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파 캐디 ‘입’ 맞고 벙커에…
▲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최근 ‘오구 플레이’ 논란을 빚은 정일미(왼쪽), 안시현에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확실한 규정 위반을 했고, 당사자인 두 선수(정일미 안시현)가 이를 인정하고 자진 실격을 당했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미LPGA 내에서 반한파 캐디로 알려진 래리 스미치가 자신의 블로그(Life on tour)를 통해 주장한 것처럼 ‘볼이 바뀐 것을 알면서도 벌타를 받지 않기 위해 이를 감추려고 했다’면 이는 도덕적으로는 물론, 미LPGA가 영구 자격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 된다.
당시 스미치는 현장에 없었다. 다른 조 선수의 백을 맨 것이다. 경기 후 안시현의 캐디가 캐디 텐트에서 이와 관련해 푸념하는 것을 듣고, 이를 토대로 글을 올린 것이다. 안시현의 캐디는 경력이 짧은 임시 캐디로 투어 내에서 존재감이 없는 ‘초짜’였다. 볼이 바뀐 것도 사실상 안시현 캐디의 실수 때문이었다. 이 캐디는 “세컨드 샷에서 볼이 바뀌었고, 안시현이 18홀 퍼팅 때 이를 알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너는 아무 것도 못 본 것이다(You didn’t see anything)이라고 사건 은폐를 강압했다”고 말한 것이다. 심지어 “볼이 바뀐 것을 안 안시현과 정일미가 한국말로 사건 은폐를 현장에서 모의했다”고까지 했다.
좀 쉽게 말해 ‘고의적으로 규정위반을 은폐하려고 했다’의 증거가 중요한 것이다. 일단 스미치의 이 주장에서 안시현과 정일미가 한국말로 은폐를 모의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안 된다. 한국말을 모르는 초짜 캐디가 분위기만으로 그 대화를 정확히 인지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일미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때 (안)시현이에게 뭐라고 했는지 토씨 하나까지 기억한다. 시현이의 퍼팅이 워낙 좋아 ‘너 정말 퍼팅 좋아졌다. 앞으로 좋은 성적 내겠다’라고 했다.”
결국 핵심은 안시현이 캐디에게 (영어로)“You didn’t see anything”이라고 말을 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회 후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의 집에 머물던 안시현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미LPGA에서 7년째 뛰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사실 영어 실력이 좋지 않다. 미국에 사신 분들은 알겠지만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도 한인 커뮤니티나 제한된 공간에서 살면 한국 사람들은 영어가 익숙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금도 정확히 영어로 ‘볼이 바뀌었는데, 너는 이걸 모른 척해야 한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워낙 경험이 없는 캐디가 18번홀 이전에도 (정)일미 언니의 볼을 내 볼이라고 하는 등 허둥지둥해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미LPGA는 이에 대해 선수 3명과 캐디 3명, 그리고 래리 스미치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당시 상황에 대한 캐디 3명의 의견이 다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숨은 진실 찾기
미국 ‘가십’ 보도가 한국선 ‘팩트’로
#스미치는 반한파 캐디?
그렇다. 1977년부터 캐디 일을 하고 있는 스미치는 2000년 이전에 세 번 우승한 경험이 있다. 그중 한 명은 한국 선수인 김미현과 함께였다. 2000년 이후 경력에 비해 캐디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여러 선수들을 옮겨 다녔다. 급하게 캐디를 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를 쓰는 선수는 별로 없다고 한다. 어쨌든 스미치는 이 과정에서 김미현을 비롯해, 손세희, 홍란, 그리고 심지어 정일미까지 한국선수들과 잠깐씩 팀을 맺은 바 있다. 그리고 투어생활을 하면서 세 명 중 한 명꼴인 한국선수들을 많이 봐 왔다.
분명한 것은 스미치는 한국을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블로그만 봐도 한국선수와 그 가족, 그리고 심지어 한국에 대해서 비아냥대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최근인 8월 세이프웨이 때 골프장에 산재한 거북이 등에 ‘I love Koreans’라고 적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신은 블로그에서 결코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스스로 ‘(그 글귀가) 거북이가 한국사람들의 보신탕이 되는 신세를 막아줄지도 모른다(Must have figured it would protect it from a final resting place in a soup pot)’라고 표현했다. 지난 6월 월드컵 때 한국이 아르헨티나에게 1-4로 대패하자 ‘Don’t cry for me, South Korea’라는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한국 부모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한국사람이 뱀탕을 즐겨먹는 게 혐오스럽다는 글, 다시는 한국선수의 백을 매지 않겠다는 다짐 등 한국을 싫어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국 언론 오버했다?
사실 이번 ‘오구 플레이 해프닝’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몇몇 미디어에서 이를 ‘가십’이나 ‘루머’ 수준으로 다뤘는데 이것이 한국으로 옮겨지며 큰 뉴스가 된 것이다. 이에 미LPGA 사무국은 지난 3일 최종발표 때 이례적으로 관련 내용을 한국 언론에 이메일로 알리기도 했다.
정일미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송영군 씨는 “만일 스미치에 대해 잘 알고 또 미국언론이 이를 보도한 방식을 주목했다면 그야말로 처음부터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워낙 뻔한 일이고, LPGA 사무국도 당연히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해 처음에는 대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경쟁적으로 이를 보도하는 것을 보고 급히 해명자료를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일미는 “개인적으로 20년이 넘게 골프를 하면서 퍼팅 때 아무도 모를 만한 애매한 투 터치가 나와도 스스로 신고하곤 했다. 이렇게 억울하게 매도당하니 어이가 없었다. 변호사를 통해 근거 없이 의혹을 퍼뜨린 해당 캐디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으려고 검토까지 했지만 괜히 투어 내에 잡음만 키우는 것 같아 실행에 옮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여자프로들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가십’ 보도가 한국선 ‘팩트’로
그렇다. 1977년부터 캐디 일을 하고 있는 스미치는 2000년 이전에 세 번 우승한 경험이 있다. 그중 한 명은 한국 선수인 김미현과 함께였다. 2000년 이후 경력에 비해 캐디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여러 선수들을 옮겨 다녔다. 급하게 캐디를 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를 쓰는 선수는 별로 없다고 한다. 어쨌든 스미치는 이 과정에서 김미현을 비롯해, 손세희, 홍란, 그리고 심지어 정일미까지 한국선수들과 잠깐씩 팀을 맺은 바 있다. 그리고 투어생활을 하면서 세 명 중 한 명꼴인 한국선수들을 많이 봐 왔다.
분명한 것은 스미치는 한국을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블로그만 봐도 한국선수와 그 가족, 그리고 심지어 한국에 대해서 비아냥대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최근인 8월 세이프웨이 때 골프장에 산재한 거북이 등에 ‘I love Koreans’라고 적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신은 블로그에서 결코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스스로 ‘(그 글귀가) 거북이가 한국사람들의 보신탕이 되는 신세를 막아줄지도 모른다(Must have figured it would protect it from a final resting place in a soup pot)’라고 표현했다. 지난 6월 월드컵 때 한국이 아르헨티나에게 1-4로 대패하자 ‘Don’t cry for me, South Korea’라는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한국 부모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한국사람이 뱀탕을 즐겨먹는 게 혐오스럽다는 글, 다시는 한국선수의 백을 매지 않겠다는 다짐 등 한국을 싫어하는 내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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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오구 플레이 해프닝’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몇몇 미디어에서 이를 ‘가십’이나 ‘루머’ 수준으로 다뤘는데 이것이 한국으로 옮겨지며 큰 뉴스가 된 것이다. 이에 미LPGA 사무국은 지난 3일 최종발표 때 이례적으로 관련 내용을 한국 언론에 이메일로 알리기도 했다.
정일미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송영군 씨는 “만일 스미치에 대해 잘 알고 또 미국언론이 이를 보도한 방식을 주목했다면 그야말로 처음부터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워낙 뻔한 일이고, LPGA 사무국도 당연히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해 처음에는 대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경쟁적으로 이를 보도하는 것을 보고 급히 해명자료를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일미는 “개인적으로 20년이 넘게 골프를 하면서 퍼팅 때 아무도 모를 만한 애매한 투 터치가 나와도 스스로 신고하곤 했다. 이렇게 억울하게 매도당하니 어이가 없었다. 변호사를 통해 근거 없이 의혹을 퍼뜨린 해당 캐디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으려고 검토까지 했지만 괜히 투어 내에 잡음만 키우는 것 같아 실행에 옮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여자프로들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