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뺏긴 룸살롱, 경찰에 ‘몰래 영업’ 룸방 신고…업소 간 불신 팽배 ‘살얼음판’
서울 강남 유흥업계의 요즘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사진=박은숙 기자
서울 강남 유흥업계의 요즘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곧 다시 영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단속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는 집합금지 명령과 해제가 반복되면서 시작됐다. 영업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간판 불을 끄고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들이 꽤 있었고 이에 대한 경찰 단속도 계속됐다. 그런데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를 신고한 이가 다른 유흥업소 관계자라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가 보다 많은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 불법 영업 업소를 신고한다는 설도 있었다. 유흥업계 내부에서 경쟁적으로 상대 업소에 대한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강남 유흥가 전반의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업계 전반에 불신과 분노가 만연해 있다는 게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흥업계 내부에서 경쟁적으로 상대 업소에 대한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강남 유흥가 전반의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사진=일요신문DB
“어느 가게가 문을 열고 어디가 몇 시까지 영업하는지 우리끼리는 다 알고 있다. 보도방을 통해 공급받는 접대여성들이 업소들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소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신고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단속당한 업소는 다른 가게에서 신고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흥업계 내부에서 그런 신고가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소문도 많다. 그러다 보니 업계의 신뢰가 다 무너졌고 어디든 신고를 하다 걸리면 가만 안두겠다고 벼르고 있다. 언제라도 강남 유흥가에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다.”
실제로 요즘 경찰에 유흥업소 불법 영업을 신고하는 전화는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며 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소가 있는 건물 형태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도주로까지 경찰에 알리는 신고 전화도 있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경찰이 도주로까지 미리 봉쇄하고 단속에 들어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최근 화제가 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실에서 유흥주점 직원과 손님 등 98명을 적발되는 사건의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업소가 비어 있어 돌아가자 “계속 영업 중”이라는 신고가 다시 접수됐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룸방과 룸살롱 업계의 마찰이 심해졌다고 한다. 유노윤호가 적발된 업소가 바로 룸방 형태의 유흥주점이다. 룸방은 간판은 노래방이지만 사실상 룸살롱 내지는 단란주점 형태로 운영되던 곳으로 요즘에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고 불법 유흥영업을 해왔다. 코로나19 전에도 일반음식점 허가로 불법 유흥영업을 하던 룸방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더 장사가 잘 됐다고 전해진다. 룸살롱이 집합금지 명령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에서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룸방은 해오던 방식 그대로 불법 유흥영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룸방에 대한 경찰 단속이 늘어나면서 인근 룸살롱 관계자들의 신고 탓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영업 중단으로 손님을 빼앗긴 룸살롱 관계자들이 불법 영업으로 더 큰 돈을 버는 룸방을 신고하며 견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