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월드스타 완성품… 연재 떠오르는 블루칩
[닮은 점]
#미개척 종목
▲ 김연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프로그램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에서 피겨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SBS |
#전문 매니지먼트 계약
이처럼 두 종목 모두 한국이 워낙 취약했던 까닭에 여왕과 요정은 주니어시절부터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나갔다. 당연히 비용도 엄청나게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찍이 국내에서는 아직 그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전문적인 스포츠매니지먼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것도 같은 회사에서 말이다.
김연아가 2006년 12월 캐나다 전지훈련을 앞두고 비용 때문에 고민하자 IB스포츠는 1년에 5억 원씩, 3년간 총 15억 원의 후원계약을 제시했다. 그리고 2007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 사이 IB스포츠는 ‘김연아 팀’을 꾸리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고, 또 그 과정에서 김연아의 주가가 급상승하자 코스피 상장사인 자사매출의 20%에 해당하는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김연아를 통해 ‘인형 같은 여자 스포츠스타’의 가능성을 확인한 IB스포츠는 2008년 12월 손연재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손연재 역시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지훈련이 꼭 필요했는데 한 달 3000만 원가량의 비용이 크게 부담됐다. 아버지가 사업을 했지만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집을 줄여 여러 차례 이사를 했을 정도다.
IB스포츠는 손연재를 널리 알려 CF출연 등을 통해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하도록 만들었다. 손연재는 현재 5개 기업의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또 두 선수 모두 공식 대회가 아닌 ‘아이스쇼’와 ‘체조 갈라쇼’를 통해 장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도 공통분모이다.
#광고계 시선집중
김연아는 두 말이 필요 없는 현재 방송사 섭외대상 1순위 유명인이다. 평창 프리젠테이션과 청와대 방문 때 입었던 패션이 화제가 될 정도다. 대한민국 광고계에서 최고의 블루칩이기도 하다. 실제로 10개 넘는 CF에 출연해 모두 쏠쏠한 효과를 봤다고 한다. 특히 삼성전자 에어컨의 경우, 에어컨 내수 시장에서 LG전자에 상당한 격차로 뒤졌던 삼성전자가 김연아 효과에 힘입어 LG전자를 바짝 추격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손연재도 광고모델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IB스포츠에 따르면 동메달 획득 직후 40개 정도의 광고출연 제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특히 김연아에 맞서 한예슬, 송승헌 두 ‘빅 스타’를 내세웠던 LG전자는 손연재를 전격 발탁했다. 아직 인지도나 성적에서 김연아의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신선한 이미지를 무기로 김연아 바람에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수영스타 박태환까지 투입해 박태환-손연재로 김연아에게 맞서고 있다. 손연재는 국내는 물론이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미인 1위’에 뽑힐 정도로 외모에 관한 한 세계적이다.
이처럼 김연아와 손연재는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 및 광고계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 이러한 요청에 방송출연은 자제하면서, CF는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면 선별적으로 출연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흡사하다. 2010년 12월 김연아와 손연재는 한 업체에서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1년에 가장 주목받는 광고 모델’ 조사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멋진 몸매와 못생긴 발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 모두 여성미를 중시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 6월 크로아티아로 전지훈련을 떠난 손연재는 현지에서 코치들로부터 “살을 더 빼라”는 지적을 받았다. 리듬체조는 그램(g) 단위로 체중을 재는데 166㎝에 45㎏인 손연재가 뚱뚱하다는 것이다. 이후 손연재는 거의 식사를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고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어보고 싶다”는 김연아와 비슷한 고민이다. 또 김연아와 손연재는 각각 올림픽 금메달과, 아시안게임 동메달 직후 못생긴 발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점]
#북미파 VS 유럽파
▲ 손연재가 지난달 리듬체조 갈라쇼 ‘LG 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1’에서 선보인 소녀시대 ‘훗’ 안무. 연합뉴스 |
반면 손연재는 러시아파다. 세계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들이 모이는 노보고르스크에서 주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런던올림픽을 한 해 앞둔 올해 여름에는 크로아티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영어도 조금 하지만 러시아어에 더 능숙하다.
IB스포츠의 문대훈 씨는 “얼마 전에도 크로아티아에 다녀왔다. 내 업무 중 하나가 영어통역인 까닭에 내가 있을 땐 (손연재가) 영어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은 되는 것으로 안다. 반면 러시아어는 오히려 손 선수가 나에게 통역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엄마와 함께 VS 나홀로
또 전지훈련 스타일도 크게 다르다. 김연아는 ‘인생의 코치’인 어머니 박미희 씨와 항상 동행한다. 주니어 시절부터 대회출전은 물론이고, 전지훈련도 함께 했다. 반면 손연재는 혼자다. 부모는 물론이고, 상주하는 매니지먼트사의 직원도 없다. IB스포츠의 김영진 이사는 “이렇게 어린 선수가 외국에서 혼자, 치열한 경쟁과 고된 훈련을 감수하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애틋한 생각이 절로 든다”고 설명했다.
#세계 제패의 가능성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라는 종목이 한국의 미개척종목인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에도 섬세한 차이점은 있다. 리듬체조가 피겨보다 좀 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피겨는 김연아 이전에 중국계 미국선수인 미셸 콴이나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2006동계올림픽 우승) 등 아시아계가 세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리듬체조는 아직까지도 러시아 및 동유럽국가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24위까지, 한국 중국 일본 등 진정한 아시아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이스라엘은 제외). 따라서 손연재가 김연아처럼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다.
또 김연아가 3년 계약기간이 끝나자 관련인사가 법정소송까지 벌인 끝에 IB스포츠를 떠났지만, 손연재는 2010년 7월, 4년짜리 재계약을 맺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완성품 VS 제작중
“지금도 가끔씩 ‘피겨스케이팅의 손연재 선수 매니지먼트 하시죠?’라는 전화가 옵니다.”
IB스포츠 측은 아직도 손연재가 김연아처럼 피겨선수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소속사였고, 손연재가 워낙에 ‘제2의 김연아’로 많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김연아와 손연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는 완성된 반면, 후자는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손연재는 오는 9월 프랑스 세계선수권에서 일단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야 한다. 상위 15위 안에 들어야 자력으로 출전권을 딸 수 있다. 세계 10~13위권인 손연재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올림픽에 나간다고 해도 메달 획득은 첩첩산중이다. 실력도 아직 부족하지만 워낙에 리듬체조가 동유럽에 편중돼 있고, 아시아는 힘이 없는 까닭에 판정에서 불리함이 많다.
따라서 만일 손연재가 기대대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고, 또 여기서 기적 같은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면 이후 김연아급의 스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