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로 247억 투입 “경쟁력 강화 목적”…올해 실적 주춤 김동만 전무 능력 발휘할지 주목
#해태아이스크림에 247억 원 투입
빙그레는 현재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빙그레는 지난 8월 해태아이스크림에 유상증자 형태로 247억 원을 투입했다. 빙그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별도 기준 747억 원이었다. 빙그레로서도 적지 않은 현금을 투입한 셈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의 지원에 힘입어 추가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부터 비용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연구비는 2022년 4079만 원에서 2023년 4억 2718만 원으로 947.27% 늘었고,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는 29억 3080만 원에서 38억 1256만 원으로 30.09% 증가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차입금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설비 자동화 및 신제품 생산설비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해태아이스크림에는 김호연 회장의 차남 김동만 전무가 근무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23년 1월 해태아이스크림에 합류해 마케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2021년 19억 654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해태아이스크림은 김 전무 합류 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은 2022년 1749억 원에서 2023년 1991억 원으로 13.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2년 55억 원에서 2023년 154억 원으로 176.39% 늘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김 전무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해태아이스크림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다르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1713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736억 원으로 1.33% 늘어나는 데에 그쳤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75억 원에서 134억 원으로 23.42%나 줄었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모회사 빙그레의 냉동 및 기타품목(아이스크림 등)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6560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7028억 원으로 7.13%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빙그레가 무더위 덕에 실적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빙그레는) 유난히 무더웠던 성수기 날씨 효과와 냉장·냉동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매출 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르게 말하면 해태아이스크림은 상대적으로 무더위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이다.
#빙그레 지주사 전환, 차남에게 기회 될까
재계에서는 김호연 회장의 후계자로 그의 장남 김동환 빙그레 사장을 꼽고 있다. 장남인 데다 올해 3월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진도 김동만 전무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사장과 김 전무 모두 보유 중인 빙그레 지분이 없다. 빙그레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6.75%의 김호연 회장이다. 즉, 빙그레 차기 경영권 행방은 김 회장 뜻에 달려있다. 후계 구도를 단언할 수 없는 셈이다.
최근 변수도 발생했다. 김동환 사장은 지난 6월 술에 취해 경찰을 폭행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1월 7일 김 사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이에 항소하면서 재판은 2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김 사장 측은 지난 8월 이와 관련해 “불편을 입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죄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적으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빙그레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1조 1165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조 1721억 원으로 4.98% 증가했다. 다만 아이스크림에 비해 유제품 실적 상승폭은 크지 않다. 빙그레의 냉장품목(우유, 유음료 등)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4605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4693억 원으로 1.9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다른 변수는 빙그레의 지주사 전환이다. 빙그레는 지난 11월 22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5년 5월 지주회사인 빙그레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 빙그레(가칭)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지주회사로 전환함으로써 경영 안정성을 증대시키며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고자 한다”며 “빙그레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신규사업투자 등 투자 사업 부문에, 빙그레는 분할 대상 사업 부문(음식료의 생산 및 판매를 영위하는 사업 부문)에 집중함으로써 사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재계 관심은 지주사 전환 후 김동환 사장과 김동만 전무가 맡을 역할에 집중된다. 지주사 전환 후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모두 빙그레홀딩스 자회사가 된다. 김동환 사장이 빙그레, 김동만 전무가 해태아이스크림에 근무하면 같은 빙그레홀딩스 자회사로서 경쟁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특히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모두 아이스크림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직접적인 실적 비교가 가능하다.
이들 중 한 명이 빙그레홀딩스에서 근무하게 되면 식음료 사업 대신 투자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동환 사장은 과거 EY한영에서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다. 빙그레는 지금까지 식음료 사업 외에는 이렇다 할 사업에 진출한 적이 없고, 해태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M&A나 지분 투자도 없었다.
이와 관련, 앞서의 빙그레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후 김동환 사장이나 김동만 전무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승계와 관련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