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도 요리’ 길거리 음식의 반란
지난 10월 13~16일 프랜차이즈업계는 숨 가쁜 일정을 보냈다. 13일 ‘2010 세계프랜차이즈대회(WFC)’ 개막에 이어 다음날인 14일에는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제24회 2010 서울국제프랜차이즈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세계프랜차이즈대회는 세계 37개국, 70여 명의 대표단과 주요 기업인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인 400여 명도 함께 참여하는 등 세계프랜차이즈총회 사상 가장 많은 나라,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 화제를 모았다.
이어 열린 국제프랜차이즈박람회 역시 외국 프랜차이즈 기업 및 협회가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 업종 전환을 계획 중인 자영업자 등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빠질 수 없는 행사가 바로 창업박람회다. 관심은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박람회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지난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열린 ‘2010 서울국제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는 첫날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특히 이번 박람회는 미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라질 등 외국 프랜차이즈 기업 및 협회가 동참했고 외식 판매 서비스 e-biz 국내외 브랜드 등 총 120개 업체 200개 브랜드가 참여, 335개 부스가 마련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박람회는 비전관 창의관 미래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비전관과 미래관의 경우 호프 및 치킨 등 대중적인 아이템을 다루는 국내외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로 자리했고, 창의관의 경우는 화장품 헬스 건강식품 등 외식 이외의 기타 아이템을 다루는 업체들이 주로 자리했다. 각 전시관에는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물론, 신규 브랜드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부스를 마련하고 개성을 담은 인테리어와 함께 저마다 다양한 홍보 전략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몰린 업종은 단연 외식업이었다. 메뉴를 직접 맛볼 수 있도록 시식 코너가 마련된 업체의 경우 줄을 길게 늘어서는 것은 기본, 다양한 이벤트로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적지 않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외식업에서는 지난해부터 돌풍을 일으킨 국수와 분식, 전 전문점의 부스가 많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본죽으로 유명한 본아이에프㈜의 본국수대청을 비롯해 채선당의 누들앤돈부리 명동할머니국수 봉채국수 등에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막걸리 열풍으로 뜨기 시작한 전 전문점에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떡볶이와 같은 분식 역시 보다 고급스럽고 깔끔해진 매장으로 식사 메뉴까지 갖춘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요런떡볶이 얌샘 등의 기존 업체는 물론 치킨 1세대 맥시카나치킨에서도 ‘빠사시’라는 떡볶이 전문점을 2브랜드로 출시해 뜨거워진 분식 시장의 열기에 동참했다.
창업시장 스테디셀러 아이템인 치킨의 인기는 여전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오븐 치킨을 비롯해 기존 프라이드치킨과 바비큐 치킨 등이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치킨퐁은 외국산에 의존하던 오븐을 자체 개발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워 시선을 사로잡았고 사바사바치킨은 테이크아웃에서 카페 형태로 업그레이드시킨 매장을 전시장에 그대로 들여와 인기를 끌었다.
기존에 없던 메뉴로 차별화를 선언한 업체들도 등장했다. 나시고랭 치킨커리 해물빠에야 등 세계볶음밥을 주 메뉴로 내세운 브랜드와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인 삼각김밥과 규동을 주 메뉴로 내세운 브랜드의 부스는 호기심 어린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일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실버용품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 50만 원에 1인 창업이 가능하다는 ‘잉어빵’ 프랜차이즈 부스에는 소자본 창업에 관심이 많은 예비창업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해외 브랜드로는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취급하는 미국브랜드 ‘선라이더’, 핫윙 프렌치프라이 샌드위치 등의 메뉴를 취급하며 이민 투자라는 특색을 띤 미국외식업체 ‘아메리칸 델리’, 국내 여성층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가맹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커브스’, 뉴질랜드 커피브랜드 ‘에스콰이어’, 싱가포르의 ‘아시아 와이드 프랜차이즈’ 등의 업체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해마다 창업박람회를 찾고 있다는 자영업자 김현철 씨(45)는 “지난 박람회보다 확실히 참여 업체가 늘어난 것 같다. 업종도 다양해졌고, 경쟁이 치열해져서인지 전반적으로 부스 외관도 화려해졌다. 전에 없던 이벤트 행사도 많이 늘어나 꼼꼼히 살펴보는 데 예전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밝혔다.
반면 창업을 준비 중이라는 강미진 씨(38)는 “국제프랜차이즈박람회라고 해서 해외의 새로운 아이템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왔는데 부스의 대부분이 국내 업체였고 해외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황당했다. ‘국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참가 업체들의 반응 역시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는 양상이다. 박람회가 세계프랜차이즈대회와 함께 진행돼 홍보효과가 높아 예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단순 관람객보다 실수요자들의 방문율이 높아 상담건수도 20% 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한 업체는 상담을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상당수 업체들은 이러한 열기를 몰아 박람회가 끝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창업설명회를 실시, 가맹점 계약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높은 참가비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참가 업체는 “3일 동안 이용하는 부스 하나당 가격이 200만 원 안팎”이라며 “1평 남짓한 공간의 하루 사용료가 70만~80만 원이니 고가인 셈이다. 여기에 인테리어와 시식 홍보판촉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3000만~5000만 원은 훌쩍 넘기기 일쑤다. 이번에는 ‘국제’라는 타이틀이 붙어 다른 박람회보다 비용이 1.2배 정도 더 오른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업전문가는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하느냐보다 얼마나 내실 있는 업체가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협회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잘 보완해서 다음 박람회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창업자들은 박람회 이후 무조건 본사를 찾아가 가맹계약을 할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확인하고 가맹점을 직접 방문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창업을 결정하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