의 가장 취약층이다. 당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인 오세훈 현 시장과 젊은 층 공략을 경쟁해야 하고, 당외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으로 쏠려 있는 젊은 표심을 끌어와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20~30대는 차기 대선 과정에서도 공략하기 어려운 연령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젊은 층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운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령층과 비교해 ‘반한나라당 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한 젊은 층을 차기 대선에서 ‘상대’하려면 박 전 대표로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손학규, 김문수, 정동영, 정몽준(왼쪽부터). |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6·2 지방선거 이후 특히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올라가 눈길을 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수도권 지지층을 흡수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특히 대선주자로서 수도권 민심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점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21일~25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유 전 장관은 지지율 15.7%를 기록해 전주 조사(5월 31일~6월 4일, 12.1%)에 비해 3.6%p 상승했고, 순위도 3위에서 2위인 한명숙 전 총리를 역전해 2위로 올라섰다. 반면 한명숙 전 총리는 같은 기간 13.1%→13.2%로 지지율 변화가 미미해 지방선거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장관의 수도권 지지율(6월 21일~25일 리얼미터)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에서 모두 10%대 초반~중반을 기록한 반면 인천·경기 지역에서만 20.1%를 기록한 점이 주목된다. 유 전 장관은 지방선거 이전에는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에서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다른 지역 모두 대체적으로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수도권 민심을 얻지 못하고서는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유시민 전 장관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졌지만 수도권 지지율을 끌어올림으로서 대선주자로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은 큰 이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유 전 장관은 수도권 민심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나라당 김문수 지사,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는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김문수 지사 역시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인천·경기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6월 21~2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은 9.1%였는데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14.8%로 평균 지지율을 크게 넘어섰다. 영남권인 부산·울산·경남에서 7.0%, 대구·경북에서 6.7%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김 지사의 지지기반이 ‘수도권 민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지난 6월 월례조사에서도 김 지사는 인천·경기 지역에서 10.1%로 전체 평균 지지율(5.7%)을 두 배 가까이 넘어섰다.
손학규 전 대표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인천·경기 지역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지지율상으로 손 전 지사는 지 방선거의 수혜를 크게 입지 못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전의 평균 지지율(5~6%) 근방에서 소폭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그나마 리얼미터의 지난 6월 21일~25일 조사에서는 7.0%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리서치앤리서치의 6월 정기조사에서는 고작 2.6%에 머물러 정세균 민주당 대표(3.1%)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손 전 대표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대목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손 전 대표는 더 이상 ‘은둔 정치’를 하지 말고 이제 ‘노출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손 전 대표에 대한 여론은 그를 한나라당 성향도 민주당 성향도 아닌 ‘애매한’ 후보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데 이어 민주당마저 탈당할 수는 없지 않나. 민주당 내에서 확실한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그의 벤치마킹 모델은 정동영이 아니라 김두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의 대표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동영 의원의 경우 ‘수도권 민심’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리서치앤리서치의 6월 조사에서 정동영 의원은 지역별로 광주·전라 지역에서 20.0%의 지지율을 얻은 반면 서울에서는 7.1%, 인천·경기에서는 3.7%에 그쳤다. 정 의원이 ‘호남도령’이라는 쓴소리를 듣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같은 조사 결과 정몽준 전 대표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임에도 영남권에서 ‘미미한’ 지지만을 얻고 있어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강원권(14.0%)에서 지지율이 다소 높게 나왔고 부산·울산·경남에서 7.2%를 기록했으나, 대구·경북의 경우 1.4%에 불과해 호남 지지율(광주·전라 3.2%)보다도 낮았다. 다만, 정 전 대표의 지지율을 ‘소득별’로 분석한 결과(리서치앤리서치 6월 조사) 월수입 401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6.6%)를 얻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 박-유 ‘울리고 웃길’ 진보성향 유권자들
차후 새로운 대선후보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지지율만으로 판단한 판세대로라면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는 여야에서 각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두 후보는 다른 후보군과 격차를 보이며 지지율 1, 2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양자구도’가 만들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차기 대선은 ‘보수 후보 대 진보 후보’의 대결구도가 더 분명해지는 셈이다. 지난 대선 이전에는 고건, 박근혜, 이명박, 정동영, 손학규 등 후보군의 이념스펙트럼이 그리 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후보군인 박근혜, 오세훈, 김문수, 유시민, 한명숙 등을 놓고 보면 당시보다 보수냐 진보냐의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의 이념성향별 지지율을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알 수 있다. 6월 정기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27.4%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지지층 중 보수성향을 가진 이는 39.3%, 진보성향은 18.9%, 중도성향은 25.3%를 차지했다. 유시민 전 장관(지지율 9.2%)의 경우 보수성향 지지층은 9%, 진보성향이 18.3%, 중도성향은 14.1%를 차지했다. 진보성향층에서도 박 전 대표(18.9%)가 유시민 전 장관(18.3%)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유 전 장관으로서는 박 전 대표에게 ‘빼앗긴’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더 흡수해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만약 ‘이명박 대 정동영’의 구도라면 좌우 개념이 희박하지만 ‘박근혜 대 유시민’의 구도는 좌우 대결구도가 극명하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에게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러나 이 중도표심은 ‘대안 주자’가 나타날 경우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지지층이기도 하다. 분명한 대결구도가 형성될 경우 어느 주자가 자신의 지지층을 지키고 중도성향 표심을 더 많이 끌어오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그녀에겐 독 아닌 득?
한나라당 내에서는 최근 ‘보수대연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이후 공개적으로 ‘제안’했던 ‘보수대연합’에 대해 한나라당 내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 동조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정가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까지 포용하자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보수대연합’이 성사될 경우 과연 그 효과는 ‘박근혜 견제’로 나타날 수 있게 될까.
리서치앤리서치의 ‘지지정당별’ ‘대선투표별’ 지지층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이곳의 6월 조사에서 ‘지지정당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자유선진당 지지층(자유선진당을 지지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비율)이 32.7%로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율(38.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대선투표별’ 지지율의 경우에도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했던 층에서 박 전 대표에게 가장 높은 49.1%의 지지를 보냈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찍은 층은 그보다 낮은 31.6%의 지지도를 보였다. 지지율만 놓고 본다면 만약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이 ‘보수대연합’을 구성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에게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는 것.
실제로 박근혜 전 대표의 ‘참여’ 없이 구성된 보수대연합은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정치분석가는 “보수대연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걸 대표할 주자는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