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뒤처질라 ‘몸불리기’ 시동
▲ 유통3강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까르푸 인수설이 업계의 빅뉴스로 떠올랐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전경. | ||
이런 치열한 유통업계 경쟁구도에서 최근 업계에 롯데쇼핑의 까르푸 인수설이 나돌기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할인점 롯데마트를 갖고 있는 롯데측이 까르푸 인수를 통해 현대의 맹추격을 따돌리고 신세계를 따라잡아 명실상부한 유통업계 최강자에 올라서려 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의 까르푸 인수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5월 현대백화점이 농협과 합작해 할인점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부터다. 원래 현대백화점은 까르푸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세계적 인지도와 전국적 유통망을 지닌 까르푸와의 연합을 통해 신세계, 롯데에 비해 뒤쳐진 유통업계 대전에서 성장엔진을 얻으려 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농협이란 카드를 택했다. 결국 까르푸와 제휴 또는 합작이라는 카드가 다시 한번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게 된 셈이다.
판이 이렇게 변하자 업계에선 롯데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농협 합작 성사로 기존 유통업계 3강 중 가장 다급해진 것은 롯데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신세계의 이마트보다 출발이 늦었다. 최근엔 할인점 업계의 성장세가 백화점 업계의 성장세를 추월하면서 전체 순위가 역전될 지경이다. 게다가 신세계의 본점 증축으로 백화점에서 압도적 1위를 지켰던 롯데의 자리도 예전과 같지 않게 됐다.
게다가 신세계는 할인점 분야의 추가 출점 속도도 늦추지 않고 있다. 할인점 후발주자인 현대는 최근 아산신도시에 대형할인점을 신설하면서 1호점 스타트를 끊는 등 발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농협의 유통망도 업은 상태다.
때문에 롯데의 까르푸 인수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까르푸 인수설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모르게 추진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인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최근 유통시장에서 롯데가 처한 상황과 롯데-까르푸 간 이해관계 등에 비쳐 롯데의 까르푸 인수설이 향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할인점 업계의 물류전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면서 교외형 쇼핑몰 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미국 첼시그룹과 합작으로 경기도 2006년 말 개장을 목표로 경기도 여주에 명품아울렛 건설을 추진중이다. 현대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8만 평 물류 부지에 대한 개발제한 요소가 풀려 이 지역에 현대가 대규모 교외형 명품 아울렛을 지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롯데도 현재 일본의 모 유통업체와 교외형 복합쇼핑몰 사업을 합작추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확정적이지는 않다. 선발주자인 신세계와 후발주자인 현대가 급격한 몸불리기에 나선 것에 롯데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까르푸는 지난 96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지금까지 27개의 매장을 열기까지 1조3천억원가량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월마트에 이어 할인점 업계 세계 2위인 까르푸의 자존심은 국내에서 무너져 버린 지 오래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와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그리고 롯데마트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까르푸가 국내 시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롯데-까르푸 제휴설에 무게를 더해준다. 한국은 까르푸의 우선 투자 대상국으로 선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까르푸는 2005년 한해 동안에만 한국에 2천7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잡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대백화점과의 제휴 불발 이후 까르푸 역시 국내시장에서 독자 생존보다는 국내 유통업체와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이 본업이지만 백화점 분야의 성장정체로 고민하는 롯데, 그렇다고 고급백화점의 주요 비교 포인트인 명품 매출에서 롯데가 앞서가는 것도 아니다. 강남권에 주요 점포가 있는 현대백화점이나 강남점을 앞세운 신세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신세계 성장의 핵인 할인점 사업의 파이를 신세계가 독식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고, 현대의 추격을 막아야 할 롯데 입장에선 할인점 업계 보강이 필수적인 것이다. 또 현대-농협 콤비의 맹추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롯데로서는 할인점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불리기가 필수적이란 지적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측의 강한 부인에도 이미 업계에선 롯데의 까르푸에 대한 관심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로 보고 있다. 그러나 롯데-까르푸 연합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몰고 올 것이란 업계의 관측에도 불구하고 이들간의 제휴 가능성이 무조건 밝아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한때 현대백화점의 까르푸 인수설이 나돌았지만 결국 현대는 농협과의 제휴를 선택했다. 해당 업체들이 모두 부인하고는 있지만 까르푸의 까다로운 조건 제시가 현대의 마음을 돌렸다는 것이 업계에 널리 퍼진 뒷이야기다. 까르푸가 현대측에 매년 2천5백억원가량의 투자를 요구한 것이 현대-까르푸 합작 불발요인으로 알려진 것이다. 다국적 기업인 까르푸가 국내 유통업체와의 인수협상 과정에서 자사 브랜드 유지를 고집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롯데측에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까르푸롯데마트’ 또는 ‘롯데까르푸마트’가 실제로 쇼핑백에 쓰여질지, 아니면 호사가들의 탁상공론으로 끝날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