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 재취업 ‘자동문’ 인식 팽배…‘민간 주도 운영원칙’ 지침도 결국 말뿐
19일 군에 따르면 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난 달 19일 센터장 모집공고를 내고 27~29일 원서를 접수했다. 응모자 4명 가운데 중도 철회 1명을 제외한 3명이 지난 18일 면접전형에 응했다.
센터장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22일 종합자원봉사센터 이사회에서 최종 2명을 추천하면 당연직 이사장인 군수가 이달 중 최종 합격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종합자원봉사센터 안팎에서 퇴직공무원 이모(62) 씨의 ‘사전 내정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군 종합자원봉사센터는 초대 양성구 센터장부터 2·3대 이재일 센터장, 4·5·6대 이승구 센터장, 7대 진난숙 센터장, 현 8대 윤기용 센터장까지 연속해서 퇴직공무원 출신이 기관장을 꿰차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내정설이 현실화하면 이번에도 ‘관피아(관료+마피아)’의 관행과 부작용이 민간 주도 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런 관행은 ‘민간 주도 운영 원칙’과 ‘센터 운영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규정한 행정안전부의 ‘2022년도 자원봉사센터 운영 지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고위 공직자가 공직윤리위원회 심의 없이 낙하산식으로 임용되는 데 대해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직자윤리법(18조2)은 모든 공직자는 재직 중 직접 처리한 업무를 퇴직 후에 취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센터장으로 임용된 퇴직공무원이 현직일 때 자원봉사센터 보조금 지급 업무에 관여했다면 재취업 자체가 금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평군을 포함한 일부 지자체는 자원봉사활동기본법 시행령(14조)센터장 자격요건 중 하나인 ‘5급 이상 퇴직공무원으로 자원봉사 또는 사회복지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한 사람’을 근거로 삼아 센터장을 계속해서 관피아로 앉히고 있다. 자원봉사센터 운영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조항이 되레 관피아를 꽂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셈이다.
양평지역 한 자원봉사센터 활동가는 “관피아 출신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건 구조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보수 명예직’ 지자체도 적잖은데
양평군은 공무원 5급 상당 급여지급
“관피아 출신 정치 중립 지키기 어려워”
양평군의 자원봉사센터장에 대한 고용유형과 보수체계도 관피아 출신의 ‘줄서기’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자원봉사센터장의 급여 책정은 행정안전부의 보수기준표에 따라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양평군처럼 센터장의 월 급여가 지방공무원5급 상당인 지자체도 있지만, 무보수 명예직인 곳도 적지 않다.
안양시와 시흥시는 센터장의 보수를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을 준용하면서도 활동비만 지급하는 무급 비상근직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북 증평군과 전북 임실군, 순창군, 강원 원주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북도, 제주특별자치도 등은 센터장을 비상근 무보수 명예직으로 명문화한 곳도 있다.
반면 양평군은 센터장에게 월 급여 외에도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명절휴가비, 정액급식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직급보조비, 시간외근무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도록 했다.
양평군 종합자원봉사센터 이사회의 한 임원은 “양평지역의 수많은 사회단체장이 대부분 사비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원봉사센터장에 과도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과 맞지 않고, 자원봉사센터 설립 취지와도 어긋난다”며 “결국 때마다 되풀이되는 퇴직공무원의 자리다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평지역 한 자원봉사 활동가는 “자원봉사의 개념은 자발적 의지로 어떠한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공의 편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나서는 비영리적 사회활동”이라며 “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들이 과도한 보수를 받는다면 대가나 보상 없이 봉사활동에 나서는 대다수 자원봉사단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괴감을 줄 수 있다. 자원봉사라는 기본 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ypsd114@hanmail.net