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혐의 정책관과 담당 수사관 친구 사이로 판돈 규모 등 사건축소 의혹…경찰 “봐주기 수사 없다”
경북 영덕군청 현직 간부 공무원이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하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6월 10일 영덕경찰과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 5일 영덕군 남정면 모 펜션에서 남성들이 훌라(도박)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영덕군청 간부 공무원 등 4명의 남성이 불법 도박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영덕군청 주 아무개 정책기획관(58) 등 4명을 불법도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보니 4명의 남성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으며, 도박 도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로 격한 폭행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는 당시 상황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조사 결과 이들 4명 중에는 상습도박 전과자가 있었고, 특히 영덕군청 간부 공무원인 주 아무개 정책관도 도박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영덕경찰서에서 도박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도박 도중 폭행 시비가 확인됐음에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조사 시 묵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 4명의 남성들이 도박판을 벌인 판돈도 고작 17만 9000원이라고 경찰 측에서 밝히고 있어 판돈 규모 축소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영덕군 등이 이번 불법도박 사건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를 두고 지역에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터져나오고 있다.
군민 이 아무개 씨(42)는 "영덕군이 매년 시무식 때 직원들이 청렴 실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고, 특히 이희진 군수는 그동안 영덕군 청렴도에 흠집을 내는 공무원에 대해 퇴출하겠다고 밝혔다"면서 "도박을 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주 아무개 정책기획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 않게만 급급하고 있다. '제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이번 불법도박 사건과 관련해 맨 처음 신고가 접수된 영덕군 남정파출소를 비롯해 강구 파출소, 사건을 조사중인 영덕경찰서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영덕경찰서 수사과장은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주 아무개 정책기획관과 오랜 친구는 맞다. 하지만 친구라고 해서 '봐주기' 수사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주 정책기획관을 비롯해 불법 도박 가담자들을 대상으로 상습성 등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담당 수사관이 일련의 사건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강하게 피력한 만큼 경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영덕군은 주모 정책관에 대해 대기발령을 처분한 상태다. 영덕군 관계자는 "현재 감사부서에서 해당 공무원의 도박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경북도청에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아직까지는 주 정책관의 징계 수위에 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법상 5급 이상 공무원의 징계는 일선 시장·군수가 도지사에게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돼 있다. 특히 과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에 대한 인사를 하면 관련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