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려고 직접 벗고…PD가 시켜서 벗고…
▲ 2008 베이징올림픽 리포터 이미진이 파격적인 의상(작은 사진)을 선보여 논란에 휘말렸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던 리포터 이미진은 당시 의상 논란에 휘말려 상당한 마음 고생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모델 출신의 늘씬한 몸매에 어울리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방송에서 선보였는데, 이 가운데 ‘바니걸 패션’ ‘민소매 원피스에 넥타이를 걸친 패션’ 등이 논란이 됐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시청 거부 운동이 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또 다른 방송인들의 의상 논란을 지켜보며 당시의 억울한 심정을 전했다.
“2002년 슈퍼모델로 데뷔한 뒤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며 “<연예가중계> 등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노출이 더 심한 의상도 종종 입었지만 논란은 없었다”는 얘길 들려줬다. 또한 그는 “지상파 올림픽방송이라는 이유로 지나친 품격과 권위를 요구한 듯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시 그는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비난 글이 폭주함을 알고도 준비한 의상을 꾸준히 입고 더욱 올림픽 공부에 매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 케이블 TV 스포츠 프로그램 MC 탁예은은 가슴골이 드러난 의상을 입어 한때 논란이 일었다. TV화면 캡처 |
‘의상논란=실시간 검색 1위’라는 공식이 성립되다 보니 미처 인지도를 덜 쌓은 신인급 방송인들은 이를 노리고 의도적 노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의상 논란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아나운서 A. 그는 의상 논란 이후 별다른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지만 그의 동료들은 내심 A가 뿌듯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A의 한 선배는 “A는 욕심이 많은 후배”라며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예능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만큼 의상에도 무척 신경 쓰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 그는 “A는 가슴성형설에도 휘말렸는데 우리가 보기엔 (수술을 한 게) 맞는 것 같다”며 “수술을 했으니 노출 의상에도 거부감이 없을 테고 최근 의도적으로 튀는 의상을 선택하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덧붙여 “A가 의상이 아닌 진행 실력으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돼서 진짜 유명 방송인이 되길 바란다”는 뼈있는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본의 아니게 의상 논란에 시달렸지만 그 파급효과(?)를 익히 알고 자주 활용하는 방송인 B도 있다. B는 인터뷰 때마다 의상 논란이 자신에게 기회였다는 말을 반복하곤 하는데, 때맞춰 그에게 생긴 버릇이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방송 전 대기실에서 스타일리스트에게 “밋밋하지 않니?”라며 좀 더 짧은 치마, 좀 더 강조된 가슴골, 좀 더 드러낸 어깨라인을 요구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B는 자신의 이름이 화제가 된 뒤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노출 사진을 꾸준히 올려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의상 논란으로 화제를 만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도 있다.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연예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C. C는 육감적인 몸매를 바탕으로 노출 의상을 즐겨 입기로 유명하다. 워낙에 털털한 성격인 탓에 노출에 거부감도 없을뿐더러 자신의 인지도 상승을 위해서라면 노출 의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는 인터뷰를 나갈 때마다 과감한 의상으로 연예인들을 놀라게 하는데 정작 신경 많이 쓴 C의 노출 의상이 방송에 나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유인즉 연예인보다 더 튀기 때문. 연예 리포터는 연예인을 빛나게 해줘야 하는데 정작 자신이 튀려고 하니 PD들의 제재가 심하고 일부 여자 연예인은 C의 튀는 의상을 문제 삼으며 계속 인터뷰 시간을 늦추는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대로 PD가 야한 의상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케이블 팝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바 있는 방송인 D. D는 풍만한 몸매로 당시 이름을 알렸으나 정작 뚜렷한 활동은 이어가고 있지는 못하다. 과거 그는 자신이 맡은 팝 프로그램에서 당시로선 상상도 못할 노출 의상을 선보였는데, 이는 D의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담당 PD의 작품이었다. 당시 담당 PD는 녹화에 앞서 D의 의상을 점검했고 노출 정도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의상 체인지”를 외쳤다고 한다. 또한 녹화에 들어간 뒤에도 “조금만 더 (상의를) 내리자”는 주문을 자주했다고. 해외파인 D 또한 담당 PD의 말에 별다른 싫은 내색 없이 녹화에 임했다. 당시 제작진은 해당 팝 프로그램의 시청률 부진을 진행자의 노출 의상으로 극복한다는 고육지책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당시 D가 진행하는 동안 이 프로그램은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