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까지 들고 오더라”
지난 3월 30일 기자가 서울 서초동 모처에서 만난 앳된 얼굴의 ‘대행녀’ A 씨의 나이는 22세였다. 현재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겉보기엔 평범한 20대 초반 여성의 모습이었다. 스물한 살 때부터 애인대행 아르바이트 일을 했다는 A 씨는 이제 갓 2년째로 비교적 경험이 적었다. 하루에 한 명이나 일주일에 두 명 정도를 만나 기본 15만 원(성관계 1회)에서 시작해 많게는 80만 원까지 받았다고 한다.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만으로 월 2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미용실에서 받는 월급 120만 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큰돈이다.
A 씨는 처음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알게 된 계기에 대해 “미용실에 찾아오는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 직업여성들의 대화를 듣다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많지는 않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경우 직업여성들도 밤엔 업소에서 일하고 낮에 시간이 날 때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투잡으로 뛴다고 한다. A 씨의 경우 ‘대행녀’ 활동기간이 짧아 2년 동안 만난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만난 사람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A 씨는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가을 어느 날, 애인대행사이트를 통해 조건만남을 원하는 쪽지를 받았다. 자칭 ‘비서’라는 이 사람이 남긴 쪽지는 그날 밤 자신의 회장님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유흥업소 여성에 비하면 비교적 싸고 직업여성과 달리 평범한 일반 여성이라는 점에서 남성들이 대행녀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A 씨는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부담스러워 만남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A 씨는 작고 아담하지만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귀여운 얼굴을 한 일명 ‘베이글녀(아기 같은 얼굴에 글래머 몸매)’ 스타일로 의뢰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남성은 자신을 중소기업체 사장이라고 밝히며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30대 젊은 변호사, 증권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의 남성들이 A 씨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보통 일반남성이 15만~20만 원을 지불하는데 비해 경제적 여유를 가진 이들은 한 번에 4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까지 지불했다”고 A 씨는 밝혔다.
참고로 조건만남에 있어 금액은 보통 여성이 정해 놓은 기본 금액에서부터 시작해 그 이상으로 흥정이 된다. 하지만 기본 금액의 기준은 대행녀마다 다르다. 보통은 15만 원에서부터 흥정이 시작된다. 기자가 접촉한 다른 여성은 기본을 25만 원에서 시작하길 원했다. 또 다른 여성은 20만 원(2시간)에 만남을 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남성이 먼저 더 많은 액수을 제시하면 그 금액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기자가 접촉한 대행녀들은 하나같이 ‘얼마를 줄 수 있냐’며 기자에게 먼저 물어봤다.
A 씨가 만난 남성들의 직업이 다양한 것만큼 각자의 성적 취향도 다양했다.
40대의 주유소 사장은 스폰서를 해주겠다며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생활비로 매달 450만 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사설업체 경호원이라는 남성은 A 씨를 만난 뒤 개인적으로 연락해 식사하는 등 만남을 유지하며 그때마다 A 씨에게 20만 원씩 용돈을 줬다고 한다. 45세에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한 남성은 A 씨에게 명품 옷도 사주고 화장, 헤어 비용도 자신이 내주겠다며 대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A 씨가 따라주길 주문했다고 한다.
변태 성향의 남성들도 많았다. 일본 AV에서 여배우를 밧줄로 묶고 가학적인 행위를 하며 쾌감을 느끼는 것을 ‘본디지(Bondage)’라고 하는데 밧줄을 가져와 이 본디지를 요구한 남성도 있었다고 한다. 또 바나나를 성기에 넣을 수 없냐며 변태 성행위를 요구하는 남성, 찜질방에서 만나서 스릴을 느끼며 성관계를 하자는 남성, 자신의 친구 커플과 같이 만나 스와핑을 하자며 제안하는 남성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만난 대행녀 사진을 모두 찍었다는 남성과 동영상을 찍는 남성은 평범할 정도라며 A양은 자신을 힘들게 한 남성들의 성적 취향을 소개했다.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