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인도·미국 백신 수출 규제…2분기 목표 중 40% 확보 불투명, 세계 곳곳 재확산세 속 4차 대유행 우려
4월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그렇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이 부족하거나 역량이 모자란 것과는 별개로 전세계적으로 백신 수급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는커녕 11월은 돼야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만 75세 이상 고령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4월 1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3월 초 이탈리아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호주 수출을 불허했다. 애초 이탈리아는 자국 공장에서 생산해 최종 포장된 AZ 백신 25만 회분을 호주로 수출하겠다고 밝혔지만 돌연 이를 불허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백신 수출 통제 규정’을 도입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백신 수출 통제 규정’에 따라 EU에 있는 백신 제조업체는 백신을 생산하는 국가의 중앙정부 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EU는 앞으로 현재 전염병 상황이 덜 심각한 국가에 대한 수출을 더 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EU는 백신을 두고 영국과도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영국이 AZ 백신을 자국에 우선 사용하면서 일정대로 EU에 AZ 백신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가 AZ 백신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3월 중순 인도는 AZ 백신의 잠정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190개 이상의 국가들이 백신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백신 시설을 갖춘 국가로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물량의 6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국가가 자국에서 생산한 백신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면서 전세계적인 백신 수급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은 백신 확보에 더욱 속도를 올리고 있다. 무시무시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 미국은 4월 2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 3억 3000만 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나 되는 수치이며 이미 6000만 명(전체 인구의 18%)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취임 100일 1억 명 백신 접종’을 목표로 내세우며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74일 만에 목표를 조기 달성하나 셈이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은 백신 수출을 막고 자국민에게 하루 300만 명씩 투여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분위기에서 한국은 2분기 1200만 명의 접종 목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애초 계획은 2분기에 코백스를 통해 AZ 백신 70만 5000명분, 화이자 백신 300만 명분, AZ 백신 350만 명분 등 720만 5000명분을 들여오고 2분기부터 도입 예정된 얀센 백신과 5월부터 도입 예정된 노바백스 백신을 더해 1200만 명에게 접종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3월에 도입될 예정이던 코백스를 통한 AZ 백신 34만 5000명분이 21만 5000명분으로 축소된 데다 시기도 늦춰져 4분기에 들어올 예정이다. 애초 예정된 2분기 물량도 화이자 백신 300만 명분에서 137만 5000명분(4월 50만 명분, 5월 87만 5000명분)으로 줄었다. 2분기까지 구체적으로 도입이 예정됐던 물량이 755만 명분에서 579만 5000명분으로 축소됐다. 게다가 얀센과 노바백스 백신도 2분기 내에 도입이 가능할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3월 31일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주)한국초저온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화이자와 직접 계약을 통해 확보한 백신 추가 물량 50만 회분을 지게차를 이용해 전용창고로 옮기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월 26일 AZ 백신 78만 7000명분으로 접종을 시작, 우리나라가 1분기까지 도입한 백신은 134만 5500명분이다. 여기에 현재 2분기 도입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힌 백신 확보 물량을 더하면 714만 1500명분 정도로 목표인 1200만 명에서 500만 명분 정도가 부족하다.
그나마 얀센과 노바백스 백신이 예정대로 2분기에 도입되기 시작한다면 다행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해 보이진 않는다. 얀센 백신의 경우 4월에 최대 50만 명분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노바백스는 5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원재료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미 계획보다 175만 5000명분 정도가 줄어든 1~2분기 도입 예상 물량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AZ 백신의 경우 인도가, 화이자 백신은 미국이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AZ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인도처럼 우리나라도 국내 생산 AZ 백신의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현재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백신 수급 불안은 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이 세계 각국에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월 하루 31만 명을 넘던 확진자 수가 백신 접종과 함께 점차 감소해 3월 초 4만 명대까지 내려갔지만 최근 다시 6만 명대로 올라갔다. 4월 3일 6만 70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약 6만 3000명이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백신을 접종했지만 아직 백신을 접종 받지 못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는 추세다.
인도 역시 4월 4일 9만 3249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수치는 가장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9월 하루 10만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후 최대치다. 1월 하루 확진자가 1만 명대로 줄었던 프랑스 역시 4월 4일 신규 확진자가 6만 6794명이나 되는 등 다시 폭증세를 보이면서 3차 전국 봉쇄에 들어갔다.
이처럼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EU, 미국 등이 백신 자국민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적인 백신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역시 일일 신규 확잔자 수가 500명대로 올라서면서 역시 4차 유행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