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회복학교 신설·채움 AI 보급·기초학력 지원 확대 공약…“교권과 학생인권 함께 살필 것”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서울 진보교육에 대한 평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진영은 기초학력 저하와 교권 약화,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 등을 문제 삼으며 교육 기조 변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진보 측 후보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혁신학교·무상급식·교육복지 확대 등 진보교육의 성과를 강조하며 “시대 변화에 맞는 공교육 전환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근식 후보는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24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약 1년 6개월 동안 서울교육을 이끌어왔다. 최근 민주·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선출돼 재선에 도전하고 있지만, 단일화 이후에도 일부 후보들의 독자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함께 경선에 참여했던 한만중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는 결과에 불복해 독자 출마했고, 홍제남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은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채 독자 출마에 나섰다.
다음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와의 일문일답.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라고 본다. 위기 학생의 조기 발견부터 사회정서 회복까지 잇는 ‘예방-개입-회복’ 통합 체계를 구축하고, 심리정서 위기 학생들의 치유와 학업 중단 예방을 위한 전문 위탁교육기관 ‘마음회복학교’를 신설하겠다. 마음회복학교 신설은 당선되면 취임 즉시 1호 결재로 진행할 생각이다.”
―곽노현·조희연 교육감으로 이어진 서울의 진보 교육 기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후보 본인은 어떤 부분을 계승·보완하려 하는지 궁금하다.
“두 전임 교육감은 서울교육을 ‘권위에서 자치로, 통제에서 신뢰로’ 전환했다. 혁신학교를 통한 수업과 학교문화의 변화, 무상급식과 교육복지의 확장을 이뤘다. 또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서울교육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혁신학교를 서울교육의 보편적 기준으로 끌어올리고, 더욱 촘촘한 교육복지 체계를 만들겠다. 과거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지향적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서울에서 완성하겠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변화를 넘어 전환으로’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교육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전환’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일방적인 가르침에서 배움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자라는가를 중심에 둬야 한다. AI 시대일수록 인간 고유의 능력, 즉 깊이 읽고 길게 쓰며 얼굴을 마주하고 토론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첨단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되 학습이 외주화되지 않도록 ‘독서 서울’과 ‘채움 AI’, ‘질문이 있는 STEM 교실’을 함께 추진하겠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학습지원 체계 확대와 맞춤형 지원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진보 교육 아래 기초학력 저하가 심화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력 저하의 일부 지표를 직시할 필요는 있지만, 그 원인을 진보교육 탓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 코로나19 학습 결손, 사교육 시장 양극화, 디지털 환경 변화, 학생들의 정서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학습 부진의 원인을 인지·정서·관계의 차원에서 다각도로 진단하는 ‘서울 학습진단 성장센터’를 11개에서 25개로 확대하고, 모든 학교에 기초학력 전문교사를 단계적으로 배치하겠다. 배움이 느린 학생을 위한 학습 튜터 지원도 확대해 1대 1 또는 소그룹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 기초학력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이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약속이다.”

“사교육 증가 우려는 이해하지만 평가 혁신을 미룰 수는 없다. 객관식 위주의 평가가 길어질수록 아이들의 사고력은 위축된다. 다만 평가 변화가 학교 안에서 충분히 준비돼야 사교육 증가를 막을 수 있다. 서·논술형 평가지원시스템 ‘채움 AI’를 전 학교에 보급해 교사의 평가 부담을 덜고 피드백의 질을 높이겠다. 학생들에게는 독서와 글쓰기, 토론 수업을 강화해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학교교육의 신뢰를 쌓겠다.”
―맞벌이·초등 저학년 학부모들의 돌봄 공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늘봄학교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늘봄학교는 돌봄의 공적 책임을 넓힌다는 점에서 방향은 옳다. 그러나 학교에 모든 부담이 집중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돌봄을 학교 안에 가두지 않고 마을과 지자체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바꾸겠다. 거점형 돌봄교실과 온동네 초등 돌봄학교 복합화로 공간 문제를 해소하고, 지원청 직영 강사풀제를 운영해 프로그램의 질도 높이겠다. 방학 중 종일 돌봄과 긴급·일시 돌봄 등 학부모의 실제 필요에 맞춘 탄력 운영도 확대하겠다. 방과후·돌봄 관련 민원 창구도 교육청 콜센터로 단일화해 학교 부담을 덜겠다.”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사들의 소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개정 요구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교권 침해의 원인이라는 단순한 진단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소진은 악성 민원과 행정업무 과중, 보호 시스템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학습 및 생활지도 중 교사의 면책 범위를 법률적으로 명확히 하고, 현장체험학습 중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 면책 법안 개정도 추진하겠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점검할 수 있다.”
―후보는 현장 교육가 경력을 밟아온 인물은 아니다. 학교 현장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서울 시민들이 왜 이번 선거에서 정근식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학교 현장에서 가르친 시간이 길지 않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만 교육감 역할은 직접 가르치는 일 자체보다 학교와 교사가 더 잘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 예산을 조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구조와 변동을 연구해 온 학자이자 갈등하는 입장들 사이에서 합의를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그 경험을 서울교육에 녹여내겠다. 캠프에는 이미 오랜 교직 경험과 정책 경험을 가진 교사·전문가들도 함께하고 있다. 취임 이후에도 현장 교사·학부모·학생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듣는 ‘서울교육 라운드 테이블’을 운영하겠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인물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서울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학생에게는 사유하는 힘과 따뜻한 감수성을, 교사에게는 자긍심과 안전한 일터를, 학부모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공교육을 약속드린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