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만’을 운항하는 항공 노선권을 더 많이 가져오기 위해서다. 서울-대만 노선은 지난 92년 우리나라가 대만과 수교를 끊으면서 자연스럽게 항공 노선도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최근 국내 건설교통부와 주한 타이베이 대표가 각각 ‘민간협정’의 형식을 빌어 항공 협정을 맺음에 따라 서울과 대만을 잇는 항공 길은 무려 12년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됐다. 운항 횟수는 여객편 주 18회, 화물편은 주 2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무척 고무된 분위기였다. 서울-대만 노선이 ‘알짜배기 노선’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인해 대만의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양사 모두를 들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환호성도 잠시, 양사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알짜배기 노선에 대한 운항권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항공 노선을 배분받기 위해서는 양대 항공사가 건교부에 배분 신청서를 접수한 뒤, 최종 결정은 건교부가 내린다. 건교부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서울-대만간 노선권 배분은 기존과는 다른 ‘특별한 케이스’라는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과거 운항을 했던 전례가 있는 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서울-대만노선을 ‘신규’로 보느냐, 아니면 12년 전 상황의 ‘연결선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리는 것. 대한항공은 ‘복항(기존의 노선이 다시 살아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아시아나는 ‘신규’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만과의 단교 이후 운항을 못한 적은 있지만 노선권이 폐지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시아나 관계자는 “단교된 이후 새롭게 따낸 것이기 때문에 신규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노선을 ‘복항’ 또는 ‘신규’로 규정지을 경우 무엇이 달라질까.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만일 건교부가 이를 ‘복항’으로 규정지을 경우 대한항공이 12년 전에 이 지역을 운항했던 횟수는 모두 유지되게 된다. 당시 대한항공은 주 14회, 아시아나는 4회를 운항했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대한항공이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
반면 건교부가 ‘신규’라고 결론내리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된다. 후발업체인 아시아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단거리 항공원칙’에 따라 아시아나가 대다수의 노선을 차지하게 된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신규취항일 경우 우리가 여객 주 11회, 화물 2회를 운항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대만 노선을 과거에 운항했던 것의 연속으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리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조 회장과 박 회장의 심경이 편치 않은 것.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건교부는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재 항공권 배분과 관련해 양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금노선을 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벌이는 날카로운 신경전. 20년 동안 벌어진 양사의 해묵은 감정은 대만노선 문제로 다시 한번 폭발 직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