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100여 차례 등장…아름다움만 강조되는 더러운 세상에 대한 시위
약간 벗겨진 머리에 흰색 스웨터를 입은 뚱뚱한 남성이 BBC, ITV, 채널4, 스카이 뉴스 등 각 방송사의 리포터 뒤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거나 신문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는 것. 지금까지 이 남자가 이런 식으로 TV에 출연한 횟수는 무려 100여 차례.
뉴스만 틀면 나오는 이 남자의 정체는 폴 예로우(42)라는 남성이었다. 그가 이렇게 리포터 뒤에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닌 철저하게 계획된 행동이었다. 즉 일부러 생방송 장소들을 찾아가 방송 출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기행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였으며, 최초의 방송 출연은 BBC 방송국에 영국국민당의 닉 그리핀 당수가 초청되었을 때였다. 당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대 사이에서 처음 목격된 예로우는 그날 하루 종일 다른 방송국의 뉴스 화면에도 모습이 비쳤다.
그때부터 방송 출연에 욕심을 갖게 된 그는 그 후 방송국 뉴스 여기저기서 모습을 나타냈다.
언제 어디서 방송을 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뉴스에 가장 많이 나오는 장소들, 가령 선거철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다리면 수시로 TV 화면에 얼굴을 보일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방송 출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예로우는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이유라고 말한다. 요즘 방송이 너무 아름답고 예쁜 사람들만 출연시키려는 경향이 강한 데 대한 일종의 시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