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풀려나면 전망 좋은 데 모셔라`
▲ 김선협씨 빌라에서 바라본 정희자씨 토지와 한강 전망. 아직은 잡초와 건물잔해만 무성한 상태다. | ||
문제의 땅은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한남대교와 동호대교 사이의 유엔빌리지 한복판에서 한강을 남쪽으로 바라보면 마지막으로 융기한 야트막한 야산의 꼭대기. 용산구 한남동 11-×××번지 일대. 한쪽은 집터가 허물어진 자리에 잡초가 수북히 자라있고 또 다른 한쪽엔 이층짜리 고급빌라가 들어서 있다. 이곳이 바로 오랫동안 방배동에 살아온 김우중가의 새로운 터전이다.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가 지난 2003년 8월20일 이곳 토지를 사들였다. 정씨가 구매한 이 택지는 유엔빌리지 내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속해 한강과 그 이남까지 시원하게 보일 정도로 뛰어난 전망을 가지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시세로 보아 땅값만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입지가 좋다 보니 정씨가 구입하기 전에도 몇몇 재벌 회장이 이곳을 집터로 점찍어 놓기도 했었다. 지난 1997년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삼성전자로부터 매입해 살았던 곳이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의 집은 그룹이 몰락하면서 용산세무서, 영등포세무서, 반포세무서, 서울특별시, 용산구청, 대한생명 등에 압류를 당해 경매로 팔려 나갔다. 분할매각되었던 이 토지는 이후 다시 땅이 합쳐진 뒤 2002년 3월 웹에이젠시 회사인 C사가 사들였다. 당시 C사가 이 땅을 왜 사들였는지는 명확치 않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그땅의 매매관계는 예금보험공사에서 나와 다 조사해갔다”며 “사옥을 지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C사는 사무공간이 남산동에 있고, 한남동 토지의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C사는 이땅을 2003년 8월 정희자씨에게 팔았다. 매각대금에 대해서 C사는 입을 다물었다.
이 나대지와 맞붙은 빌라 건물과 부지는 김 전 회장의 차남 김선협씨의 소유다.
재미있는 점은 이 건물이 삼성전자 소유였다는 점이다. 그러다 지난해 6월 김씨가 이를 사들였다. 이 건물은 4가구가 살고 있는 빌라형 주택인데 김씨는 4가구 모두와 계약, 토지 1백90평을 일괄적으로 매입했다. 정씨 소유의 토지와 김씨의 토지를 합하면 대지 4백56평 규모의 저택을 지을 수 있다.
▲ 용산구 한남동의 김선협씨 빌라. | ||
김 전 회장 가족들이 1978년부터 살았던 방배동 집은 제일은행 등 채권단에 의해 강제경매로 넘겨졌다. 당시 정씨는 감정가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았다며 두 번의 낙찰무효 소송을 내는 등 집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으나 2003년 6월 최종적으로 경매가 낙찰되자 집을 포기하고 새로운 집터를 알아본 것으로 보인다.
김선협씨 빌라의 전 소유주였던 삼성전자가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이 건물을 사들였던 이유 역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간의 예로 보아 삼성그룹 일가의 택지로 점찍어 놓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현재 이곳은 건물을 허물어뜨린 채 방치되어 건물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새로이 건축을 하기 위해 터잡기 공사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공사가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옆집을 허문 뒤 신축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추측된다.
용산구청에선 이 땅에 대해 올해 초 건축허가가 났다고 밝혔다. 정씨측은 일단 나대지에 한해서만 건물 신축허가를 신청했다. 허가면적은 대지 2백66평에, 지하 2층, 지상 3층의 연면적 2백96평.
지난 14일 귀국한 김 전 회장은 현재 구속상태로 서울구치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석방되기만 하면 돌아갈 곳이 준비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