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개종 강요당한 청년 “개종 관계자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야”
부산 남부경찰서 광민지구대에 따르면 이날 오피스텔 현장에는 피해자인 A씨와 그의 부모, 교회 관계자 등이 동석해 있었다. 이들은 개종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청년의 구조 요청을 받은 최초 신고자 B씨는 “거의 매일 함께 공부를 해왔는데, 몇 주 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며칠 전 있었던 공무원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아 이상해하던 차에 이 친구로부터 구조요청 이메일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경 신고를 받고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경찰은 이후 문을 열어달라고 10여분 동안 요청했지만, 안에서는 계속 문을 닫은 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피스텔 안에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119 구급대에게 문 개방을 요청한 후 청년을 간신히 구출해냈다.
현장에는 A씨와 그의 부모, 교회 관계자 1명이 있었고, 경찰은 부모와 교회관계자 1명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 지구대로 이송했다. 지구대 조사 이후 부모와 교회 관계자는 귀가 조치됐고, A씨는 구출 이후 지인의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일간 감금됐던 A씨는 “지난 5월 24일 밤 11시쯤 귀가했다. 그런데 집 앞에서 부모님이 급하게 나오시면서, 할아버지가 위독해 지금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지하 주차장으로 날 데리고 갔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외삼촌과 큰 이모부가 있었다. 차량 뒷좌석 가운데에 내가 앉았고, 양쪽으로 큰 이모부와 아버지가 앉았다. 그렇게 강제개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후 차량은 부산 수영구 인근을 몇 번을 돌다가 새벽 2시 경에 해당 오피스텔이 도착했고, 그 이후 구조되던 날인 6월 11일까지 A씨는 부모와 함께 그곳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A씨는 오피스텔 도착 전 차 안에서 나눈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차 안에서 아버지가 나에게 ‘네가 다니는 교회가 어딘 줄 안다. 지금부터 성경 비교 공부를 해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피스텔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오피스텔에 감금된 일주일 후부터 부산에 있는 모 교회 강사 C씨가 와서 성경 비교 교육이 시작됐다. A씨는 부모에게 C씨의 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휴대폰 등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이 단절된 채 고통의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A씨는 “부모님과 강사 C씨가 여러 차례 전화교환을 하는 것 같았다. 옆에서 귀 기울여 들어봤더니, 지금 이 상황이 잘못될 시 강사 C씨나 자신의 단체는 아무런 잘 못이 없고, 책임은 부모님들이 져야한다는 그런 식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리고 각서 같은 서류 한 장을 나보고 읽어보라고 했고, 거기에는 부모님의 서명이 들어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경 비교 공부라고 했지만, 일방적이었고, 무조건 내가 다니는 교회가 잘못됐다면서 나를 압박했다.이것은 불법이며 합당하지도 않다고 저항했다. 하지만 부모님도 잘못된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 교육이 끝나고 나서 고발을 하던지, 그건 차후에 문제라고 계속 나를 회유, 압박하고 교육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A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교육과 감금 속에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부모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서 최초 신고자인 B씨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구조요청을 받은 B씨가 6월 11일 오후 3시경 신고했고, A씨는 경찰 출동 후 30여분 만에 구조되면서 기나긴 감금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부모님은 기독교와 무관하다. 아버지는 무교이며, 어머니는 불교신자다. 어떻게 부모님이 교회 관계자를 알았는지, 그리고 저를 유인하고, 감금하고, 교육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누군가가 뒤에서 이를 가르쳐주고, 지휘를 하지 않았다면, 결코 부모님은 이런 행동을 하실 분들이 아니다. 개종을 할 때, 교회 관계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브로커, 그리고 총 책임자, 그리고 교육을 하는 강사진까지 갖추고, 개종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이나 지인들에 의해 알게 됐다. 부모님이 아무래도 그런 조직에 이용당한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그런 조직을 꼭 밝혀내고, 처벌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사건은 부산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배정돼,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신변보호요청, 부모 등에 대한 접근금지, 스마트워치 등을 경찰에 요구했지만, 신변보호요청은 기각됐고 100m 접근금지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계가 있는 D교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개종을 위한 감금(1131건), 납치(947건), 폭행(579건), 강제휴직(101건), 강제휴학(99건), 수면제 투약(100건), 강제 이혼(32건), 그리고 사망(2건) 등 총 1534명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0월까지 180건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