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짜릿한가요?
▲ 영화 <오감도>의 한 장면. |
미국 텍사스대 임상심리학 신디 메스턴 박사 연구팀은 17~52세까지 남녀 444명에게 섹스 하는 이유를 각자 자유롭게 서술하도록 했다. 이 실험결과에서 대체적으로 거론된 이유는 ‘상대에게 끌렸기 때문’, ‘신체적 쾌락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 ‘애정표현’ 등이었다. 특히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껴 기분이 좋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는 답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 여성지 <앙앙>의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남녀 1070명에게 섹스를 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성적으로 흥분해서’, ‘즐거워서’, ‘상대방에게 애정을 나타내고 싶어서’가 1~3위를 차지했다. 특이하게도 ‘자신을 벌주기 위해서’, ‘현재 만나고 있는 연인과 헤어지고 싶기 때문에 다른 이와 섹스를 한다’, ‘신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승진하려고’라는 대답도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다 섹스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는 무성애자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무성애자란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적 끌림을 전혀 느끼지 않는 이들을 가리킨다. 대인 관계도 좋고 친구도 많지만, 연애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성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자위를 하는 무성애자도 더러 있긴 하나 섹스는 피하거나 일절 거부한다. 이성친구도 동성 친구로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무성애자는 간혹 섹스 자체를 거부하고 싫어한다는 점에서 성혐오증으로 오해를 받지만, 연애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의학 논문 등은 나오지 않았으나 전 인류의 1% 정도가 무성애자인 것으로 추산하는 연구도 있다. 최근 영미권 심리학 및 의학계에서는 개인의 성적 지향을 묻는 항목에 일반적으로 무성애자도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미권이나 일본 등에는 무성애자 단체도 있다. 동성애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딱히 차별받을 일은 없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인관계가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변사람이 연애나 섹스를 하고 싶어 해도 정작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가거나 설사 안다고 해도 도무지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호감을 가진 이가 상처를 입고 떠나가 그간 쌓아온 인간관계가 깨지는 일이 허다하다.
무성애자들은 “사람들이 세상에 무성애자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며 “남에게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ilyo@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