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에 ‘빵고문’…니가 부모야?
2월 말 일본 오카야마에서 한 어머니가 16세 된 딸을 사망케 한 사건이 일어났다. 딸은 경증의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밤 8시에 딸의 옷을 모두 벗긴 후 손발을 꽁꽁 묶은 채 욕실에 서 있으란 벌을 줬다고 한다. 하룻밤 새 급격히 체온이 떨어진 딸은 다음 날 오전 사망했다. 이 어머니 “묶는 건 위법 행위가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6월 초 오사카에서는 생후 3개월 된 아이를 욕조 물에 던져 넣어 숨지게 한 아버지가 체포됐다. 아버지는 “목욕시키다가 아이가 미끄러진 것일 뿐”이라며 “1~2분 만에 얼른 안아 올렸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시결과 아이는 물속에 수십 분간 잠겨 있다가 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에서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 아동국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아동상담소에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지난 10년간 무려 3.8배나 급증해 2010년에는 4만 2000여 건을 넘어섰다. 특히 학대로 인해 아이가 살해되는 건수가 2003년 24건에서 2009년 64건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그 수법도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
4월 7일 도쿄. 2세 된 아이가 입에 빵을 한가득 문 채 의식불명이 됐다.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열흘 남짓 지나 결국 사망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가 빵을 직접 입에 문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입안에 채운 것이라고 한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이 어머니는 애견을 때렸다며 아이의 등을 때려 전치 1주의 상해를 입혔는데, 휴대폰으로 아이의 멍을 촬영해서 저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3월 말 오사카에서는 한 어머니가 교제 중인 남성과 함께 세 살 된 아이의 양손과 양발을 접착테이프로 붙여 묶은 다음 쓰레기 비닐봉투에 넣었다. 아이는 결국 질식사했다. 어머니는 “애인과 즐겨하던 게임기를 아이가 그만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아이에게도 쓰레기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이를 그냥 비닐 봉투에 넣어두었는데, 아이가 쉽게 찢고 나와 두 번째로 비닐에 넣으며 손발을 접착테이프로 붙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엽기적 행각이다.
3월 말 도쿄에서는 심지어는 보육사로 일하는 남성이 교제 중인 여성의 두 살 된 아이를 발로 차 십이지장 출혈로 사망케 했다. 그는 애인이 일하러 나가 홀로 아이를 돌보던 중 사건을 저질렀는데, “아이에게 청소를 하라고 해도 안 해서 화가 나 죽였다”고 한다.
이렇듯 강력 아동학대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자 일본 후생성과 각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04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골자로 아동학대방지법을 개정하고, 올 5월 말에는 아동학대가 발견된 경우 친권을 2년간 정지할 수 있도록 민법도 개정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아동학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일간 <산케이 신문>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가족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붕괴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아동학대는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학대자의 60%가 친모이며, 20%가 친부라는 사실이다. 일본 후생성이 조사한 학대 유형을 보면 밥을 주지 않거나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치형 학대’가 가장 많았다. 또 폭언이나 무시, 위협을 일삼는 ‘심리적 학대’도 자주 발생했다. 학대로 인한 사망 사례만 따져보면 한 살부터 세 살까지 영아가 47%를 차지한다. 특히 사망에 이른 학대 사건의 경우 70%가량 발로 차거나 손발을 묶고 목을 조르는 등 매우 심각한 폭력이 동반된다고 한다. 또 친모의 애인이나 내연남의 폭행 비율이 높다고 한다.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학대 정도가 매우 심각한 사건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4월 초에는 도쿄에서 자신의 여섯 살 난 아이에게 장난감을 던져 왼쪽 눈을 실명하게 한 친아버지가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 아버지는 “회사에서 돌아와 TV를 보고 있는데 아이가 계속 떠들어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또 4월 초 교토에서는 10대 삼남매에게 저녁을 차려주며 국에 신경안정제를 넣어 먹인 어머니도 구속됐다. 15세 딸과 12세 아들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맛이 이상해 금방 토해낸 17세 딸만 무사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올 1월 말 고치 시에서는 6세, 4세, 2세 아이 셋의 등에 촛농을 떨어뜨려 화상을 입힌 혐의로 어머니와 그 애인이 구속됐다. 아이들이 놀다가 창문의 종이창살이 찢어지자 화가 났다고 한다. 어머니가 아이들 등에 올라타 붙잡고 애인이 촛농을 떨어뜨렸다. 장남은 등 20군데에 화상을 입었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버릇을 고쳐주려 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위 사건들에서도 가해자들은 일관되게 ‘버릇’이란 말을 운운했다고 한다. 또 아동학대자들은 이웃이나 주변 친지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즉 고립되어 양육을 하는 가정일수록 아동학대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신종 아동학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일명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 아이가 울거나 보채는 것에 화를 낸 부모나 양육자가 아이의 몸을 크게 흔들어대는 학대를 말한다. 이런 학대를 받으면 망막 출혈이 일어나 시각 장애를 입거나 심하면 뇌 손상을 입어 죽는 경우도 있다. 갓난아이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말한 오사카에서 아이를 욕조에 빠뜨려 죽인 아버지는 이미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를 안아 위아래로 크게 흔드는 모습이 간호사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또 ‘뮌히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도 있다. 부모가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에게 일부러 상처를 입히는 학대다. 이런 부모의 특징은 아이의 상처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음식 알레르기 반응 등 다른 병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아이가 몹시 걱정된다고 말을 늘어놓지만, 의사나 간호사와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알아차리기가 어려워 발견에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경제적 빈곤, 부모의 정서적 미성숙, 알코올·약물 의존, 아이의 발달 장애, 가정 내 불화,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돼 일어나는 만큼 근절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