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자영업자 욕구 ‘뚝’ 수입감소 영향도…‘안전 염려’ 단체 패키지 지고 소규모 프라이빗 뜨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 욕구는 연령대별, 직업군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래픽=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연령대·직업군별 극명히 엇갈려
여행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는 1만 3056명을 대상으로 ‘여행과 코로나19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요즘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 욕구는 연령대별, 직업군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조사 결과 소비자의 해외여행 욕구는 ‘코로나 이전과 비슷하다’가 27%로 가장 많았고 ‘매우 커졌다’도 23%로 상당수를 차지했으며 ‘약간 커졌다’도 18%를 차지해 약 68%의 소비자는 코로나 이후에도 여행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매우 줄었다’도 19%, ‘약간 줄었다’는 14%로 약 30%의 소비자는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욕구가 줄었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매우 커졌다’와 ‘약간 커졌다’ 등 해외여행 욕구가 ‘커졌다’는 답변이 41%인데 반해 ‘매우 줄었다’와 ‘약간 줄었다’ 등 해외여행 욕구가 ‘줄었다’는 답변도 33%나 돼 해외여행 의향이 극단적으로 갈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욕구가 더 커졌다는 그룹과 거의 포기한 그룹으로 양분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여행이 재개됐을 때 전반적으로 그동안 억눌려 있던 해외여행 욕구가 크게 분출할 것이라는 여행업계의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결과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여행이 재개돼도 단기간에 소비자의 해외여행 패턴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해외여행의 욕구 차이도 크다. 대학(원)생의 54%와 20대의 53%는 여행욕구가 커졌다고 답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이다. 종합해보면 20대 여성이 해외여행 욕구가 가장 큰 층이라고 볼 수 있다. 20대는 24%만이 여행욕구가 줄었다고 답했다.
30대는 46%에서 여행욕구가 커진 반면 29%는 줄었다고 답했고, 40대는 36%의 여행욕구가 커진 데 반해 비슷한 수치인 37%는 줄었다고 답했다. 50대는 여행욕구가 줄었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50대의 26%만이 여행욕구가 커졌다고 답했으며 42%는 오히려 줄었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욕구가 확연히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고 분석할 수 있다.
직업군으로 보면 학생, 사무직,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해외여행 욕구가 커진 반면, 전업주부나 자영업자, 작업직 등은 오히려 줄었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도 해외여행 욕구가 변화했음을 볼 수 있는데,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거나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줄어들 수 있는 직업군에서 해외여행 욕구가 확연히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불안이나 수입감소 여부에 따라 해외여행 욕구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백신이 개발돼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되는 시점에서는 젊고 직장이 안정적인 일부 계층에서는 분풀이식 여행소비가 일어날 수 있지만 또 다른 계층에서는 해외여행 기피나 포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업과 고용불안, 저임금 등에 시달리는 20대의 해외여행 욕구가 높은 것도 ‘내일 일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오히려 현재의 소비를 부추겨 여행욕구를 키웠다고 볼 수도 있다.
백신 상용화 가능 시기에 대해 소비자 43.6%는 1년 이내로 전망했지만, 반면 1년 이내 해외여행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약 23%만 그렇다고 답했고 77%는 1년 이내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패키지사 무사할까
여행업 전문가들은 이제 소비자들이 비싸더라도 소규모 프라이빗 상품을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항 내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패키지 여행상품에 대해 한 여행업 전문가는 “기존에는 40대 이상의 고연령 층을 중심으로 패키지 상품에 대한 이용도가 높았지만 앞으로는 안전에 대한 염려 때문에 단체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기피현상이 생겨 패키지 이용률도 낮아질 수 있다”며 “언어와 교통 문제 등으로 해외여행 시 패키지를 선호했던 소비자들도 이제는 좀 비싸더라도 소규모 프라이빗 상품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 진단했다.
소규모 프라이빗 상품은 기존 패키지 상품에 비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데다 코로나19 이후엔 항공료도 비싸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서 전체적으로 해외여행 상품가격이 높아질 거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렇게 되면 최근 몇 년 동안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즐겼던 소비자의 해외여행 빈도 역시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해외여행이 재개돼도 주로 박리다매로 이익실현을 했던 패키지사들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상품 구성을 버리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야 하므로 상품개발 비용이나 현지 비용 등이 늘어날 수 있다. 현지여행사(랜드사)들이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대거 문을 닫으면서 현지에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다음 여행을 담보로 현지 여행 경비를 깎던 관행이 사라지면 패키지사가 현지여행사에 지불해야 할 금액도 늘어난다.
한편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약 40%가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는 시기를 향후 1~2년 사이로 꼽았는데, 1년 내에 가능할 것이라는 소비자도 약 23%나 됐지만 2년은 지나야 해외여행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한 소비자도 약 38%였다. 선호 여행지로는 1년 안에 조기 재개될 것으로 기대할수록 일본과 동남아 선호도가 높았고, 1년 뒤에나 재개 가능할 것으로 본 응답자들은 하와이·괌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한 패키지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스마트폰의 발달과 예약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젊은 층에서부터 개별 여행이 패키지여행을 압도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시대에는 방역과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생겼을 때 기댈 수 있는 패키지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새롭게 생길 것으로 본다. 다만 이전처럼 저가 단체 패키지는 막을 내리고 소규모 그룹으로 떠나는 여행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쉽게 나갈 수 없는 해외가 된 만큼 비싸더라도 사람에 치이지 않는 좀 더 고급스러운 상품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