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끝장내자’ 퇴임 이혼?
▲ 남편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을 위해 아내였던 마리아 슈라이버는 뉴스 앵커자리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녀는 불행한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네 자녀들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해 왔다. |
슈라이버와 가까운 한 친구는 “2009년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이 슈라이버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그녀는 공허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봤을 때 남편이 그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십 전문 사이트인 <TMZ>는 이와 관련해서 슈라이버가 오래 전부터 우울하고 비참한 생활을 해왔으며, 이혼을 결심한 건 이미 2009년부터였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슈워제네거의 변덕스럽고 독선적인 태도 때문이며, 심지어 슈워제네거의 여성편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곪아 있던 상처가 마침내 터진 걸까. 몇 년 전부터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극히 줄어들었으며, 슈워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었던 지난 1월부터 이미 별거에 들어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증명하듯 부부 사이의 이상 기류는 그간 여러 군데서 포착됐다. 지난 3월 유튜브 동영상에서 슈라이버는 “잘 알다시피 인생에 있어서 변화를 모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건 정말 스트레스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게 불행했다면 왜 슈라이버는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걸까. 이에 대해서 슈라이버의 친구는 “한편으로는 가족 유산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네 자녀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2009년 어렵게 이혼을 결심했지만 마침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미룰 수밖에 없었다거나, 또는 남편이 주지사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는 추측도 있다.
사람들이 이번 별거 소식에 놀라워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슈라이버는 비록 자신은 민주당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원인 슈워제네거를 배우자로 선택하는 용기를 보였다. 또한 남편의 주지사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정치인의 아내로서 흠잡을 데 없었다.
사실 슈워제네거가 할리우드 배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그것도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슈라이버 덕분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3년 당시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주정부의 재정적 위기의 책임을 떠안고 주민소환을 당하자 특별선거를 통해 당선됐던 슈워제네거는 한때 지지율이 65%까지 치솟는 등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여기에는 물론 그가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였던 점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그가 ‘케네디 가문의 사위’란 점이 미국인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슈라이버의 모친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여동생인 유니스 케네디며, 부친은 1972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출마했던 로버트 서전트 슈라이버였다.
슈라이버는 남편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자 과감히 자신의 일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NBC 방송의 뉴스 진행자로 일하고 있었던 그녀는 남편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서 무급 휴가를 신청하고 뒷바라지를 했으며, 당선 후에는 아예 방송 일을 그만두고 주지사 부인으로서의 역할에만 매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그녀의 내조는 다름 아닌 선거운동 기간 중 불거졌던 남편의 성추행 스캔들을 참고 견디어야 했던 것이었다. 2003년 터졌던 ‘몸을 쓰다듬다’라는 뜻의 이른바 ‘그롭 게이트’는 슈워제네거가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할 당시 여성들의 몸을 더듬었던 추행을 폭로하는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은 무려 15명이었다.
당시 <LA타임스>는 이 가운데 6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슈워제네거의 여성편력과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세 명의 여성은 “그가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고 폭로했으며, 다른 한 명은 슈워제네거가 스커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엉덩이를 만졌다고 했는가 하면, 또 다른 여성은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가 자신의 수영복을 벗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어떤 여성은 그가 자신을 무릎 위에 앉히고 어떤 특정한 체위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스캔들이 터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슈워제네거는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의 모략이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자신의 과오를 시인했으며, 지금은 가슴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공개사과를 했다.
당시 슈라이버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말하길, 사람들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일은 매우 용감한 행동이라고 가르친다. 오늘 남편은 그 일을 했다”면서 남편을 두둔했다.
하지만 이제 이들 부부는 정치적 색깔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각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지사직에서 물러난 후 할리우드 컴백을 준비 중인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 5>, <크라이 마초> 등의 주연을 맡아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슈라이버는 지금까지 운영하던 여성권익 사이트를 관리하거나 알츠하이머병 연구 지원 등 각종 자선사업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