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큰손’들 열도로 몰려온다
▲ 중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진 도쿄 긴자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의 ‘오성홍기’. |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중국 부유층을 상대로 일본의 부동산을 판매하는 히사이쿄상하이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가와기타 회장은 그들의 구매력에 압도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적정선이라 생각하고 소개한 1000만 엔(1억 4000만 원) 전후의 중고 아파트는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긴자 나미키도오리(일본에서 땅 값이 가장 비싼 곳)에 나온 빌딩은 없냐는 반응뿐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부동산업자 역시 “작년에 일본인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중국인 자금으로 300억 엔(약 4200억 원) 펀드를 모았다. 그는 긴자 잇초메의 땅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뢰가 있었다”며 중국인들의 투자규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투자버블로 부동산가격이 높게 치솟은 상태다. 하지만 일본은 장기적인 불황으로 토지가격이 떨어진 데다 2004년부터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획득 제한이 없어졌다. 중국 투자자를 상대로 일본의 한 부동산업자는 “베이징과 상하이에는 도쿄보다 고가의 물건도 많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사용권’밖에 얻지 못하지만 일본에서는 ‘소유권’을 얻을 수 있어 일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긴자뿐만이 아니라 후지산과 온천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7월 3일 중국 포시즌 호텔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 세미나가 열렸다. 한 참가자는 “친구가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 별장을 갖고 있다. 나도 일본에 별장이나 전통 료칸(일본식 숙박업소)을 구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의 많은 사람들이 전통 료칸과 온천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최근에 늘어난 것이 골프장과 호텔을 사고 싶다는 의뢰인들이다. 중국보다 깨끗한 일본의 골프장을 사고 싶다는 것. 골프장의 조건 중 하나는 ‘후지산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일본 부동산 투자에는 세 가지의 걸림돌이 있다. 중국에서는 개인이 해외에 자금을 가지고 나가는 것에 제한(연간 5만 달러)이 있는 데다 법인을 통해 자금을 가지고 나간다 해도 고정자산세, 경비 등을 빼고 나면 실질적인 투자 이익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일정액 이상 투자를 하면 투자 비자를 획득해 영주권을 얻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영주권에 대한 심사기준이 까다롭다. 또 한 가지는 일본인과 중국인의 감성 차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멋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전통 료칸을 본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좀 더 화려한 건물은 없나”, “방 개수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표시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몇 년간 중국기업의 일본기업 매수 역시 증가 추세다. 일본에서 주로 매각된 기업은 가전제품 판매점인 라옥스와 골프용품 전문점 혼마골프 등 지명도는 높지만 실적부진으로 부채를 안고 있던 곳들이다. 일본의 한 M&A 컨설턴트는 “중국기업의 M&A는 일본시장에서의 판매확대가 목적이 아닌, 중국 내의 거대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은 다음 타깃으로 생각하는 곳은 지퍼사업으로 세계 1위 기업인 YKK와 전자제품 회사 히타치라고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경계대상은 중국 부유층과 기업의 거대자금뿐만이 아니다. 중국정부에서도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작년에만 스위스 원유탐사기업인 아닥스와 카자흐스탄의 석유천연가스 회사 망기스타우무나이가즈, 영국 석유업체인 에메랄드에너지, 싱가포르석유 등 거대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캐나다가 보유하고 있던 리비아의 석유 채굴권을 획득하고, 영국의 BP(영국국영석유회사)와 손잡고 이라크의 석유 채굴권을 얻어냈으며, 이란의 천연가스전 채굴권도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
중국정부가 다음으로 노린 것은 철광석이었다. 원래 철광석은 일본이 최대수입국이었다. 하지만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하는 중국에서 철광석이 부족해지자 세계 각국에서 철광석을 사들였고 가격이 급상승하게 됐다. 지금은 세계 조강생산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의 동향이 실질적인 철광석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일본의 철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가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반면, 일본은 정치적인 지원은커녕 독과점금지법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예술분야에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7월 상순경 일본 각지에서는 ‘중국인 한정’으로 미술품 경매가 개최됐다. 큰 거래가 오고갔던 교토의 경매시장에 대해 미술품 감정 및 매매 전문가인 유리 도시부 씨는 “일본인의 고가매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인들만 불러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3일간 열렸던 경매시장에서는 일본인만 있었다면 100만 엔(약 1400만 원)도 안 갔을 물품이 1300만 엔(약 1억 8000만 원)에 입찰됐다. 일부 미술품의 경우 5000만 엔까지 입찰가가 치솟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유리 도시부 씨는 “중국에는 지금 미술품 경매회사가 적어도 200개 정도 존재한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중국에서 미술품에 흘러들어간 자금만 약 1조 3000억 엔(약 18조 원). 연간 3조 엔에 달하는 규모다. 그에 비해 일본은 기껏해야 100억 엔(약 1800억 원) 규모로 그 격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거액이 오고가는 미술품 경매의 배후를 조종하는 것은 역시나 차이나 머니다. 경제성장으로 탄생한 중국 신흥 부유층들 사이에서는 과거 일본으로 유출된 미술품들을 다시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덕분에 미술 경매시장에서 상장된 가격의 10배 이상으로 올라도 입찰자들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미술품을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투자대상으로 보는 것이 중국에서도 일종의 조류이기 때문이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