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로 김장 김치를 담아 이주민에게 한국의 정을 전달
1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 들꽃공동체 쉼터서 광주이주여성센터 이주민 김장 김치 나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일요신문]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 한 마을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들꽃공동체 쉼터에는 아침 이른 시각부터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위생 장갑을 낀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오늘은 국적이 없어 한국에 있으면서도 한국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국적 이주민을 지원하는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소장 정미선)가 무국적 이주민들에게 한국 김치를 나눠주기 위한 김치를 담그는 날이다.
올 한해 무더위와 장마를 이겨가며 정미선 소장을 비롯해서 들꽃공동체 사람들과 이주여성들이 함께 물과 비료를 주며 직접 기른 배추와 무를 가지고, 하루 전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물기를 빼서 오늘 김장양념과 비벼서 맛있는 김장 김치를 만들어 김치통에 담아 이주여성 가정으로 배달을 갈 예정이다.
정미선 소장은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자신의 사비와 일부 복지재단과 세이브더칠드런 예산을 지원받아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것을 공급하거나, 이주민과 그들 자녀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수학 영어 등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정미선 소장의 모습에 감동해 그동안 많은 사람이 도움을 주었지만, 지속적인 도움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의 살림은 늘 곳간이 빈 상황이라 이주민을 돕는 것이 녹록지만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도 정미선 소장은 올해도 이주민들이 한국의 추운 겨울 속에서도 작은 정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김치를 담아 나누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사정을 하늘이 알았을까? 전남에서 레미콘 사업을 하는 (유)신안레미콘에서 선뜻 도움을 주면서 비싼 양념을 장만할 수 있어 부족한 예산으로 고민을 했던 정미선 소장의 시름을 덜어 줄 수 있었다.
더구나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김장을 위해 버선발로 달려온 미얀마 교회 임광진 목회자 부부와 들꽃공동체 쉼터를 운영하는 정동우 목회자 부부 그리고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유치원 박덕심 원장과 정미진 사회복지팀장, 오은희 실장 등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를 하면서 김치를 담그는 동안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웃음꽃이 피는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미선 소장은 “들꽃공동체 텃밭에서 올 한해 이주여성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배추와 무를 키웠다”며 “오늘 올해 정성을 들여 키운 배추와 무를 가지고 김치를 담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더구나 올해는 (유)신안레미콘에서 비싼 양념을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셔 이 자리를 통해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우리뿐만 아니라 이주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오늘과 같은 유사한 상황들이 많이 전개되어서 한국에 정착하는 이주여성들이 쉽게 한국에 적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더구나 오늘 행사를 위해 시간과 금전을 들여서 우리 광주이주여성센터를 돕는 많은 분의 가정에도 늘 행복이 깃들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리겠다”고 기원했다.
강효근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