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마음을 열려면 내 마음부터 열어라
▲ 영화 <로빈 꼬시기> |
직장이라는 공간에서는 실로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한다. 그중에는 뭘 해도 얄미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도 있다. 일본 비즈니스 전문 격주간지 <프레지던트>에 따르면 직장에서 호감형과 비호감형은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좌우된다고 한다. 따라서 상황에 따른 적절한 의사소통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비호감’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의사소통 방법을 F(친선·friendship)형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굴복시키기 위한 의사소통 방법을 C(대립·confrontation)형 커뮤니케이션이라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기업으로부터 “A 부장은 우수한 상사지만 부하를 너무 억누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라는 상담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A 부장이 F형 커뮤니케이션을 습득하도록 코칭한다. 사실상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연수의 대부분은 F형 습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F형을 지향하는 트레이닝에는 F형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반면 C형은 나쁜 인상을 준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F형 커뮤니케이션만 취한다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대부분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힘을 합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의 생각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 리더는 조직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 반대의견을 누르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 C형 커뮤니케이션이 더 효과적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인 콘텍스트(문맥이나 흐름) 속에서 발생한다. 친목의 콘텍스트라면 F형이 잘 어울리며, 대립의 콘텍스트라면 C형이 효과적이다. 상황에 맞지 않게 C형이나 F형을 선택하면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화기애애한 결혼식 장면을 가정해보자. 하객 중의 누군가가 C형 커뮤니케이션을 선택해 “주례사가 마음에 안 든다. 난 찬성할 수 없다”거나 “결혼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등의 말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그 사람은 호감을 사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사업상 거래의 현장에서 상대의 비위를 살살 맞춰가며 아첨하는 사람들은 매우 비호감적인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F형만 취하고 C형을 피한다고 호감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서로의 이익이 상반하는 대립적 상황이 친목적 상황보다 많다. 때문에 F형보다는 C형을 능숙하게 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대립적 상황에서 C형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면서도 상대로부터 ‘적이지만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노하우는 뭘까.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채권회수 전문가와 3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에게서 그들만의 철칙을 들어보자.
첫 번째 철칙은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큰 빚을 껴안고 있는 채무자는 자신이 파산신청을 해버리면 채권자가 자유롭게 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극악한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가 중형까지 각오하고 버티면 자백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채권회수 현장에서도 취조실에서도 상대가 위기에 몰려 갑자기 태도를 바꿔버리면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형사경력 30년의 베테랑 형사는 “폭력범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는 며칠간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상태였다. 어느 추운 아침 그가 몸에 얇은 옷을 걸친 것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두터운 옷을 건네줬더니 다음 날부터 솔직히 조사에 응해 주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두 번째 철칙은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앞서의 베테랑 형사는 “취조실에서 피의자와 처음으로 대면할 때 형사가 먼저 자신이 어디에서 살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람인지를 얘기하면 피의자도 좀더 쉽게 입을 열게 된다”고 말한다. 채권 징수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변호사는 채무자 측과 공동의 목표를 갖고 이정표를 설정해 끈기 있게 교섭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하면 양 당사자 모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협동의식이 갖게 된다.
대립적 상황에서는 양쪽 모두가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이때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야 C형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 될 수 있다. 비호감형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공동 목표를 설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