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교자상 집행은 개다리소반
▲ 김윤옥 여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한식세계화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열린 한식세계화추진단발족회의에서 김윤옥 여사(왼쪽에서 네 번째)와 배우 배용준 등이 한식을 이용한 상차림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김 여사가 한식세계화 추진단 명예위원장이란 점을 감안해 날림 예산을 편성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사업 과정에서도 부실 논란이 가중되고 있고, 김 여사의 한식 책 발간을 둘러싼 혈세 낭비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세계 각국 정상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식과 한국전통문화를 체험시키면서 뜨거운 ‘내조외교’를 전개했던 김 여사의 한식세계화 사업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들춰봤다.
한식세계화 추진단은 범부처 차원의 한식세계화 정책을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5월에 출범된 민관 합동기구다. 추진단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양일선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 3인의 공동단장과 관계부처 차관, 학계, 식품외식업계 CEO, 일반 경제계 인사, 농어업인 등 모두 36명으로 구성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식과 한국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한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 온 김윤옥 여사는 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았다. 김 여사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전반의 진행에 있어 명예위원장 자격으로 그동안 세계인과 함께하는 한식 문화 확산 및 경쟁력 있는 한식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김 여사는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세계 각국 정상들 부인들과 국내외 문화 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식세계화를 설파하면서 ‘내조 외교’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김 여사는 11월 8일 G20 서울 행사에 참석 중인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좋은 것은 공유해야 한다. 몸에 좋은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된다고 생각에서 한식세계화에 앞장서 왔다”며 한식 마케팅에 주력했다.
김 여사는 또 11~12일 이틀 동안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각국 정상 배우자들과의 오찬과 만찬을 주관하면서 한식과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하는 등 ‘한류 전도사’ 역할에 역점을 두기도 했다.
이처럼 김 여사가 한식세계화에 공을 들이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정작 한식세계화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질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한식세계화 사업에 투입된 예산 집행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한식세계화추진단 주무부서인 농식품부 산하의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지난 3월 한식세계화의 실무를 총괄하기 위해 새롭게 출범한 민간기구인 한식재단을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한식세계화 사업 관련 예산 내역서에 따르면 올해 한식세계화 사업과 관련해 책정된 예산은 총 241억 원이다. 유통공사가 141억 5000만 원, 한식재단이 92억 6000만 원, 농림수산식품부가 나머지를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 9월 말 기준으로 예산 집행 실적을 보면 유통공사와 한식재단은 각각 11.8%(16억 6800만 원)와 23.1%(21억 43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날림 예산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농식품부의 한식세계화 예산 241억 원 중 92억 원을 민간재단인 한식재단에서 사용하는 것은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해외 한식당 협의체 구축사업에 1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지만 현재 1억 5200만 원(15%)만 집행된 상태다. 또한 해외 한식당 종사자 교육사업은 8억 원의 예산이 거의 집행되지 않았다. 연말에 교육사업이 집중돼 있긴 하지만 연말까지 60% 이상의 예산 집행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각 24억 원과 4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해외 한식당 컨설팅 지원 사업과 해외진출 한식당 개설자금 지원사업 역시 거의 집행되지 않고 있다.
한식재단의 경우 한식세계화 인프라 구축에 34억 원이 책정됐지만 12억여 원만 집행됐고, 한식당 경쟁력 강화 사업 예산 21억 원 중에는 8200만 원만 집행됐다. 또 한식 마케팅 지원 사업으로 배정된 37억여 원 중에는 15억여 원만 사용됐다.
이처럼 한식세계화 사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업들이 연말을 불과 3개월 여 앞둔 9월 말까지도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11월 10일 기자와 통화한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한식세계화 사업은 특성상 한꺼번에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진행 정도에 따라 예산을 지급하고 있어 집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연말까지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경우 계획대로 책정된 예산을 모두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기자와 통화한 한식재단 이용수 사무국장은 “계약이 진행 중인 사안은 집행액에서 제외돼 수치가 적게 나온 것”이라며 “한식재단의 경우 농식품부에서 예산을 위탁받아 집행하고 있고, 3월에 출범해 1분기에 사업 추진을 못한 것도 예산 집행이 저조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사업 추진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해 20억 원의 예산으로 한식당 개설자금 지원사업 대상자로 5곳을 선정했지만 이미 4곳이 포기한 상태다. 지난 10월 4일 조진래 한나라당 의원은 농식품부 국감 자료를 통해 “유통공사는 2009년부터 한식당 개설자금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20억 원의 예산으로 5개 업체를 선정했으며, 이중 4개 업체가 사업을 포기했다”며 “사업을 진행한 1개 업체는 교촌치킨으로 주요 취급 음식이 양념치킨, 라이스치킨인데 이 음식이 한식 세계화 품목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1만 개가 넘은 해외 한식당 가운데 올해 컨설팅을 신청한 업체는 20곳에 불과하고 최종 선정된 19곳도 중국(13곳)과 미국(6곳)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이는 240억 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된 한식세계화 사업이지만 홍보와 마케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 11월 초에 발간된 김윤옥 여사의 한식 관련 서적이 한식세계화 사업 예산으로 집행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농식품위 소속인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10월 18일 농수산물유통공사 국감에서 “내달(11월) 5일 한식세계화 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여사를 주인공으로 한 한식 홍보서적 <Nature of Korean Food by Yoon-ok Kim>(가제)이 발간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류 의원은 책의 계약금액은 9950만 원으로 전액 한식세계화 사업 예산에서 책정·사용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여사가 저자로 되어 있는 이 책은 11월 5일 발간됐고, 국·영문 합본판으로 모두 1700부 만 한정 제작됐다. 김 여사는 G20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들의 배우자 등 귀빈들에게 이 요리책의 영문판을 선물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류 의원은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한 명예위원장의 열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전문요리사도 아닌데 개인의 이름을 넣어 요리책을 만들면 관심은 한식이 아닌 저자에게 쏠릴 것”이라며 “세계에 우리 한식을 알린다는 당초 목적을 위해서라도 영부인 개인보다는 우리 한식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여사는 한식세계화와 한국 전통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한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식세계화 사업과 관련한 예산이나 구체적인 사업 집행 등은 김 여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명예위원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구설에 휩쓸리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