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앱4’ 뭉치니 대박~
▲ 리토스는 4명의 전문가의 협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왼쪽부터 대표이사이자 디자이너인 신진석 씨, 아이폰 개발자 김기세 씨, 안드로이드 개발자 강정석 씨, 기획자 윤지환 씨. |
리토스는 무료 게임 앱인 ‘폭투왕 레전드’로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폭투왕 레전드는 야구를 통해 퍼즐을 맞추는 숫자 게임. 개발에 불과 2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이 게임은 20만 회가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한국 앱 토털 2위, 엔터테인먼트 분야 1위를 차지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신진석 사장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동하면서 잠깐씩 즐길 수 있는 앱을 선호한다. 이동하면서 1분 전후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폭투왕 레전드는 KT에서 실시한 ‘2010 에코노베이션 세컨 페어 앱 개발파티’에서 안드로이드부문 3위에 입상하며 1000만 원의 상금까지 받았다. 사용 후기 커뮤니티에서 ‘간단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이용자들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신 사장은 “1편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개발 중인 대전(對戰) 가능한 두 번째 모드는 유료 판매 전환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명인 ‘리토스’는 원자번호 3번인 리튬(Lithium)에서 힌트를 얻었다. 지난 2010년 4월, 창업으로 의기투합한 구성원이 대표이사이자 디자이너인 신진석, 기획자 윤지환, 아이폰 개발자인 김기세, 세 사람이었기 때문. 이 셋이 리튬의 어원인 그리스어 리토스(Lithos, 단단한 돌)처럼 단단하게 사업을 이끌어나가자는 뜻에서 회사명을 그렇게 지었다.
이들은 웹 솔루션 개발 회사의 직장 동료였는데 앱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것을 보고 뜻을 모아 2009년 겨울부터 앱과 관련한 공부를 시작했단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위험요소가 높다고 판단, 우선 200만 원을 모아 경기도 파주의 한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처음 개발한 ‘공중화장실 찾기’ 앱이 SK텔레콤의 티스토어 공모전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지는 신 사장의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 길을 가다가 갑자기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을 때, 가까운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실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앱 개발에 적용해 보자 싶었죠. 공모전 담당자는 물론,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간단한 앱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자 한껏 고무된 세 사람은 2010년 4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앱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병행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4개월 뒤인 2010년 8월,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선언했다.
자금이 넉넉지 않았던 세 사람은 KT에서 진행하는 우수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인 ‘에코노베이션 아키텍트’에 응모, 사업성을 인정받아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스토어로의 진출까지 통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세 창업자는 안드로이드 마켓 공략을 위해 안드로이드 개발자 강정석 씨도 영입했다.
초창기에는 생활밀착형 앱이 유저들에게 상당히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폭이 훨씬 넓어진 상황. 게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개발한 것이 바로 폭투왕 레전드다.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 동시에 선보인 이 앱은 통합 게임 랭킹 시스템을 구축해 어느 나라, 어떤 시장의 사용자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리토스가 다음으로 개발한 것은 불교 앱인 ‘독경반야심경’. 타 종교에 비해 불교 앱이 많지 않은 것에 착안해 콘텐츠가 풍부한 조계종과 손을 잡고 만들었다. 독경반야심경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어린이용 불교 영어교재인 ‘헬로달마스쿨’도 개발했다. 조계종의 요청에 따라 천수경 금강경 등도 독경형식으로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현재 리토스가 독자적으로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교육이 가미된 체조 앱이다. 친숙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간단한 동작에 쉬운 설명을 덧붙이면 누구나, 장소가 어디이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체조 프로그램이 된다는 것. 이들은 절대적으로 운동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앱의 예정 가격은 1.99달러(2200원)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윤지환 기획팀장은 “앱 시장은 국내유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북미 유저 20~30%의 시장이 훨씬 규모가 크다. 무료 앱을 선호하는 국내와는 달리 1~2달러의 가격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아 구매가 쉽게 이뤄지는 편이라 단 하루라도 상위에 랭크되면 회사의 한 달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체조 앱은 늦어도 5월 초엔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단돈 200만 원으로 시작한 앱 개발 사업은 현재 자본금이 5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올 1월에는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통과해 벤처기업으로도 등록된 상태다. ‘경기도 전통 볼거리 먹거리 지도’ 등 각종 외주 용역을 통해 매출도 늘어났다. 국내 앱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광고를 통한 수익도 기대하고 있는데 2011년에는 앱, 모바일웹, 컨버전스 시스템을 통해 15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루에 50개도 안 팔리는 앱이 50%가 넘습니다. 콘텐츠의 양만큼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오래 인기를 끄는 앱은 사용자의 패턴 분석 등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 성능은 기본, 디자인 역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앱 시장에서 1인 창업이 쉽지 않은 이유죠. 초기에는 1인 창업자가 많았지만 상당수 개인 창업자들이 개발을 포기하거나 취직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신 사장의 말처럼 리토스가 급성장하는 데는 각 분야 전문가인 창업자들의 협업이 큰 몫을 했다. 앱스토어 예비 창업자들이 ‘리토스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