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법무부 갈등 이후 유력 후보 이성윤·조남관 지고 ‘올드보이’들 귀환
초반에는 친정권 계열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현 총장 대행, 사법연수원 24기)가 2파전을 벌였다면, 지금은 기류가 살짝 바뀌었다는 게 중론이다.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사법연수원 22기)과 김오수·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모두 사법연수원 20기), 봉욱 전 대검 차장(사법연수원 19기) 등 윤석열 전 총장(사법연수원 23기)보다 선배 기수인 올드보이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2004부터 2006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재직하면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직접 보좌했던 경력 덕에 신뢰를 받았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번에 임명될 검찰총장의 임무는 막중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99.9%다. 공식적으로는 임기가 2년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2022년 5월)를 고려할 때 1년짜리 검찰총장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자격 조건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5년차, 차기 대선을 앞두고 레임덕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권 관련 의혹이나 비리들에 대해 ‘내 편’에서 판단해 주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검찰 내 남아 있는 고위직 검사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다. 친정권 검사들 중 단연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였다. 윤 전 총장 사의 직후 ‘2파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 가운데 더 앞서간 이는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지검장이다. 2004부터 2006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재직하면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직접 보좌했던 경력 덕에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임하며 신뢰를 받았다.
이에 반해 조남관 차장검사는 조직 안정 운영 능력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직접 빈소를 찾아 화제가 됐다. 그 후 문재인 정부 때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겸 적폐청산 TF 팀장을 맡았고, 이후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어 대검 차장검사까지 승승장구했다.
조남관 차장검사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직접 빈소를 찾아 화제가 됐다.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길어지는 인선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일단 이성윤 지검장의 경우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것이 걸림돌이 됐다. 현재 사건이 검찰(수원지검)에 다시 돌아온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된다면 본인이 직접 본인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내에서조차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비판’은 문재인 정부 5년 차에 총장을 믿고 맡기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성윤 지검장은 최근 중앙지검 내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대규모 업무보고를 실시토록 하는 등 조직 업무 현황 파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중앙지검 내부에서 “간부급 검사들 인사 시점도 아닌데 갑자기 왜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조남관 차장검사는 ‘검찰주의자’로 낙인이 찍힌 모양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 전 총장 직무배제·징계 회부 당시 직무배제 중단을 건의하는 등 추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고, 최근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에 ‘고검장 회의 소집’이라는 카드로 맞서며 우회적으로 항명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조남관 차장도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주의자”라는 평이 공공연하다. 이미 정권 눈 밖에 난 인사라는 얘기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냈고,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 체제’를 거치는 동안 법무부 차관으로 정부와 원활한 소통 능력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원래 윤석열 총장의 기수(사법연수원 23기)와 같거나(이성윤 지검장), 더 낮아질 것(조남관 차장)으로 예상했던 분위기가 3월 24~25일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찰개혁에 검찰을 동참시킬 수 있는 조직 장악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믿고 수사를 맡길 수 있는 전직 검사들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오수·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모두 사법연수원 20기)과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사법연수원 22기), 조은석 감사원 감사위원와 봉욱 전 대검 차장(모두 사법연수원 19기)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 가장 유력한 이는 단연 김오수 전 차관이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 전 차관은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냈고,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 체제’를 거치는 동안 법무부 차관으로 정부와 원활한 소통 능력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다. 그 후 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 후보군으로도 거론이 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김 전 차관이 거절한 바 있다. 검찰 내 신뢰도 있지만, 정부에서 신뢰하는 일처리를 보여줬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23일부터 갑자기 양 전 고검장이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언급되는 분위기가 조금 특별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도 ‘양부남 유력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양부남 유력설’이 제기고 있는데 특수통 검사로 분류되는 양 전 고검장은 전남 담양 출신으로, 전남 담양공고-전남대를 졸업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단장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지시에 대해 ‘수사 방해’라며 항명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권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이다. 사진=연합뉴스
특수통 검사로 분류되는 양 전 고검장은 전남 담양 출신으로, 전남 담양공고-전남대를 졸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찰청 형사부장, 광주지검장을 거쳐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단장, 의정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강원랜드 수사단장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지시에 대해 ‘수사 방해’라며 항명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권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이다.
양 전 고검장을 후보로 추천한 서울호남향우회총연합회는 “검찰 내 흙수저인 양 전 고검장은 비서울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실력과 수사 능력을 인정받아 검사장에 올랐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천거 이유를 밝혔는데, 검찰 고위 관계자는 “강원랜드 수사 당시 채용청탁 혐의를 받고 있던 권성동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구속시키려고 한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봉욱 전 대검 차장도 검찰 내 신망이 있다는 점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최근 대법관 후보로 이름이 올라간 상황이라 ‘대법관 낙선 후 총장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2~3일 간격으로 ‘유력 후보군’이 바뀌고, 여권 내 유력 대선 후보 A가 밀고 있다는 얘기 등이 함께 등장하면서 서초동(검찰)은 ‘설(說)의 대향연장’이 됐다.
이처럼 올드보이들의 귀환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정권 5년 차의 특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임기 말 검찰총장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개별 사건에서 발생하는 정치권을 겨냥한 레임덕 관련 수사를 드러나지 않게 마무리하거나, 필요할 경우 최소한의 부분만 잘라 처벌하는 수사 역량”이라며 “보궐선거 이후에 인선을 하겠다는 것 자체부터 여론의 상황을 고려해 마지막 총장을 고르겠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인데 여권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검사를 고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