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마’보다 터프걸 뜬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거봐, 우리가 뭐랬어요!” 지난 2008년 클린턴 지지자들 대다수는 요즘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클린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출내기였던 오바마를 선택했던 것이 결국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한 정치행사에 모인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수군거림은 나타났다. 누군가 “차라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다면 더 나았을텐데”라며 한탄하자 그곳에 모였던 모든 이들은 이에 동의한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의견을 같이 할 정도였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시민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긴 마찬가지다. 83세의 한 노인 여성은 “오바마한테 너무 실망했다. 클린턴이 더 강인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 가장 실망하는 점은 그가 미국 지도자로서 충분히 강인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위기 때마다 그가 너무 물렁하고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 부채상환 증액 협상을 타결하는 데 있어서 오바마가 보여준 협상 능력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공화당과 협상을 하는 오바마의 태도가 너무 무능했고, 결국 도출한 합의 결과 역시 공화당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는 것이다.
2008년 오바마를 위해 선거기금 모금 활동을 벌였던 코네티컷의 한 사업가는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 이상”이라고 비난했다. 뉴저지의 한 교사는 “친구 한 명이 오바마 정부에서 일하는데 그 친구조차 오바마의 리더십 부재에 대해 극도로 환멸을 느낀다더라”고 말했다. 텍사스 민주당 원로의원의 아들인 한 골수 민주당원은 오바마에게 너무 실망한 나머지 “2012년에는 절대로 민주당을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말하자면 평생 처음 민주당을 배신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2012년 대선후보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바마의 연임보다는 은근히 클린턴이 출마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특히 클린턴을 지지하는 노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한 열성적인 클린턴 지지자는 “오바마가 단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설령 그가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놈의 경제 상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면서 빌 클린턴이 선거 당시 조지 H. 부시를 상대로 외친 말을 인용해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고 말했다.
사실 클린턴의 대선 출마설은 2009년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당시 NBC 방송에 출연했던 클린턴은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세 번이나 단호하게 말했다. 이처럼 본인은 극구 부인했지만 측근과 지지자, 그리고 언론은 그녀의 출마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은 여전히 잠재적인 대선 후보”라고 말하면서 “만일 2012년이 아니더라도 2016년에는 무조건 100%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에도 클린턴의 대선출마 가능성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본인 스스로 2012년 초 국무장관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밝히자 이런 의혹은 더욱 커졌다. 올해 초 클린턴은 NBC <투나잇쇼>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2기 정부에 남겠냐”는 질문에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계속해서 국무장관직을 수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PBS 방송에 출연했을 때에도 그녀의 대답은 같았다. “8년 동안 국무장관을 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그녀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런 ‘친힐러리, 반오바마’ 정서는 여러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지지율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경제역풍을 맞은 오바마의 지지율은 다음 대선을 15개월 남긴 현재 40%대로 떨어진 상태다. 물론 현재의 경제 위기와 국내외적으로 미국이 처한 상황이 전적으로 오바마 탓은 아니지만 문제는 유권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데 있다. 반면 국무장관으로서 클린턴이 보여준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는 70%의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왜 ‘클린턴이 오바마보다 낫다’고 외치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미들베리 칼리지의 매튜 디킨슨 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강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우선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서 보여준 탁월한 능력이 미국인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다. 또한 국무장관이라는 직위 덕분에 클린턴은 국내 정치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도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 가령 리비아 공습 때 보여준 클린턴의 결단력과 공격적인 면모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 전면에 나선 것은 오바마가 아닌 클린턴이었다. 독재자 카다피에 대응해 강력한 입장을 표명한 것도 클린턴이었다. 이에 반해 오바마는 충분히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클린턴의 한 측근은 영국의 <더데일리>를 통해 “분명히 말하건대 클린턴 장관은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대통령과 일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마치 아마추어와 팀을 이뤄서 시합에 나서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클린턴에게는 충분한 권력이 없기 때문에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노력할 뿐”이라고 푸념했다.
사실 오바마의 대 리비아 정책과 관련해 미국인들은 그가 전쟁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47%가 리비아 공습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등록 유권자들 가운데 58%는 오바마가 전쟁의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율은 76%였으며,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에 대해서는 무려 90%가, 그리고 1993년 소말리아 내전 참전에 대해서는 65%가 찬성을 한 바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오래 전부터 클린턴의 ‘경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에 클린턴 지지자들은 2008년 민주당경선에서 클린턴이 사용한 ‘새벽 3시 비상전화’라는 정치광고를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있다. 이 광고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새벽 3시에 백악관에 전화벨이 울릴 경우 누가 이 전화를 받는 것이 더 나은가 묻는 내용으로 이루어졌었다. 당시 이 광고로 경선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던 클린턴은 오바마가 자신에 비해 경험과 연륜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었다. 또한 클린턴이 국무장관이라는 경험을 이용해 초당파적인 입장을 내세울 경우 다음 대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즉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꼭 정치 때문이 아니라 국내 그리고 국외 정세를 감안했을 때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국무장관이라는 직책 덕분에 엉망이 된 국내의 정치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던 것도 클린턴에게는 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마 클린턴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오바마의 미사여구에 속은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제는 제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아직 클린턴 진영은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측은 계속해서 2012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 역시 그녀가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정치전문 웹사이트인 <플레인 블로그>의 존 번스타인은 “클린턴이 출마한다면 그녀와 민주당 모두에게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정치판이 늘 그렇듯 뚜껑은 열어봐야 알 테지만 말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힐러리 건강상태 심상찮다
다이어트가 필요해!
요즘 힐러리 클린턴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날이 갈수록 살이 찌는 데다 항상 지치고 피로한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의 몸무게는 77.5㎏ 정도로 추정된다. 그녀가 이렇게 살이 찐 직접적인 원인은 폭식과 운동부족이다. 하지만 이는 수시로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하는 국무장관직을 맡은 그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재 그녀가 비행하는 거리는 매년 32만㎞ 정도. 과체중인 그녀가 장시간 비행기에 앉아있다 보면 나타나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혈액순환이 가장 큰 문제다. 툭하면 다리가 퉁퉁 붓기 때문에 그만큼 혈전이 생길 위험도 증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혹시 발병할지 모르는 심장병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녀의 아버지 휴 로댐은 생전에 심장질환을 앓았으며,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을 한 지 10년 만에 결국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지켜보는 빌 클린턴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자신 역시 심장 수술을 받은 까닭에 누구보다도 고충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매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내를 보면서 더욱 초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 초 국무장관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밝힌 그녀가 그저 무사히 임기를 마치기만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볼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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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녀가 비행하는 거리는 매년 32만㎞ 정도. 과체중인 그녀가 장시간 비행기에 앉아있다 보면 나타나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혈액순환이 가장 큰 문제다. 툭하면 다리가 퉁퉁 붓기 때문에 그만큼 혈전이 생길 위험도 증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혹시 발병할지 모르는 심장병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녀의 아버지 휴 로댐은 생전에 심장질환을 앓았으며,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을 한 지 10년 만에 결국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지켜보는 빌 클린턴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자신 역시 심장 수술을 받은 까닭에 누구보다도 고충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매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내를 보면서 더욱 초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 초 국무장관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밝힌 그녀가 그저 무사히 임기를 마치기만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볼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