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논리가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신년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지수가 지난 14일 2108.17을 기록하면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부터 제기돼 온 ‘코스피 2400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2400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을까. 일반적 논리는 간단하다. 올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 예상치 합계는 100조 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코스피 시가총액의 역사적 평균 가치는 이익총합의 13.5배다. 이는 흔히 말하는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로 현재의 주식가치가 이익의 몇 배면 적당하느냐는 지표다.결국 올 연말까지 코스피 시가총액이 1350조 원이 돼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1183조 원 규모. 1350조 원과는 약 14.11%의 차이가 나고 지수가 이만큼 더 오르면 2400에 육박하게 된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국내 증시는 기업이익 규모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 이익은 최대 1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므로 코스피지수로 2550도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또 다른 논리로도 2400이라는 전망치는 나온다. 이전 고점인 2007년 11월 코스피 시가총액은 광의의 통화 유동성 지표인 M2 대비 82.72%였다. 그런데 2010년 10월 기준 M2 대비 현재 시가총액은 63% 수준이다. 20%포인트 가량의 차이가 나는데 이를 지수로 환산하면 2400선이 된다.
이는 통화량 증가에 따른 화폐의 실질가치를 주가가 반영한다는 논리다. 권남학 케이원투자자문 대표는 “이익으로 봐도 그렇지만, 통화량 증가를 감안해도 아직 주가는 싸다. 2400까지는 가능해 보인다. 올해 자산관리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인플레이션은 주가를 통해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 2400까지 오를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1900선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성낙현 한맥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주가상승에 대한 부담과 선진국 긴축 압력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로 하반기에는 1900선까지 코스피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큰 변수는 기업이익이다. 100조 원으로 예상했던 상장사 기대이익이 실제 90조 원으로 줄어들면 13.5배의 PER 배수를 곱해도 시가총액은 1215조 원에 그친다. 이 경우 지수는 2165까지밖에 못 오른다.
실제 이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상장사 이익의 20%를 넘게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보다 올해 이익이 늘어나지 않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이익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은행의 경우 부실 저축은행 인수부담으로 이익 증가폭이 줄어들 여지도 있다.
물가상승 부담 탓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1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국회가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 역시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하반기에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이어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시장에서 일부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역시 환율이 하락해 기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코스피 2400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올 연말이 그 시기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주가는 보통 약 6개월 후의 상황을 반영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12월 말 기준 이익이 100조 원이 나고, PER 13.5배가 이뤄진다면 6월쯤에는 주가가 2400이 돼야 한다.
PER 배수가 달라져도 2400 고지는 요원해질 수 있다. 현재 코스피의 PER 배수는 10.5배 수준인데, 이 배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업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PER이 높다는 뜻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되었다’이다. 반대로 PER이 낮다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됐다’는 뜻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래 기업이익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PER을 높이 잡고, 그렇지 않은 경우 PER을 낮게 잡는다.
이는 PER의 역수를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쉽다. PER의 역수는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다. PER이 10배라면 기대수익률은 10분의 1, 즉 10%다. PER이 13.5배면 기대수익률은 13.5분의 1로 7.41%다. 선진국일수록 금리가 낮고,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낮은 게 일반적이다. 보통 기업의 생산효율과 이익안정성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증시의 PER이 올라가는 이유다.
올해 이익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이후로도 이익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면 PER이 10배에서 13.5배로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이익이 줄어들거나 정체한다면 PER도 낮아지거나 변화가 없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이라는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어 늘 다른 국가에 비해 20~25%가량의 할인(Discount),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아왔다. 남북 긴장이 높아질 경우 PER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주가는 이처럼 이익과 PER, 또는 통화량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대외경제변수에 대한 민감도와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해외사정에 따라서도 변동성이 커진다. 외국인들이 더 좋은 투자처가 있으면 그쪽 비중을 늘리기 위해 우리나라 비중을 줄일 수 있다.
브레인자문 박 대표는 “미국이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면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 상반기까지는 괜찮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그리로 내년 초에는 조심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자금의 향배도 변수다. 펀드 환매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대신 은행예금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랩어카운트로 자금이 유입된다지만 시장 전체를 끌고 가기에는 그 힘이 부족하다. 일반 개인이 직접투자나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로 국내 증시로 돌아온다면 지수는 더 오를 수 있다.
실제 2007년 코스피 2000 돌파는 외국인들의 매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자금의 힘으로만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그렇지 않다.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가계 빚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부동산경기가 살아난다지만 2004~2005년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 2009~2010년 증시 상승의 수혜는 외국인과 일부 고액자산가에게만 돌아갔다.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를 일반 ‘개미’는 기대하기 어렵다. 2005~2007년 펀드열풍 재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