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차량 뒤좇던 추억이 그립다면…
▲ 개를 끔찍이 사랑하는 8세 소녀. |
밤골은 예전에 밤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나랏일을 논했다는 국사봉 북동쪽 기슭에 자리한 이 마을은 행정구역상 동작구 상도2동에 속한다. 상도역에서 신상도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마을이 앉아 있는데, 예전에 밤나무가 차지하던 곳마다 집들이 첩첩이 들어서 있다. 1960~1970년대 이촌향도의 물결을 타고 농촌에서부터 대거 이주해오면서 지어진 집들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밤골은 6년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하는 중이다. 재개발 이야기가 오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곧 이뤄질 것 같던 재개발은 답보 상태다. 언제 시작된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이 늘면서 동네는 을씨년스러워졌다. 벽화는 그런 동네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치장하는 데 일조를 했다. 벽화는 경원대 시각디자인학과 학생 세 명이 2006년 말경에 그린 것들이다. 여러 차례 탐방하면서 그림 그릴 담벼락을 물색하고, 그 집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탄생한 그림들은 세월과 함께 밤골에 동화되었다.
이 벽화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이곳 밤골을 이따금씩 찾는다. 그런데 벽화는 생각만큼 그 수가 많지 않다. 15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벽화의 색감도 결코 화려하지 않아서 실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찬찬히 밤골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밤골의 가치는 벽화가 아니라 모세혈관처럼 복잡하게 얽힌 골목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에 있기 때문이다. 밤골은 신상도2길~6길, 등마루길, 국기봉길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중 뼈대를 이루는 것들은 신상도길에서 평행으로 뻗어나간 2길과 3길, 6길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1번 출구로 나온 후 상도지하차도 방면으로 걸어간다. 지하차도 건너면 왼쪽으로 밤골이다.
▲문의: 상도2동주민센터 02-820-1114
▲문의: 상도2동주민센터 02-82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