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매칭 제도 악용 20대녀 돕겠다는 50대남 쇄도…“독신이다” “결혼하자” “비서로 와달라” 속셈 드러내
한 영국 남성이 갈 곳 없는 우크라이나 여성 난민들을 후원하겠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이 남성의 제안은 언뜻 보면 친절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사용한 단어에 있었다. ‘어레인지먼트’는 종종 성매매 상대를 구할 때 사용되는 단어로, 이를 지적한 영국의 난민지원단체인 ‘주택긍정행동’ 측은 다분히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우려하고 있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얼마 전 영국 정부가 영국의 후원자들과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연결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이는 영국으로 건너온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이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의향이 있는 영국인들을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자칫하면 대규모 학대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염려하고 있다. 요컨대 음흉한 목적으로 젊은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는 독신 남성들에 대한 염려다. 이와 관련, 미들랜즈 의회의 한 내부 고발자는 매칭되는 네 쌍 가운데 한 쌍 이상이 50세 이상 영국 남성과 20대 초반의 우크라이나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후원자를 찾는 우크라이나 여성 난민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남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방을 내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고 있긴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다분히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내부 고발자는 “특히 젊고 아름다운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돕겠다는 남성들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이 모두 순수한 목적으로 후원을 자청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올레나(25)라는 이름의 여성은 영국에서 방을 구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과 간단한 인적사항을 올린 후 폭풍 댓글에 시달렸다. 특히 싱글 남성들에게서 문자가 쇄도했으며, 이 가운데 한 남자는 “제 아파트에 작은 방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독신이고 지금 혼자 살고 있어요.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 아파트는 작지만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남자는 “저는 런던 중심부에 있는 방 세 개짜리 3층 집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숙박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것을 기꺼이 도와드릴게요”라고 적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올레나가 후원자를 찾았다고 말한 후에도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면서 이사할 주소를 캐묻기도 했다.
율리아 스쿠벤코(30)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방을 구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자신의 프로필과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자 곧 돕겠다는 남성들의 연락이 폭주했다. 한 남성은 심지어 결혼을 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스쿠벤코가 “저는 여자들이 살고 있는 집만 원합니다”라고 말하자 “아쉽네요. 함께 가정을 꾸릴 수도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또 한 남자는 자신이 석유 회사와 은행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스쿠벤코를 비서로 고용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스쿠벤코는 “이런 남자들이 모두 동정심에서 연락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오는 어린 소녀들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몇몇 의원들 역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특히 50대 이상의 독신 남성과 20대 여성의 매칭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