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사돈과 발맞춰 달리기
▲ 지난 2월18일 신임 홍석현 주미대사(왼쪽)가 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무원 중 재산 신고액과 증식 1위에 오른 홍석조 인천지검장. | ||
그는 2005년 공개대상자 중 2백74억7천2백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1위를 차지했다. 비상장주식의 코스닥 등록으로 81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이 발생하면서 이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변동 현황에서 재산증가 1위를 차지한 것.
홍 검사장은 유가증권 2백69억원, 건물 6억원, 예금 6억원, 토지 2억원, 채무 28억원, 기타 17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홍 검사장의 재산 증식 1등 공신은 휘닉스피디이. 휘닉스피디이는 보광그룹 계열사로 지난해 6월 코스닥에 등록한 업체로 지난 2002년 개발한 PDP파우더를 삼성SDI와 LG전자에 납품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고 있는 회사다.
휘닉스피디이는 최근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2월25일 6만5천원이라는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바로 이 회사 주식 28만5천주를 홍 고검장이 보유하고 있고 이로 인해 평가차익이 크게 늘면서 ‘공무원 재산왕’에 오른 것이다.
홍 검사장이 이렇게 ‘좋은 주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휘닉스피디이와 휘닉스피디이가 속한 보광그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보광은 사세에 비해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설다. 가장 널리 알려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일보사의 사주와 보광그룹의 오너들이 형제지간이다. 때문에 중앙일보와 보광그룹 계열사들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중앙일보와 보광이 어느 정도 분리가 돼있다.
보광그룹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인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자제들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집단이다. 홍진기 회장의 맏딸인 홍라희 호암미술관장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다.
현 주미대사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홍라희씨 맏동생이고, 홍석조 지검장이 둘째 동생,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은 셋째 동생, 넷째 동생이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막내동생이 홍라영 삼성문화재단 상무다. 이들 형제자매는 모두 서울대를 나온 수재로도 유명하다.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은 법무부, 내무부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삼성그룹에 영입된 뒤 중앙일보 회장을 지내며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영 파트너로, 사돈으로 평생지기 대접을 받았다. 이후 홍씨 일가는 보광이라는 기업을 세워 그룹 규모로 키워냈다.
홍석현 주미대사는 중앙일보의 오너십을 갖고 있고, 나머지 보광 계열사에 대해선 별다른 지분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중앙일보를 제외한 보광의 중심은 지난 83년 세워진 (주)보광. 현재 보광휘닉스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최근 이건희 회장이 겨울마다 찾아가 스키를 즐기며 계열사 사장단에게 ‘스키 경영’을 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을 때 최대 수혜자는 바로 그 휘닉스스키장을 운영하고 있는 보광이었다.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뉴스메이커 이 회장이 스키장을 찾음에 따라 상당한 홍보효과를 얻었다. 또 이 회장과 삼성에서 삼성 사장단에게 고가의 마스터스 코스 회원권을 선물했기 때문에 수익면에서도 적잖이 도움을 얻은 것이다.
보광의 홈페이지에는 8개의 계열사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편의점으로 낯익은 보광훼미리마트, 광고회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자판기 유통회사 휘닉스벤딩서비스, 코스닥 등록업체인 휘닉스피디이와 에스티에스반도체통신, 도서상품권 등 문화상품권 발권업체인 한국문화진흥, 휘닉스디지탈테크, 보광창업투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 휘닉스피디이가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돼 최근 벤처 활황세를 타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홍씨가 형제들의 재산관계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각 형제들에게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업이 하나씩은 골고루 배분돼 있는 것.
홍씨가의 장남인 홍석현 주미대사는 중앙일보그룹을 맡아 나머지 보광그룹 계열사들과 선을 긋고 있다.
▲ 지난 1월 29일 삼성전자 사장단이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스키강습을 받고 있다. | ||
크게 보면 보광그룹이란 한울타리로 묶을 수 있지만 중앙일보그룹도 사실상 분리돼 있고 다른 형제간에도 어느 정도 재산분할선이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홍 검사장이 최대주주인 보광훼미리마트가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매출액 7천9백여억원, 순이익 1백85억원대의 보광그룹 내 최대 규모 기업이란 점이다. 주가가 꼭 순이익이나 매출 규모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외형만 놓고보면 보광훼미리마트가 휘닉스피디이를 한참 능가하는 것이다.
때문에 홍 검사장이 당장 공직을 그만두고 기업인으로 변신하더라도 보광훼미리마트와 서울물류 등 물류자회사 4개를 거느린 매출액 1조원대의 미니그룹 회장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재계에선 보광그룹의 사업군이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부품 사업쪽으로 특화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홍씨 가문이 과거 삼성코닝의 최대주주였다는 점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
90년대 말에 삼성코닝과 계열사들이 삼성그룹에 흡수되기는 했지만 홍씨가의 셋째 아들인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이 여전히 삼성의 디스플레이 관련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홍 부사장은 삼성코닝, 삼성SDI 등 디스플레이 제조기업에서만 20년 가까이 한우물만 파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보광그룹이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부품 사업쪽으로 더 확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는 있는 것도 이런 독특한 삼성과 보광의 관계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보광그룹의 약점은 부동산 자산이 많은 (주)보광의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레저에 대한 수요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훼미리마트 등 다른 계열사를 상장시킬 경우 당장 20대그룹 반열에 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삼성의 전자 사업이 흥할수록 사업 관련성을 맺고 있는 보광도 덩달아 활황세를 타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보광 6남매
홍라희 이건희 삼성 회장 부인
홍석현 주미대사
홍석조 인천지검장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삼성문화재단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