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닿는 곳마다 그림일세
▲ 장고도 방파제 새벽 풍경. |
여름휴가특집 그 마지막. 뭍을 벗어나 이번엔 섬이다. 보통 섬여행이라고 하면 서해 북단의 옹진군이나 군산 앞바다의 열도, 또는 신안의 갤럭시아일랜드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하나 더 주목할 곳이 있으니 다름 아닌 보령의 섬들이다. 보령에는 외연도, 원산도, 효자도, 호도,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다.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 없지만, 그 중 가까우면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장고도행 배에 몸을 싣는다.
충남 대천항에서 서북쪽으로 21㎞, 배로 1시간 거리에 장고도가 떠 있다. 신한고속훼리는 태안반도의 끝인 영목항, 고대도를 거쳐 장고도로 데려간다. 이 배는 마지막으로 삽시도를 찍고 다시 대천항으로 되돌아간다. 이들 고대도, 장고도, 삽시도 세 섬은 편의상 장고도권역으로 묶인다. 그런데 이 장고도권역은 지난 7월 초 행정안전부에 의해 ‘대한민국 명품섬 베스트 1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에 오르자 갈매기들이 시끄럽게 울어댄다. 사람들이 주는 과자에 길들여진 갈매기들은 힘차게 날개를 저어가며 기어코 장고도까지 동행하고 만다. 덕분에 심심치 않은 뱃길이 되었으나 직접 물고기 사냥에 나서지 않는 갈매기들이 심히 걱정된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대기하던 민박집 차량들이 예약 손님들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는다. 도선을 한 차량들도 더러 있지만, 섬이 워낙 손바닥만 해서 굳이 차량을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진 못 한다.
장고도는 섬의 모양이 장고(장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섬의 면적은 1.5㎢. 약 110세대 3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지만, 논농사와 밭농사를 짓기도 한다. 이 섬에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등바루놀이, 등불써기, 진대서낭제 등 민속놀이가 전승된다.
▲ 장고도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휴가객들. |
이 명장섬이 특별한 것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다는 데 있다. 모세의 기적처럼 썰물이면 바다가 갈라지면서 길이 난다. 사람들은 길을 걸어가며 조개와 고둥 따위를 줍는다. 낙지도 잡힌다. 물이 들면 명장섬과 해안 사이는 최고의 해수욕장이 된다. 파도가 세지 않고, 수심이 깊지 않으며, 물이 따뜻하고, 동해를 방불케 할 정도로 깨끗해서 해수욕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명장섬해수욕장 일대는 저물녘이 되면 장고도를 대표하는 가장 멋진 풍경을 선보인다. 명장섬 뒤로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것이다. 이 때면 모든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해안을 따라 일렬종대로 늘어선 소나무 아래 앉아 그 풍경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명장섬해수욕장 바로 아래에는 당너머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도 한때는 명장섬에 버금가는 코끼리바위로 유명했었다. 당너머해수욕장의 크기는 명장섬해수욕장 절반 수준이다. 코끼리바위는 용굴이라고도 불렀다는데, 아쉽게도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고 말았다. 태풍으로 이 바위가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
섬 동쪽에도 볼만한 풍경들이 있다. 일단 선착장 앞 쪽으로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해당화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여름꽃이다. 꽃잎 떨어진 꽃자리마다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열매를 잉태하는데, 그 색깔도 꽃을 닮아 붉다.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인근 섬들의 모습도 일품이다. 선착장에서부터 약 1.5㎞쯤 걸어가면 방파제에 닿는데, 길 왼쪽 편 바다는 갯벌지대다. 장고도 사람들은 이 갯벌에서 개불을 잡아서 소득에 보탠다. 물이 빠지면 경운기를 끌고 바다로 나가 개불을 캔다.
▲ 명장섬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 |
항로유도등 부근은 낚시뿐만 아니라 해오름 뷰포인트이기도 하다. 앞으로 조그만 바위섬 몇 개가 떠 있고 그 뒤로 어선들이 수도 없이 지난다. 갈매기들은 만선찬가를 부르는 어선을 따라다니며 기회를 노리고, 거룻배를 띄워 그물을 걷으러 나가는 노어부는 새벽의 적막을 깨지 않으려 관절 마디 쑤시지만 열심히 노를 젓는다.
한편, 장고도만 보고 여행을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1박2일 일정으로 세 개 섬을 모두 둘러보는 방법이 있다. 대천항에서 출발해 먼저 고대도에 내려 둘러본 후 그 다음 배를 타고 장고도로 넘어가서 1박을 하는 것이다. 장고도에서 나올 때도 고대도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삽시도를 둘러보면 된다. 그런데, 고대도는 장고도보다 더 작아서 그 다음 배를 기다리는 몇 시간의 말미로도 여행이 가능하지만, 삽시도는 장고도보다 훨씬 커서 시간적으로 모자라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고대도는 금모래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당산해수욕장의 붉은 소나무가 볼만하다. 삽시도에는 밤섬, 진너머, 거멀너머해수욕장과 평소에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면 드러나 맛좋은 생수를 밀어올리는 석간수물망터 등의 명소가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대천IC→36번국도→대천항여객터미널→신한고속훼리→고대도→장고도→삽시도 ▲먹거리: 장고도에는 번듯한 음식점이 없다. 직접 준비해 가거나 민박집에 부탁해서 해결해야 한다. ▲먹거리: 마도로스민박(041-932-3758), 바다사랑민박(041-931-3867), 유리네가든(041-936-1484), 미나민박(041-932-4980) 등 민박을 놓는 곳들이 많다. ▲문의: 신한해운(http://www.shinhanhewoon.com) 041-934-8772~4, 보령시 관광과 041-930-3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